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태풍을 피해 인천공항으로 대피해 늘어서 있는 에어부산 여객기들. ⓒphoto 뉴시스
지난해 9월 태풍을 피해 인천공항으로 대피해 늘어서 있는 에어부산 여객기들. ⓒphoto 뉴시스

오는 2030년을 목표로 조성될 부산 가덕도신공항을 메인허브로 삼을 항공사 물색에 관계 기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월 26일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통과와 함께 경제적 논란은 차치하고,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법적 근거는 마련된 상태다. 다만 수조원의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만들 신공항을 메인허브로 사용할 항공사가 마땅치 않은 것이 문제다.

부산 김해공항을 허브로 부산 지역 상공인들이 주주로 있는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은 가덕도신공항 개항과 함께 옮겨 가는 것이 확실시되지만, LCC 3사(社) 통합이 걸림돌로 떠올랐다. 에어부산의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피인수되면서 진에어, 에어서울 등과 LCC 3사 통합이 예정돼 있어서다.

통합 LCC 3사가 부산에 본사를 두고, 가덕도신공항을 메인허브로 삼는다는 보장은 없다. 통합 대상인 진에어나 에어서울은 모두 항공수요가 월등히 큰 인천공항 등 수도권에 기반한 터라, 통합 LCC 본사와 메인허브 자체를 부산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진에어와 에어서울은 본사가 모두 서울 김포공항 근처에 있다. 대한항공 우기홍 사장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세 회사가 통합이 되었을 때 어느 한 곳이 아닌 인천과 부산이 동시에 발전해나가야 한다”며 “부산에 LCC 본사를 둘지 여부는 통합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지역 주민들과 관련 기관, 직원들과 협의해 풀어나갈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도 제주도가 지분을 갖고 있어 허브를 옮기기가 쉽지 않고,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해부터 항공사 존립 자체가 휘청일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하다. 부산에 본사를 둔 ‘시리우스항공’이란 신생 항공사가 출범을 준비 중이지만, 국토교통부가 신규 항공면허를 내줄지조차 의문스럽다.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시장 침체와 LCC 과포화로 인해 2019년 3월, 신규 국제항공운송면허를 발급한 3개 신생 항공사(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플라이강원)조차도 공항에 발이 묶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시는 통합 출범 예정인 LCC 3사의 본사와 메인허브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형편이다. 오는 4월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킨 여권도 통합 LCC 3사의 본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가덕도신공항 첫 삽을 뜨는 시장이 되겠다”며 “에어부산·진에어·에어서울 등의 LCC 통합사도 부산에 유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합 LCC 3사의 본사와 메인허브를 유치한다 해도 LCC 단독으로만 허브화를 이룬 사례 역시 드물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연간 5000만명 이상의 여객을 처리한 주요 허브공항은 소위 ‘대형항공사’로 불리는 ‘FSC(Full Service Carrier)’의 메인허브를 하나 정도는 끼고 있다. 베이징 서우두(중국국제항공), 도쿄 하네다(일본항공·전일본공수), 상하이 푸둥(중국동방항공), 광저우 바이윈(중국남방항공), 홍콩 첵랍콕(캐세이퍼시픽항공), 인천(대한항공), 싱가포르 창이(싱가포르항공) 등이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인공섬에 조성한 오사카 간사이공항이 세계 50위권 밖에 머무는 까닭도 메인허브로 삼는 항공사가 LCC인 ‘피치항공’뿐이라는 약점 탓이다.

LCC만으로 허브공항 사례 드물어

코로나19 직후 항공사의 경영난과 항공업계 재편으로 FSC를 가덕도신공항으로 끌어오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국내 항공업계는 대한항공 1강(强) 체제로 재편된 상태다. 하지만 인천에 연고를 두고 수도권 신공항의 인천 낙점과 인천공항의 허브화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던 대한항공이 메인허브를 옮길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신공항이 인천 영종도로 최종 낙점된 까닭은 대한항공 창업주인 조중훈 전 회장이 인천 출신이란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부산시는 가덕도신공항의 초기 조성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활주로를 1본(本)만 놓고, 기존 김해공항에서 국제선만 가덕도신공항으로 옮긴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여객수요와 항공기마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가덕도신공항과 김해공항으로 국제선과 국내선이 이원화되면 두 집 살림을 해야 하는 항공사와 공항공사의 경영상 부담은 더 커진다. 공항이 이원화되면 항공사 부스와 인력 배치 등 부담이 2배로 들고, 항공기 회전을 극대화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에 “막대한 조성비용을 뽑기 위해 이착륙료 등 공항시설 이용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어 항공사 유치가 김해공항 시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실 국제선과 국내선 이원화에 따른 공항 이용의 불편함은 부산 지역 공항이용객이라면 다른 지역보다 훨씬 절실히 체감하는 부분이다. 부산 지역 공항이용객들은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 각각 국제선과 국내선으로 이원화되면서 국제선 이용이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는 불만을 피력해왔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은 자동차로 42㎞, 30분 거리지만 환승저항이 상당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12년 김해공항~인천공항을 시작으로 ‘환승전용내항기’를 투입하고, 2014년에는 부산역에서 인천공항까지 직결운행하는 KTX까지 투입했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른 후인 지난 2018년 9월 수요부족으로 폐지됐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국제선·국내선 기능분리로, 현재 부산에서 미주(하와이 포함)로 가는 노선은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환승하는 것이 인천공항 직항편에 비해 시간상, 거리상, 비용상 큰 차이가 없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선·국내선 분리로 인천공항도 사실상 24시간 운영이 안 되는 반쪽 허브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신공항추진본부 측은 “인천국제공항과 기존 김포공항과의 역할 분담도 개항 4년 전에 확정됐다”며 “공항 운영방식은 공항시설의 적정배분, 항공사 운영계획 및 정부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하며, 향후 운영방식에 대한 용역 수행 및 협의를 통해 최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항사 이원권 허용도 어려울 듯

가덕도신공항에 취항할 항공사 유치를 위해 ‘이원권(以遠權)’으로 불리는 ‘제5자유 운수권’을 외항사들에 허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쉽게 말해 이원권은 가덕도신공항으로 날아온 외항사가 부산에서 여객을 싣고 제3국으로 오고 갈 수 있는 권리다. 일례로 일본 나리타공항과 간사이공항 등은 항공사와 환승객 유치를 위해 외항사의 이원권을 제법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인천~나리타~호놀룰루(하와이), 제주항공의 청주~간사이~괌, 티웨이항공의 대구~간사이~괌 같은 노선이 이원권을 활용한 대표적 노선이다.

부산시 등은 지방공항 활성화와 장거리 국제노선 개설을 위해 ‘이원권’ 허용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반면 국토부와 국적항공사들은 인천공항 허브화 정책과 외항사 특혜논란 등을 고려해 난색을 표명해왔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항사들에 가덕도신공항을 거점으로 ‘이원권’을 부여하는 것은, 국적항공사의 영업기반을 잠식할 수 있어 당장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부산부터 반대하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이원권 부여는 3개국 간 항공협정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FTA처럼 이득과 손실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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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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