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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659호] 2021.05.24

아직은 아니라지만… 인플레 논란에 숨은 공포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2021-05-25 오후 3:03:19

▲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는 세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photo 뉴시스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경제 재개와 각종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맞물리면서 소비자물가가 뛰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2008년 9월 이후 13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4.0%를 돌파한 것도 이때 이후로 처음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3.6%였다.
   
   사실 어느 정도 높은 물가상승률은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나타난 상승률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글로벌 상품시장의 원자재 가격 폭등도 대단하다. 국제유가는 인플레이션을 예고하는 지표다. 지금 유가는 작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뛰었다. 제조업의 쌀로 꼽히는 구리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대두 가격도 2012년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자금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7%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8월에는 0.5%였다. 그만큼 채권 값은 하락했다는 뜻이다. 국채수익률의 상승은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졌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S&P500 지수 편입 종목들의 평균 배당수익률(dividend yield)인 1.43%보다도 높다. 당연히 주식시장에는 악재다.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과 맞닿은 인플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올해 1분기 실질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으로 6.4%에 이르렀다. 올해 연간 성장률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6.5%지만 일부에서는 7%대를 예상하기도 한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4월 소비자물가는 2.3% 올랐다. 2018년 11월 이후 29개월 만에 한국은행 물가 목표치인 2%를 넘었다.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논란은 자연스럽다.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인플레이션 논란에 불을 붙였다. 경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를 약간(very modest) 올려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통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미국의 연준은 여전히 조기 통화정책 정상화에 선을 긋고 있다.
   
   사실 예상을 뛰어넘은 4월의 물가상승률을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다. 우선 기저효과가 있다. 미국은 작년 4월부터 코로나19 확산이 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때 워낙 좋지 않았던 경제지표 때문에 올해 4~5월 물가지수는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물가가 뛴 이유 중 상당 부분이 중고차 가격 상승의 영향이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공급이 늦어지면서 중고차에 수요가 몰렸다. 중고차 가격은 10%가량 급등해 전체 물가 수준을 예상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백악관도 물가 급등의 이유를 공급망 문제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물론 4월의 물가 급등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도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을 상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4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의 상승률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뛰었다. 당초 전망했던 2.3%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1995년 12월 이후 역시 26년 만의 최고치다. 큰 폭으로 오른 근원 물가상승률을 보면 기대인플레이션은 당분간 낮아질 것으로 보기 어렵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발표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계속해서 3%를 웃돌고 있다. 미국 연준의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올해는 아니라 해도 내년에는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장기목표인 2%를 소폭 웃도는(somewhat above)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률이 높아지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넘어서면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인플레이션 논쟁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에 대한 예상과 맞물려 있다. 물론 미국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2023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연준은 과거 경기과열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높여왔다. 파월 의장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상황이 바뀌면 말이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법이다. 더구나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미국의 연준이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전환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까.
   
   
▲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자 미 연준은 지금의 통화정책 흐름이 바뀔 경우 과열된 자산시장이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photo 뉴시스

   적절한 인플레이션은 시장에 긍정적
   
   물가 수준의 지속적인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은 대체로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하지만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만 된다면 그리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실 경기회복 과정에서 일정한 수준의 인플레이션 발생은 자연스럽다.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면 물가도 따라서 오르는 게 당연하다. 통상 적절한 수준의 수요 인플레이션은 소비를 촉진해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인플레이션이 적절한 수준으로 발생한다는 것 자체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활발해 화폐가 시장에서 원활하게 돌고 있다는 뜻이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이 반비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은 역설적으로 성장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적당한 수준에서 관리한다면 실업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돌이켜보면 2% 정도의 물가상승률을 보고 놀라는 것도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 수준이 너무 낮아진 탓이다. 낮은 인플레이션이 오래 계속되면, 기대인플레이션까지 낮아진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현재 기대인플레이션이 너무 낮은 수준에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목표로 삼는 것은 ‘적절한 수준의 수요 인플레이션’이다. 굳이 말하자면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을 정도로 통화가 늘고 물가가 오르는 경기회복 국면의 이른바 리플레이션(reflation)이다. 국채금리 급등에 대한 불안도 마찬가지다. 금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2018년 1월,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3%를 넘었다. 지금의 금리는 절반 수준이다.
   
