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급락하고 있는 요즘 거래소 역시 실명계좌 제휴 문제를 두고 위기를 겪고 있다. ⓒphoto. 뉴시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급락하고 있는 요즘 거래소 역시 실명계좌 제휴 문제를 두고 위기를 겪고 있다. ⓒphoto. 뉴시스

암호화폐 거래소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BNK부산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 3월 25일 시행된 특금법은 암호화폐를 다루는 사업자들에게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계약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기존 사업자에 대해서는 신고 의무 유예기간이 주어져 9월 24일까지 이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신고기한이 3개월 남은 시점에서 나온 부산은행의 결정은 중소형 거래소들의 생존 문제와 맞닿아 있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60여 곳 거래소 중 은행 실명계좌를 갖춘 거래소는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 등 ‘빅4’ 거래소 뿐이다. 그동안 다른 중소형 거래소들은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기 위해 사활을 걸어왔다. 하지만 일찌감치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거래소와 제휴를 하지 않기로 미리 못박으면서 선택지는 더욱 좁아진 상태였다.

애초 부산은행은 실명계좌 발급을 신중하게 검토했다.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들 역시 부산은행에 갖는 기대가 컸다. 일단 부산은 블록체인특구다. 부산은행은 이 특구의 주요 사업자 중 하나다. 거래소들은 블록체인과 접점이 있는 은행이라면 가상자산에 좀 더 호의적일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은행 입장에서도 새로운 먹거리 개발 차원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와 제휴는 생각할만한 선택지였다.

특히 업비트와 실명계좌를 제휴해 고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케이뱅크의 사례는 생존을 고민하고 있는 지방은행 입장에서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것을 계기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말 기준 수신 잔액은 12조 1400억원으로 지난해 6월보다 6배 이상 늘었고, 이용자수도 500만명을 돌파했다.

부산은행의 경우 내부적으로는 찬성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자금세탁이나 해킹 등 여러 가지 리스크를 우려해 실명계좌 발급을 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다.

일부 중소형 거래소들은 곧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를 대안으로 삼으며 협상에 나섰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이니 우리 입장을 기존 금융권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어서 기대를 갖고 접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토스뱅크도 6월 9일 금융위원회의 사업인가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와 계좌 제휴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방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 등 동앗줄로 생각했던 곳들이 줄줄이 그 줄을 끊고 있는 셈이다. 제1금융권에서 파트너를 찾지 못한 일부 거래소들은 저축은행까지 찾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복수의 중소형 거래소들이 저축은행 담당자를 찾아 실명인증 제휴 협력을 타진했는데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벌집계좌’(집금계좌)를 단속하고 나섰다. 전체 금융사를 대상으로 거래소의 위장 집금계좌 등을 전수조사해 문제가 있는 계좌는 거래를 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벌집계좌는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거래소의 법인계좌로 투자자의 입출금 창구로 활용돼 왔다. 9월은 다가오지만 탈출구를 찾지 못한 거래소들의 생존 위기는 한층 커진 모양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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