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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2호]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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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혁명의 서막]화폐혁명의 서막… 세계 중앙銀 80% 디지털화폐 개발 중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월가이야기’ 저자 

photo 셔터스톡

   연재를 시작하며
   
   중국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세계는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이미 작년에 4개 도시와 베이징올림픽촌에서 1차 파일럿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올해에는 시험 지역을 홍콩 등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올 11월에는 미국 주도의 ‘국제은행간통신망(SWIFT)’에 맞서기 위해 만든 ‘위안화국제결제시스템(CIPS)’에 디지털화폐를 연동시킬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이를 공식적으로 세계시장에 선보이며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중앙은행의 80%가 디지털화폐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들의 합종연횡(合從連衡)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전 영란은행 총재 마크 커니는 유럽 주도의 ‘합성패권통화(Synthetic Hegempny Currency)’를 제안했다. 각국 중앙은행디지털화폐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일종의 ‘디지털 공동통화’를 만들어 달러에 대응하는 기축통화로 쓰자고 주장한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SWIFT에 대항하는 국제결제망 ‘SPFS’와 ‘CIPS’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러 간 무역에서 달러를 사용하는 비중이 90%에서 최근에는 40%대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인도도 가세했다. 2018년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서 5개국이 블록체인 기술을 공동연구하기로 했다. 이것이 과연 브릭스 경제공동체의 디지털화폐 개발로 진화할 것인지 여부는 지켜보아야 할 대목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이슬람 디지털통화의 움직임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가 비전으로 ‘아버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1차로 아랍에미리트와 디지털 송금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를 중심으로 ‘분권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여기에 민간 분야의 스테이블코인들과 암호화폐까지 가세하면서 통화의 종류가 ‘다양화’되고 있다. 곧 분권화와 다양화가 미래 통화시장의 모습이다.
   
   게다가 앞으로는 클릭 한 번으로 외국 디지털화폐를 사고파는 시대가 온다. 패권국가들이 기축통화를 공급하던 공급자 중심 통화 시대에서 세계 시민들이 선호하는 통화를 직접 선택하는 소비자 중심 통화 시대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화폐혁명의 변곡점에 우리가 서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수동적으로 끌려가지 않으려면 변화를 앞장서서 주도해야 한다. 이를 같이 고민해보기 위하여 이 연재를 기획했다.
   

▲ 2019년 11월 하버드대에서 열린 모의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모습과 안내 포스터. 여기서는 중국의 디지털화폐로 인해 벌어질 가상 시나리오가 논의됐다.

   중국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가장 주시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달러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표면상으로 미국은 중국과 유럽 등에 비해 중앙은행디지털화폐 개발에 가장 뒤처져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학계와 정재계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학계는 이를 이미 ‘디지털화폐 전쟁’이라 규정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으며, 하버드대와 MIT가 이 분야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실제 2019년 11월 19일 하버드대 공공정책대학원 케네디스쿨에서 ‘모의’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중국의 디지털화폐로 인해 벌어질 가상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특히 디지털화폐를 이용한 북한의 핵무장과 안보위협이 도마에 올랐다.
   
   당시 회의에는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비롯해 애슈턴 카터 전 국방장관, 메건 오설리번 전 국가안보보좌관, 니컬러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 게리 겐슬러 전 상품선물거래위원장 등 지난 20년간 미국의 외교·안보·금융 정책을 지휘한 핵심 관료들이 모였다.
   
   주목할 것은 이들의 모임이 일회성이 아니라 상시적 연구그룹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하버드와 MIT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MIT의 경우는 ‘디지털 통화 이니셔티브(Digital Currency Initiative)’라는 MBA 과정을 신설해 암호화폐와 분산원장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바이든 정권에서 증권거래감독위원장으로 발탁된 게리 겐슬러가 이 MBA 과정 교수 출신이다.
   