   지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 후 연설에서 파월 의장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2% 수준으로 높아지고 상당한 수준의 노동시장 개선(substantial further progress)이 실제 나타날 때까지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경제정책의 목표는 하나가 아니다. 연준의 정책 목표는 2% 수준의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3.5% 수준의 완전고용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는 겨우 26만6000명이 늘어나는 데 불과했다. 3월의 77만명과 비교해도 한참 적다. 시장의 전망치는 최소 98만명에서 최대 210만명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실업률은 6.1%로 코로나19 직전의 3.5%와는 아직 차이가 크다. 미국 내 공식 실업자는 현재 981만명이다.
   
   4월의 고용지표는 경기회복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팬데믹 이후에도 소비가 증가하는 정도에는 한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2023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파월 의장의 공언은 그때까지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모두가 그렇게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조금 더 빠른 목표 달성을 기대하는 듯하다.
   
   아무튼 지금 이 수준이라면 고용회복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 후반은 지나서 경기회복이 확인된 뒤에나 가능하다. 그것도 채권매입 축소가 먼저고 금리인상은 그 후가 될 것이다. 미국 정부도 연준도 아직 정책의 우선순위는 코로나19 위기 이전의 성장 경로로 확실하게 복귀하는 것에 있다. 지금의 상황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문제가 될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3.8%는 지난해의 역성장을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경제가 회복되려면 아직 멀었다.
   
   
   풀린 돈은 언제나 역습할 수 있어
   
   당장은 걱정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누적된 리스크로 인한 공포감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는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제어할 수단은 거의 없다.
   
   구조적으로 위기를 부르는 요소는 쌓여 있다.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는 경쟁적으로 막대한 돈을 풀었다. 세계적 규모의 빚은 엄청난 수준이다. IIF(국제금융협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작년 한 해 늘어난 세계 각국의 빚 17조달러를 포함해 2020년 말 현재 세계의 빚 규모를 277조달러로 추산했다.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3년치를 넘어선다. 막대한 유동성 공급은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풀린 돈은 언제든 역습을 시작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너무 많은 부채를 지고 있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을 합쳐 80조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미국 GDP의 3배를 훨씬 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위기로 연준이 지난 1년간 공급한 유동성은 4조달러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3조달러를 투입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다. 주요국들의 돈 풀기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도 6조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계획을 이행하려면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이미 미국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와 주택담보증권 잔고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2배인 8조달러를 넘는다. 연준은 지금도 한 달에 1200억달러 규모로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국채 공급의 증가는 당연히 채권금리를 올리고 가격을 떨어뜨린다. 유럽에서도 GDP 6% 내외의 ‘차세대 유럽연합’이라는 재정지출 계획을 마련했다.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세계적으로 자산시장 과열은 심상치 않다. 백신이 보급되고 경제회복이 가시화하면서 거품은 한 단계 더 부풀어 오르는 모양새다.
   
   연준의 금융안정보고서도 자산시장 과열과 폭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금의 흐름이 바뀌는 경우 자산가격이 폭락하고 금융 시스템 전반에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거품 붕괴는 대개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인상 이후 나타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말은 정책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이라기보다는 금리상승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경고다.
   
   코로나19가 가라앉고 경기회복이 이어지면서 앞으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수시로 제기될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려면 먼저 전반적인 경기가 과열되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 아직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기에는 이르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이 확실해진 후다. 하지만 자산가격의 버블현상과 언젠가 닥쳐올 수 있는 붕괴 가능성은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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