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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6호]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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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하우스푸어 울린 LH의 희망임대리츠

배용진  기자 max@chosun.com 2021-05-06 오후 1:15:31

▲ 지난 3월 10일 촬영한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경.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강남구의 한 회사에 다니는 50대 직장인 A씨는 2013년 희망임대리츠1호에 자신이 보유했던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전용면적 71㎡)를 팔았다. 희망임대리츠는 국토교통부가 운용하는 주택도시기금이 전액 출자해 설립한 주식회사다. 당시 매각한 금액은 약 3억8500만원. A씨는 아파트를 매수하느라 무리하게 진 대출을 갚기 위해 월 120만원씩 나가는 금액이 부담이었던 이른바 하우스푸어였다. A씨는 아파트를 판 뒤 희망임대리츠에 90만원씩 월세를 내면서 5년간 자신이 판 아파트에 거주했다.
   
   하지만 A씨가 아파트를 판 이듬해 정부 정책이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서울지역 재건축 가능 연한이 40년이었는데, 2014년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책으로 재건축 가능 연한을 30년으로 줄여주면서다. A씨가 보유했던 아파트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로 지정되면서 시세가 6억원을 가볍게 넘어섰다. 희망임대리츠는 본래 재건축 가능 아파트는 매입하지 않았는데, A씨로부터 산 아파트의 경우 나중에 재건축 대상이 되면서 희망임대리츠 측이 정책 변경으로 인한 이득을 본 셈이다. 결국 A씨는 2018년 약 2억4000만원이 오른 금액인 6억3000만원에 희망임대리츠로부터 같은 아파트를 재매입했다.
   
   마찬가지로 서울 관악구 한 아파트 (전용면적 84㎡)를 희망임대리츠1호에 약 3억7000만원에 팔았다가 5년 뒤 5억2500만원에 되산 60대 주부 B씨는 “희망임대리츠가 일반 실거래가보다도 오히려 주택을 더 비싸게 팔았다”고 하소연했다. 2018년 무렵 아들이 결혼하면서 같은 단지 아파트를 한 채 더 산 B씨는 “부동산을 통해 비슷한 시기에 일반 거래한 아들 아파트는 4억6000만원으로 희망임대리츠를 통해 재매입한 아파트보다 오히려 싸게 샀다”고 했다. 당시는 하루하루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던 시기였고, LH직원들이 “매수하시라”고 권유하는 데다 오랫동안 거주하던 아파트라 비싼 금액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재매입했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도 아파트에 LH가 무슨 사업을 한다는 게시물이 붙어 있는데 이걸 볼 때마다 원통해서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 지난 4월 27일 김현준 신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LH 투기 사태’와 관련해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집값 폭등에 시세차익은 LH가
   
   희망임대리츠는 2013년 사회문제가 되던 ‘하우스푸어’ 구제책으로 주택도시기금을 투입해 만들어진 사실상의 공적 회사다. 희망임대리츠는 일종의 주식회사로 주택도시기금 단일 주주가 전체 600만주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2013년 4월 설립된 희망임대리츠1호는 그해 9월부터 하우스푸어들로부터 주택 507채를 매입했다. 희망임대리츠2호는 2014년 1월부터 389채를 매입했다. 전체 매입 금액은 1차 1448억원, 2차가 1104억원에 달했다. 희망임대리츠에 집을 판 사람들(원소유주) 상당수는 희망임대리츠에 월세를 내고 기존 집에 살았다. 당시 희망임대리츠는 매입 조건으로 ‘1가구1주택일 것, 면적이 85㎡ 이하일 것’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다주택자나 넓은 집을 가진 소유주의 주택은 매수하지 않았다. 대출금 감당이 어려운 하우스푸어가 희망임대리츠에 보유한 주택을 팔면 5년간 리츠에 월세를 내면서 살 수 있고, 5년 뒤 감정평가액의 100%을 지불하면 다시 그 주택을 매입할 수 있게끔 했다.
   
   하지만 이후 시작된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책에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데다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주택가격이 폭등했다. 원소유주들이 다시 집을 살 수 있는 5년 뒤인 2018년이 되자 리츠가 매입한 주택들의 가격은 2013년에 비해 평균 30% 이상 상승했다. 이처럼 팔았던 집값이 폭등하면서 원소유주가 다시 리츠로부터 주택을 매입한 사례는 희망임대리츠1호의 경우 전체 507가구 중 42가구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자신이 살던 집에서 밀려났다.
   
