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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8호]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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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공매도 논란 팩트체크… 건전한 토론 위한 몇가지 제안

채이배  공인회계사·전 국회의원  2021-03-10 오후 12:52:31

▲ 지난해 6월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101.48포인트 폭락한 2030.82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코스피가 4%대로 급락했다. photo 조선일보
모든 문제 해결에 대한 시작은 팩트체크다.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토론이 되지 않고 합리적 해결방안도 찾을 수 없다. 공매도 폐지 논란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공매도 제도의 실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공매도 절차에는 주식을 빌리는 사람(차입자), 주식을 빌려주는 사람(대여자), 차입자의 대차거래를 중개하는 거래 증권사, 그 증권사들에 대차주식을 찾아주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증권사 등 여러 이해당사자가 개입되어 있다. 게다가 주식을 빌리고 빌려주는 대차거래와 빌린 주식을 파는 공매도가 분리되어 진행된다. 이렇게 어려운 구조지만 조금이나마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데 단초가 되고자 이 글을 쓴다.
   
   
   공매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나쁜 건 아니다
   
   주가가 오를 것 같다. 돈이 있는데, 주식을 안 사면 손해다. 돈이 있으면 주식을 산다. 돈이 없으면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산다(=돈을 판다). 이게 신용거래다. 예상대로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돈을 갚고 이익을 남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주가가 내릴 것 같다. 주식이 있는데, 안 팔면 손해다. 주식이 있으면 주식을 판다. 주식이 없으면 주식을 빌려서 팔아 돈을 산다. 이게 공매도다. 예상대로 주가가 내리면, 주식을 사서 빌린 주식을 갚고 이익을 남긴다. 없는 것을 파는 것(공매도)이 아니라 빌려서 파는 것(대차매도)이다. 그런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는 이해가 쉽지만, 주식을 빌려 돈을 사는 공매도는 어렵다. 하지만 공매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나쁜 것이다’ 내지 ‘없애야 하는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주식시장은 주식 가격에 대한 예상이 다른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만나 거래하는 곳이다. 효율적인 주식시장은 거래가 활발해야 한다. 즉 돈이 계속 돌아야 한다. 이게 주식시장을 만든 이유다. 창업자가 자기자본으로 회사를 시작하고 키우다 보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해진다. 은행에서 빌리는 것(타인자본 조달)도 한계가 있다. 언젠가는 자기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출자를 더 받는 방법 중 하나가 주식시장 상장이다. 주식시장이 활발해야 기업에 자금이 조달되고, 기업가치를 계속 평가받을 수 있다. 기업의 본질가치에 비해서 주가가 싸면 사자 주문이 몰리고, 비싸면 팔자 주문이 몰린다. 즉 주가의 등락은 자금의 수요공급(수급)에 영향을 받지만, 이러한 등락 과정을 통해 꾸준히 기업의 본질가치가 평가되면서 찾아진다.
   
   기업평가는 기업의 추가적인 자금조달에 중요한 척도가 되고, 공매도는 기업가치 평가에 유용한 수단이다. 주가 상승을 예상할 때 신용거래한 것처럼, 주가 하락을 예상할 때 공매도를 할 수 있어야 시장의 수급균형이 맞고, 기업의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게 된다. 역으로 공매도를 없애자면, 신용거래도 없애야 수급균형이 맞는다. 둘 중 하나만 허용하면, 수급균형이 오히려 기울어진다. 따라서 신용거래와 공매도 둘 다 있는 주식시장이 더 많은 거래기회를 제공하는 효율적인 시장이 된다. 또한 수급균형과 많은 거래기회는 주가 예상이 한쪽으로만 쏠리는 것을 막고, 주가가 기업의 본질가치에 접근하게 하는 가격 발견 기능을 한다.
   
   
   자본 규모 차이가 신용과 정보의 격차 가져와
   
   고객이 돈을 빌릴 때, 금융기관은 고객이 갚을 것이라는 신용이 있어야 빌려준다. 당연히 담보도 잡고, 이자도 받는다. 주식을 빌릴 때도 마찬가지다. 주식은 돈처럼 흔하지 않아 탐색 및 중개 과정이 더 필요하고, 여기엔 거래비용이 든다. 그래서 신용거래보다 공매도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한다. 물론 투자자의 규모에 따라 신용도는 다를 것이다. 흔히 개인투자자(이하 개인)보다 기관투자자(이하 기관)가 신용도를 높게 평가받을 것이다. 개인들은 흔히 증권사에서 짧은 기간 대출이나 대주를 하므로 이자율이 높고, 증권사나 증권금융이 보유한 주식만을 빌리므로 주식 종목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기관들은 공신력 있는 법인체로서 자본금이라는 상당한 신용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증권사의 중개를 통해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돈과 주식을 빌릴 때 더 길게, 더 많이, 더 싸게, 주식종목도 더 다양하게, 담보(증거금)도 더 적게 빌릴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 자본 규모에 따른 신용의 차이는 당연한 것이다.
   
