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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릴레이 인터뷰|스타트업의 프런티어들]  필리핀 섬, 베트남 오지도 OK! 해외 송금시장 잡은 ‘센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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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2호]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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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스타트업의 프런티어들]필리핀 섬, 베트남 오지도 OK! 해외 송금시장 잡은 ‘센트비’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센트비는?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된 국내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소액해외송금 서비스로 시작해 기업 해외결제, 글로벌 송금·결제 서비스로 확장 중. 기존 금융권에서 관심을 갖지 않던 틈새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외환전문 네오뱅크로 성장하고 있다.
   

   #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후반 필리핀 근로자 A씨는 매달 필리핀 섬에 사는 부인에게 생활비를 보낸다. 비싼 수수료도 문제지만 섬에 사는 부인이 돈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섬에는 은행이 없다 보니 도시에 사는 형에게 일단 송금을 하고, 부인은 돈을 찾기 위해 배 타고 차 타고 도시로 나가야 했다. 요즘 A씨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스마트폰 클릭 몇 번이면 송금이 가능하고 부인도 섬에 있는 전당포에 가서 신분증과 휴대폰으로 온 코드만 보여주면 당일에도 돈을 찾을 수 있다. 필리핀은 전당포가 섬 지역의 은행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5000여개의 체인점을 보유한 대형 전당포 여러 곳이 필리핀 전역에 걸쳐 있다.
   
   # 해외 거주 교사와 한국 학생을 연결하는 글로벌 교육 스타트업. 매달 전 세계 교사에게 월급을 보내려면 직원이 건별로 은행에 가서 해외 개인 계좌로 송금을 해야 했다. 송금 업무에만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이 기업은 현재 사무실에서 수백 건의 결제를 한 번에 처리한다. 과거에 비해 업무량은 10분의 1로 줄었고 수수료 비용도 5분의 1로 줄었다.
   
   # 한 식품업체는 해외 거래업체에 한 번에 30여억원 규모의 결제대금을 보낸다. 그런데 계약 시점과 실제 돈을 송금한 시점이 다르다 보니 환율 변동으로 인해 1억여원의 환차손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이 업체는 환차손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환율 변동에 관계없이 계약 시점의 환율을 그대로 적용한 금액을 보내면 되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사례는 모두 핀테크 스타트업 센트비의 서비스를 이용한 결과이다. 센트비는 2016년 개인 소액해외송금에서 출발, 지난해 기업 해외송금, 글로벌 서비스까지 확대하고 외환전문 네오뱅크(오프라인 지점 없는 온라인 은행)로 발돋움하고 있다. 센트비의 성장곡선은 아주 가파르다. 2020년 12월 기준 누적 해외송금 건수 120만건, 누적 송금액 1조원을 돌파했다. 해외송금 가능 국가도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유럽, 북미, 호주 등 50여개국으로 확대됐다. 해외송금 수취 채널은 50만개에 달한다. 국내서 최초로 싱가포르 통화청(MAS)으로부터 해외송금 라이선스도 취득했다. 싱가포르 라이선스는 세계적으로 100곳이 안 될 만큼 힘들다. 글로벌 금융허브인 싱가포르를 뚫은 덕분에 한국에서 해외로 송금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한국으로, 해외에서 해외로의 송금도 가능하게 됐다.
   
   
   편하고, 빠르고, 싸게
   
   창업 6년 만에, 어떤 분야보다 진입장벽이 높은 금융 분야에서 신생 스타트업이 시장을 사로잡은 성공 포인트는 단순하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외환거래를 할 때 문제는 똑같다. ‘복잡한 절차, 느린 속도, 비싼 수수료’이다. 센트비는 이것을 ‘편하고, 빠르고, 싸게’ 만들었다.
   
   센트비는 스마트폰 앱과 PC를 통해 클릭 세 번으로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해외송금을 할 수 있다. 금융 인프라가 열악한 동남아시아의 경우 돈을 찾는 데 최대 일주일 걸리던 것을 전당포, 우체국 등 나라별로 다양한 수취 채널을 확보해 당일 집 부근에서 찾을 수 있게 했다.
   
   송금수수료도 시중은행보다 싸다. 시중은행의 경우 해외송금을 할 때 시중은행→중개은행→현지은행을 거치면서 각종 수수료가 붙는다. 송금수수료 뒤에 전신료+중개수수료+수취수수료 등 수수료 4종 세트가 기본이다. 센트비는 센트비→파트너사로 절차를 단순화했고 송금수수료 5000원 외에는 숨은 수수료가 없다. 예를 들어 40만원을 송금할 경우 시중은행을 거치면 4만원(4종 수수료+환전수수료)이 넘게 들지만 센트비는 7400원(수수료 5000원+환전수수료)에 불과하다 보니 해외 유학생이나 국내 외국인 근로자에게 필수 앱으로 통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현재 20만명이 센트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외국인 근로자가 84만8000명이니 4명 중 1명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센트비의 기업 서비스 ‘센트비즈’는 해외 거래를 하는 영세기업에는 획기적이다. 대기업, 중견기업은 거래은행의 전담 직원이 외환관리를 해주지만 영세기업은 환차손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계약 시점과 거래 시점의 환율 변동으로 인해 이익을 보기도 하지만 큰 손해를 입기도 한다. 센트비는 환헤지시스템(환율을 미리 고정해 두는 거래 방식)이 자동으로 작동하게 만들어 외환 리스크를 해결하고 풀링(pooling·묶음 송금), 네팅(netting·상계 처리) 방식을 활용해 수수료를 시중은행보다 평균 30~50% 낮췄다. 환율이 오르든 내리든 기업은 계약 시점의 환율로 거래하면 되고, 은행에 가야 했던 송금 업무를 사무실에 앉아서 클릭만으로 해결할 수 있게 했다. 센트비는 기존 은행들이 관심을 갖지 않던 틈새시장을 ‘착한 서비스’로 공략한 것이다.
   