   희망임대리츠는 주택도시기금이 단일 주주이지만 사실상 LH가 운용 관리하는 회사다. 희망임대리츠 1호와 2호 3호 모두 본점 소재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54번길 3(구미동)으로 되어 있는데, 이곳은 LH 경기지역본부 주소다. 희망임대리츠 홈페이지 역시 LH 홈페이지에 속해 있다. LH는 집값 폭등 과정에서 생긴 차액 이외에도 거액의 매각수수료까지 챙겼다. 국토부와 LH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3월 말 청산된 희망임대리츠1호에 대한 매각성과수수료로 약 188억원을 지급받았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8월 청산된 희망임대리츠2호에 대한 매각성과수수료로는 약 59억원을 지급받았다. LH가 두 리츠로 인해 거둔 매각성과수수료 금액을 합치면 약 247억원에 달한다.
   
   LH가 위탁 운용해온 희망임대리츠는 설립 당시부터 LH와 자산관리위탁계약을 맺었다. 이 자산관리위탁계약에는 매각성과수수료 부분이 명시돼 있다. 이 매각성과수수료는 희망임대리츠가 청산될 때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도 회사 재산이 남을 경우 LH에 지급하는 금액이다.
   
   LH는 이와 별도로 자산관리수수료(AMC수수료) 명목으로도 희망임대리츠1호 한 곳으로부터만 월 5000만원(부가가치세 별도), 1년에 6억원씩을 받아갔다. 자산관리수수료는 희망임대리츠를 통해 매입한 자산을 LH가 관리한 데 대한 운용 보수 명목으로, 매각성과수수료와는 별도다. 희망임대리츠1호는 2013년 4월 설립돼 2020년 4월까지 약 7년간 존속했다. LH가 희망임대리츠1호 한 곳으로부터 자산관리수수료 명목으로 받아간 전체 금액만 해도 50억원에 육박한다.
   
   이에 대해 LH는 “매입 당시 집값 하방에 대한 리스크를 LH가 졌기 때문에 매각성과수수료 역시 LH에 귀속되는 게 맞는다”는 입장이다. LH의 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2013년 4월 희망임대리츠 제도 시행 당시 상황은 주택가격 하방 리스크가 굉장히 강했다”며 “당시 동향으로는 5년 후 집값이 더 내려갈 거라 보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리스크를 LH가 오롯이 지는 것이었고, 민간 리츠가 아무도 들어가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정책리츠사업을 통해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향후 집값의 향방을 예견하기는 어려웠지만, 매각성과수수료라는 유인이 없으면 아무리 공기업이라도 참여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 지난 3월 24일 성남주민연대 회원들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에서 LH 해체와 주택청 신설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LH “리스크 졌던 만큼 성과는 우리 것”
   
   “리스크를 LH가 졌던 만큼 성과 역시 LH에 귀속되는 것이 맞는다”는 LH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매각성과수수료의 규모가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된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주택도시기금도 아닌 공기업 LH가 대부분 누렸기 때문이다. 희망임대리츠는 국토부가 운영하는 ‘리츠 공시시스템’에 분기별 투자보고서와 주요 경영사항을 공시하도록 되어 있다. 희망임대리츠1호의 경우 단일주주인 주택도시기금이 약 69억원가량을 배당금으로 가져간 반면 LH는 매각성과수수료로 188억원, 자산관리수수료로 50억원 가까이를 가져갔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은 국토부 장관이 운용권을 가지고 있다.
   
   희망임대리츠를 향해 쇄도하는 주택 원소유주들의 불만은 경기 성남 판교 등에서 문제가 되어온 ‘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 임차인들과도 비슷하다.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들 역시 임대차 계약이 시작된 때보다 분양 시점의 집값이 폭등하면서 고가의 분양전환 가격에 반발하는 임차인들이 국토부와 LH를 상대로 한 소송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단지별로 각각의 단체를 이뤄 집단행동에 나선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들과 달리 희망임대리츠 원소유주들은 집단행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근처에 있어 서로 자주 만나고 의견을 교환하기 쉬운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들과 달리 희망임대리츠에 주택을 매각한 이들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A씨는 “여러 명이 모여 소송 등을 준비하려고도 해봤지만 수도권과 인천, 다른 지방 등 원소유주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어 좀처럼 뜻을 모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LH 측은 “원소유주들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이제 와서 차익을 반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LH의 한 관계자는 “최초에 LH가 참여하던 당시 상황에서 리스크를 LH가 졌던 건데 성과 지급이 없으면 아예 참여가 어려웠다”며 “희망임대리츠의 경우 LH의 출자는 하나도 없었고 기금 100%였는데, 기금은 국민 세금과도 관련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차익을 반환하라는 원소유주들의 주장은 들어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LH는 희망임대리츠의 후속으로 현재 ‘국민희망임대리츠’도 운용하고 있다. 국민희망임대리츠는 리츠의 주택 매입 시 감정평가액의 90%를 하한선으로 해서 매입하고 리츠가 매도할 때는 집값 상승분의 80%를 상한선으로 해서 하우스푸어가 재매입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희망임대리츠가 주택을 판매할 때 감정평가액의 100% 금액으로 팔면서 원래 해당 주택을 소유했던 임차인들로부터 많은 불만과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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