   기관은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운용을 잘해 높은 수익을 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이를 위해 상당한 자본금과 전문인력을 갖춰야 하며, 투자 대상인 기업을 분석해야 한다.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방문, 상시적 모니터링 등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한다. 그러나 개인은 기업 분석을 위해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기 쉽지 않다. 당연히 정보의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자본 규모의 차이는 정보의 격차도 가져오고, 기업의 부정적인 정보도 기관들이 더 많이 알게 되기 때문에 공매도의 유인도 더 크다. 한편 미공개 정보나 내부자 정보, 허위 정보 등을 이용하여 거래하는 것은 기관이든 개인이든 불법이고, 이것은 공매도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만일 개인에게 공매도를 허용한다면, 기관만큼 전문성을 갖춘 개인에 한하고, 상당한 증거금 등을 요구받을 것이다.
   
   
▲ 지난 2월 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한국주식투자연합회의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주장을 부착한 버스가 달리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숏이 있으면 롱이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상승할수록 손실이 커지는데, 그 상승에는 제한이 없으므로 공매도의 최대손실은 이론적으로는 무한대이다. 최근 미국 게임스톱 주식을 공매도한 멜빈캐피털은 주가가 20일 만에 20배 넘게 상승하면서, 37억달러(약 4조1000억원)가 넘는 손실을 봤다고 한다. 멜빈캐피털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서 큰 손실을 보았지만, 평상시에도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숏)를 한 기관과 달리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매입(롱)하는 투자자가 더 많다면, 공매도한 기관은 손실을 크게 볼 수 있다. 따라서 헤지펀드도 함부로 비용도 많이 들고 위험이 큰 공매도(숏) 전략만으로 자금을 운영하지 않는다. 투자 포트폴리오 내에서 롱숏전략을 동시에 진행한다. 말 그대로 헤지(hedge)는 위험을 분산시키고 회피하는 투자전략이다.
   
   
   상환기간은 의미 없어, 중요한 건 리콜
   
   한편 멜빈캐피털 등 공매도를 한 기관들이 게임스톱 주가가 하락할 때까지 버텼으면 손실을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지만, 대차거래를 중개한 증권사나 대여자는 규정 등에 따라 상환요청(리콜)을 해야 하고, 멜빈캐피털은 상환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대차거래 계약에서 상환기간을 정할 수 있겠지만, 상환기간은 연장할 수도 있고 사정에 따라서는 단축할 수도 있다. 통상 대여자는 언제든지 리콜을 할 수 있고 중개한 증권사가 다른 대여자를 찾아서 빌려주면 문제가 없으나, 증권사가 다른 대여자를 찾지 못하면 상환을 해야 한다. 따라서 공매도의 중요 쟁점은 상환기간 유무가 아니다. 차입자는 언제 있을지 모를 리콜을 커버해 줄 수 있는 능력 있는 증권사를 찾는다.
   
   개인들은 외국 기관의 불법 공매도가 횡행하고, 금융당국이 이를 적발하지 못하고 있으며, 제도 개선이 미약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은 금융당국과 금융투자기관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제라도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 거래소는 개인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더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특히 기관들의 거래 절차나 공매도 과정, 시스템 운영방식 등을 제대로 설명한다면, 불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몇 가지만 짚어본다.
   
   첫째, 공매도로 의도적으로 주가를 끌어내린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실제 공매도 주문을 낼 때 업틱룰을 적용받는다. 업틱룰은 공매도에 따른 직접적인 가격하락 방지를 위하여 직전가격 이하로 매도 호가를 제출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이다. 차입자가 매도할 때는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내야 하므로,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팔 유인은 없지만, 거래 체결을 위해 낮은 가격으로 주문을 내는 것조차 막고 있다. 물론 매도 물량이 많아지면 가격은 하락할 수 있지만, 공매도 주문이 주가 자체를 끌어내린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둘째, 시장조성자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거래소가 증권사와 시장조성 계약을 체결하고, 증권사가 사전에 정한 시장조성 대상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도, 매수 호가를 제시하도록 하여 거래를 활발하게 하는 제도이다. 거래가 활발한 대형주도 일시적으로 주문이 한 방향으로 쏠리면 시장조성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또한 시장조성자의 의무가 주문 체결이므로, 업틱룰을 면제하여 호가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시장조성 의무를 불법 공매도로 치부하여 제도를 훼손한다면, 이는 모든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셋째, 우리나라의 대여자는 주식을 장기보유하는 연기금이나 보험회사가 아니다. 국민연금은 공매도 논란으로 2018년 10월부터 주식대여 서비스를 중단했고, 다른 연기금들도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대부분 주식대여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의 대여자는 누구일까? 바로 개인과 ETF와 같은 장기투자를 하는 국내외 자산운용사이다. 개인도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할 때 서명한 약관에 따라 예탁결제원에 보관된 주식을 대여하고 수수료 수입을 얻는다.
   