   올 초 브룩스 통화감독청장은 금융권의 스테이블코인 사용을 전격 허가했다. 이에 앞서 통화감독청은 은행권의 암호화폐 수탁업무(커스터디)를 허용했고, 암호화폐거래소도 주정부의 허가를 얻으면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기존 금융권과 암호화폐거래소 간 칸막이의 일부를 열어준 것이다. 금융권이 통섭과 융합의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현재 은행들의 물밑 작업도 치열하다. 암호화폐 수탁업무와 가상자산업무, 이른바 디지털 자산 유동화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의 20%가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사장되었다는 현실에서 이제는 안심하고 은행에 보관할 수 있는 수탁업무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아날로그 자산은 디지털 자산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범접하기 힘들었던 고액의 미술품과 강남 아파트들이 이미 디지털 자산이 되어 소액으로 쪼개져 거래가 되고 있다. 이른바 NTF(Non-Fungible Token·대체불가 토큰)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예술품 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립토아트에 따르면 NFT 기반으로 거래된 예술 작품의 총액은 지난 3월 4일 기준으로 1억9740만달러이고 거래된 작품 수는 10만점이 넘는다. 올 3월 초에는 일론 머스크의 연인이자 가수인 그라임스가 디지털 복제방지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그림을 온라인 경매에 부쳐 20분 만에 65억원을 벌었다.
   
   금융권의 스테이블코인 거래 도입이 갖는 의미와 변화는 서서히 드러나겠지만, 그중 하나가 외화 송금 시스템의 급속한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현행 은행 간 국제 외화 송금수수료는 금액에 따라 8~25%라는 고액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는 거치는 단계가 많기 때문이다. 환전수수료+송금수수료+전용망수수료+수신수수료+환전수수료+현금수수료 등 거치는 여섯 단계마다 수수료가 부가되다 보니 이렇게 고율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것이다.
   
   이것을 중앙은행디지털화폐로 송금하면 ‘환전수수료+송금수수료+환전수수료’의 3단계로 대폭 축소되어 수수료는 5% 내외로 줄어든다. 그런데 스테이블코인의 경우는 환전할 필요가 없다 보니 환전수수료가 들지 않아 수수료가 2% 내외로 대폭 줄어든다. 나중에는 그마저 제로로 수렴될 것이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어떤 통화를 송금용으로 선호할 것인지는 불 보듯 명확해진다.
   
   여기에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가장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메타버스(Metaverse)이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접두사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온라인에 구현된 가상세계를 말한다. 이렇게 가상현실이 실제 현실과 만나는 메타버스 혁신이 가속화하면서 가상화폐가 그 속에서 쓰이고 있다.
   
   메타버스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활발하게 쓰고 있는 플랫폼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공연이 중단된 상황에서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 안에 만들어진 콘서트홀은 전혀 딴 세상이었다. 지난해 4월 포트나이트 콘서트홀에서 열린 인기 래퍼 트래비스 스콧의 공연에는 1230만명이 동시 접속했다. 몇만 명을 수용하는 현실의 공연장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입장객 숫자였다. 지난해 9월 방탄소년단(BTS)도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를 ‘포트나이트’에서 처음 공개했다. 포트나이트 사용자가 BTS 안무 아이템을 구매하면 자신의 아바타가 BTS 춤을 따라서 추게 된다. 최근 대학가에선 신입생 입학식에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메타버스’ 시대 대표주자로 꼽히는 게임기업 로블록스가 뉴욕증시에 상장되었다. 미국 10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곳이 로블록스이다. 16세 미만 미국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로블록스에 가입해 게임을 즐기고 있다. 13세 미만 아이들은 유튜브보다 로블록스에서 2.5배 정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전 세계로 로블록스 열풍이 번지고 있다. 인터넷이나 휴대폰보다 메타버스를 더 혁명적으로 보는 이유이다. 궁극적으로 메타버스가 게임을 넘어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가상화폐의 영역이 확대될 것이다. 이처럼 급속하고도 현란한 변화의 물결을 따라가기조차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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