   지난 3월 22일 서울 삼성역 근처 센트비 사무실에서 최성욱(37) 대표를 만났다. 그는 “망하더라도 세상을 시끄럽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센트비를 만들었다고 했다. 목표를 이뤘느냐는 질문에 “아직 멀었다”면서 “일단 내년까지 아시아 시장을 시끄럽게 만들어 아시아의 센트비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자신감의 근거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부터 시작한 글로벌 서비스에 있다. 센트비의 서비스를 이용한 두 나라의 반응이 뜨겁다. 매달 이용자가 3배씩 늘고 있고 재이용률이 80%에 달한다. 그는 “한국의 금융 시스템은 세계 최고입니다. 해외송금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든 싸고 빠르고, 글로벌 경쟁력이 충분합니다”라고 말했다. 센트비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매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글로벌 핀테크 페스티벌에 나가면 해외 업체들이 먼저 알아보고 센트비의 성장에 놀라워한다고 한다.
   
   빠른 성장만큼이나 대가도 혹독했을 것이다. 가장 궁금한 것은 ‘그 많은 수취 채널을 어떻게 뚫었느냐’였다. 최 대표가 “은행 관계자들도 많이 물어본다”면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는 도시에만 은행이 몰려 있고 지방은 다양한 대체 채널이 있다. 필리핀처럼 전당포 빅 브랜드가 잡고 있는 경우도 많고, 산이 많은 베트남은 슈퍼마켓이 우체국 역할을 하는가 하면 집으로 돈을 배달해주는 업체도 있다. “전화하고 찾아가고 설득하고, 만나만 준다고 하면 무조건 비행기 타고 날아갔습니다. 이재영 CSO(최고전략책임자)는 1년에 비행기를 72번 탄 적도 있습니다. 무명의 스타트업을 어떻게 믿고 해줬을까,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지만 5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하면 거절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한국에 이런 서비스가 있는데 당신 국민들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득하면서 파트너사를 늘렸습니다.”
   
   국내 이용자를 늘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타깃을 필리핀 근로자로 잡고,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성고 앞에서 매주 열리는 필리핀 장터부터 공략했다. 한겨울 장터 근처에 책상을 놓고 센트비를 알리기 시작했다. 장터 회장이 보기에 안됐던지 장터 안쪽 한 귀퉁이를 내주었다. 베트남 근로자를 잡기 위해 센트비배 축구대회, 이주민 페스티벌을 열고 신뢰를 쌓았다. 창업의 과정이 모두 치열하지만 바닥에서부터 구른 최 대표의 맷집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의 이력은 흥미롭다.
   
   
▲ 2019년 10월 센트비가 주최한 다문화 페스티벌. photo 센트비

   뮤지컬 가수의 꿈과 창업 사이
   
   학창 시절 그의 꿈은 뮤지컬 가수였다. 뮤지컬 ‘캣츠’를 보고 일찍부터 자신의 길을 정했다. 연극영화과를 가려고 했지만 선생님과 어머니의 협공에 막혔다. “전공은 안 된다. 대학 간 이후에는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다”는 어머니의 협상안에 넘어가 연세대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대학 입학으로 할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꿈을 좇았다. 뮤지컬을 하려면 춤을 먼저 배우라는 충고를 듣고 대학 춤 동아리에 들어갔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경제적인 독립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몸 쓰는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서 번역, 학원강사, 게임회사 버그 잡는 일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3학년 때까지 강의실에서 그의 얼굴을 보기는 힘들었다.
   
   한때 댄스그룹 백댄서도 했지만 가정사가 얽혀 뮤지컬 가수의 꿈은 결국 포기하고 취업을 했다. 컨설팅 회사를 거쳐 한국자금중개에서 외환브로커로 일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이었지만 그는 ‘내 일’이 하고 싶었다. “5년 후를 상상해 봤습니다. 좋은 차? 비싼 음식? 제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남의 회사에서 신사업을 경험해보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나와 건축디자인 스타트업에 들어갔다. 컨설팅부터 시작해 건축물이 준공되는 것까지 보고 나와서 학교 후배인 이재영 CSO 등과 함께 팀을 꾸려 센트비를 창업했다. 고액 연봉의 회사를 때려 치고 거친 창업 생태계로 뛰어든 이유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그는 “자신감”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다 보니 뭘 해도 굶어죽지 않을 자신이 있었습니다. 설사 망한다고 하더라도 그 경험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금융권은 진입 허들이 높다. 센트비도 처음 블록체인 쪽으로 접근했다가 방향을 돌렸다. 소액해외송금업도 2017년 외국환거래법에 소액해외송금업을 신설하고 나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금융 규제 샌드박스’ 등이 발효되는 등 핀테크를 막는 규제 이슈는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 최 대표의 말이다. 그 과정의 한가운데서 수없는 허들을 넘어온 최 대표는 힘들 때마다 사업 초기 한 투자사 대표가 해준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지금 힘든 것은 앞으로 겪을 일의 10만분의 1도 안 된다. 그걸 버티지 못하면 지금 그만둬라. 그걸 버틸 수 있다고 하면 힘든 걸 즐겨라!”
   
   ‘단거리 선수’처럼 달려왔지만 이젠 ‘장거리 선수’의 지구력을 갖추는 것이 자신의 숙제라고 말하는 최 대표의 최종 목표는 누구나 간편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국경 없는 금융’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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