   넷째, 개인과 기관의 거래 절차가 크게 다르다. 개인들이 통상 거래 증권사 계좌의 보유주식을 그 증권사 HTS(Home Trading System)로만 매도주문을 넣을 수 있어 증권사가 고객의 잔고(예탁결제원 보관)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기관은 대부분 FIX(Financial Information eXchange)시스템을 사용하고, 여전히 증권사와 전화, 팩스, 메신저로도 주문을 한다. 기관은 고객의 자산인 투자상품(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과 돈(여유자금, 증거금 등)을 안전하게 별도의 수탁기관(대부분 은행)에 보관한다. 그렇다 보니 매매를 담당하는 증권사는 기관이 보유한 주식이나 증거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다. 또한 개인과 달리 기관은 FIX를 통해 여러 증권사에 주문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A증권사를 통해 대차한 주식을 B증권사에 매도주문을 넣을 수 있다. 이때 B증권사는 기관의 잔고 여부와 대차 여부를 시스템상에서 확인할 수 없다. 기관의 대차 관련 메신저나 이메일 내용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무차입공매도의 사전적발은 쉽지 않기 때문에 주문과정에서 대차계약 정보를 남기게 하여 사후적발 가능성을 높이는 게 최선일 수 있다. 만일 사전적발 시스템이 가능하게 하려면, 주식을 보관하는 예탁결제원, 은행 등 수탁기관의 협조뿐 아니라 우리 주식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증권사와 기관들까지 하나의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하는 큰 어려움도 있다. 한편으로는 기관의 보유주식을 증권사가 모두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기관의 투자 전략을 노출하는 것이므로 바람직하지도 않다.
   
   
   제도개선으로 정보 확대와 불법 공매도 막아야
   
   2016년 공매도 공시제도가 시작되었다. 대차거래 거래정보는 금투협이, 공매도 거래정보는 거래소가 공시한다. 하지만 대차거래 잔고정보는 수치가 부정확하고, 공매도의 경우 공매도 거래정보만 보여주지 청산 거래정보는 없다. 이로 인해 대차거래, 공매도 거래가 과대평가되고 시장에 공포를 확대할 수 있다. 금투협과 거래소의 공시제도와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2018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의 무차입공매도 사건과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매도 사건으로 정부는 무차입공매도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했다. 이후 증권사는 무차입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해 공매도용 계좌를 별도로 개설하게 하고, 주식 빌린 것을 확인한 후 공매도 주문이 처리될 수 있게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었다. 이러한 제도개선 이후 금융당국 조사 결과 2020년 9월과 2021년 2월 두 차례 외국 기관의 불법 공매도가 드러났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의도적인 경우보다 착오나 오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개인들의 우려만큼 외국 기관의 불법 공매도가 횡행하지 않는다는 게 밝혀졌다. 하지만 국내 기관보다 외국 기관에서 무차입공매도가 더 많이 드러나는 것은 외국 기관이나 증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한국의 법적 기준에 미달한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시장조성자에 대한 조사결과가 조만간 나온다고 한다. 앞으로는 시장조성 업무의 당사자인 거래소가 시장조성자가 제대로 의무를 이행하는지 상시적으로 조사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
   
   또한 지난해 2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면서 금융당국은 시장 패닉으로 인한 투매현상을 막고,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해 3월 공매도를 6개월간 금지했다. 하지만 공매도 금지는 올해 5월 2일까지 재연장되었다. 그동안 정치권과 정부는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자본시장법이 개정되어 불법공매도에 대해 징역형·벌금·과징금 등 형사처벌을 강화하였고, 차입공매도 목적의 대차거래에 대한 정보(종목·수량·기간·수수료율 등)를 5년간 보관하도록 하였다. 또한 올해 2월에는 무차입공매도 적발주기를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사후적발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개인들은 여전히 금융당국을 불신하고 있다. 앞서 얘기한 대로 금융당국과 금투협, 거래소는 더 많은 정보를 알려야 토론과 합리적인 대안 모색이 가능해진다. 금융당국 등이 개인들에게 더 마음을 열고 분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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