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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650호]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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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호사의 현장일지]암호화폐 내부자거래, 그들만의 돈잔치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2021-03-23 오후 5:01:03

▲ 비트코인이 연일 상승하며 7000만원대까지 돌파한 뒤 6900만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는 지난 3월 15일 서울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가상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photo 뉴시스
호재 공시가 떴다 하면 20% 상승은 기본이다. 1000%, 1500%가 오르기도 한다. 물론 떨어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길게는 하루, 이틀, 짧게는 몇 분 만에 급등락을 반복한다. 코인판 이야기다. ‘주요 IT 기업이 암호화폐(가상자산) 발행사를 자회사 내지 계열회사로 편입했다’ ‘대규모 커머스 기업이 특정 암호화폐를 취급하기로 했다’ ‘암호화폐 결제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같은 정보들만 조금 빨리 알아도 지금과 같은 불장에서는 돈 벌기가 너무 쉽다. ‘돈 복사’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가 없는 개미들에게는 오히려 돈을 잃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정보가 없는 개미들은 차트와 거래량에 의존하여 단타를 치거나, 조금 덜 오른 종목을 골라잡아 ‘존버’할 수밖에 없다. 언제 오를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기어다니는 형국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엄격히 규제하는 내부자거래. 코인시장에서는 너무나 먼 이야기다. 자율규제라는 강제성이 전혀 없는 규율만이 존재한다. 암호화폐 거래소, 암호화폐 발행사 임직원들의 양심에 의존할 뿐이다. 정부가 암호화폐, 가상화폐, 가상자산 시장을 방치하고 있는 사이 전 국민이 바다이야기에 빠져들고 있다. 내부자거래, 시세조종이 아무런 규율 없이 이루어지는 판의 끝은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내부자거래 규율, 코인시장은 해당 없다
   
   주식시장에서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가 엄격히 규제된다.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의하면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한 미공개 중요 정보를 주식투자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금지된다.(제174조) 만약 이를 위반한 경우 피해자에게 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제175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3~5배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해진다.(제443조) 특히 위반 액수가 5억원 이상인 경우 가중처벌되며,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해질 수 있다.
   
   주식 관련 미공개 중요 정보를 알고 있는 자가 이를 모르는 자와 거래를 하는 것은 상대방을 속여 거래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망할 회사의 주식을 비싸게 팔거나, 대박 날 회사의 주식을 싸게 사는 것이다. 정보를 잘 모르는 투자자의 책임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정보를 아는 사람이 해당 주식과 깊게 연관된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컨대 회사의 대표가 자기 회사가 곧 망할 것임을 명확히 알고서,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을 비싸게 판다고 생각해보자. 이는 거래의 중요 사항에 대해 고지를 하지 않고 거래를 하는 것으로, 거의 사기에 가깝다. 이러한 거래가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반복될 경우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막심해질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도 매우 저하될 수 있다.
   
   주식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보호하려면 위와 같은 내부자거래는 규율될 필요가 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세계 주요 각국들은 주식·증권시장에서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를 엄격히 규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본시장법에서 이를 금지하고 있다. 주식을 발행한 법인뿐만 아니라 그 법인의 임직원, 대리인으로서 그 직무와 관련하여 미공개 중요 정보를 알게 된 자까지도 규율 대상이 된다. 또한 해당 법인의 주요 주주이거나 인허가 업무를 취급한 자, 해당 법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거나 체결을 교섭하고 있는 자까지도 규율 대상에 포함된다. 특히 이러한 자들로부터 미공개 중요 정보를 받은 자도 규율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친구나 친인척을 이용한 거래도 형사처벌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
   
   여기서 미공개 중요 정보란 관련 법에 따라 공시, 신고의무가 있는 정보에 한정되지 않는다. 특정 정보가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모두 포함된다. 요즘 코인판에서 나오는 주요 공시 정보들은 주식시장 관점에서 본다면 대부분 미공개 중요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자본시장법의 규정은 상장법인, 증권(주식)에 적용될 뿐, 암호화폐 거래소나 암호화폐 발행사(각종 재단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만약 특정 암호화폐가 증권으로 판단된다면 위와 같은 규정을 적용해볼 수도 있을 것이나, 일반적으로 암호화폐(가상자산)를 증권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 발행사, 발행사와 협업 관계에 있거나 있을 예정인 회사 등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거래를 하더라도 규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물론 공시 내용이 허위나 과장된 것이라면,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 그러나 공시 내용이 진실된 것이라면, 이러한 내용을 사전에 알고 거래에 이용하였다고 하여 처벌하기는 어렵다. 주식시장에서 했다면 수갑을 찼겠지만, 코인판에서는 즐거운 돈잔치가 될 뿐이다.
   
   
   특금법이 도입된다고 사정이 나아지나?
   
   개정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도입, 시행된다고 이러한 상황이 달라질까? 3월 25일 시행되는 개정 특금법은 암호화폐 거래소나 암호화폐 발행사 등으로 하여금 암호화폐(가상자산)를 취급하려면 정부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나 시세조종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 애초 법의 목적이 투자자 보호에 있다기보다는 자금세탁행위 및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의 효율적 방지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투자자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 특금법을 도입, 시행했다기보다는 G20 정상회의와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등의 국제기구에서 자금세탁방지 및 공중협박자금조달금지를 위한 국제기준을 제정하고, 회원국들에 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떠밀려 개정법을 도입, 시행한 측면이 크다. 만약 진정 국민과 투자자를 위해 입법활동을 했다면 내부자거래, 시세조종에 대한 규율부터 연구하고 도입방안을 검토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이 내부자거래, 시세조종에 대한 규율이 없는 상황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를 도입, 시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일 수 있다. 정부가 공인한 거래소에서 내부자거래, 시세조종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상자산, 암호화폐에 대한 전망이 밝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불공정거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상, 투자자들의 신뢰는 떠나갈 수밖에 없다. 3년 만에 찾아온 불장. 투기판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 국회, 업계에서는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화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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