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6월 15일 카카오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네이버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 이날 카카오 주가는 전날 대비 1.4% 오른 14만4500원에 마감하며 시가총액 64조1478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으로 63조5699억원. 카카오가 네이버를 5779억원 차이로 따돌렸다. 카카오는 전날인 14일 오전에도 장중 한때 네이버의 시가총액을 앞지르며 위협하기도 했는데, 하루 만에 다시 네이버가 차지하고 있던 시가총액 3위 자리를 탈환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날 카카오와 네이버는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삼성전자(1위)와 SK하이닉스(2위)의 뒤를 이으며 나란히 3위, 4위를 기록했다.

네이버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카카오의 이 같은 모습은 지난 2014년 10월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해 상장할 때만 해도 예상하기 어려웠다. 당시 카카오 시총은 7조8679억원으로 네이버 시총 24조9857억원의 3분의1 수준이었다. 카카오 시총은 3년여간 7조원대 안팎에 머물렀고 2017년이 돼서야 시총 10조원을 처음으로 넘겼다. 그 사이 네이버 시총은 30조원을 향했고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카카오(34조4460억원)와 네이버(48조470억원)의 시총 차이는 14조원 이상으로 벌어진 상태였다. 그때만 해도 카카오의 네이버 역전은 불가능한 일로만 평가됐다.

카카오의 급등세는 최근 6개월 사이에 나타난 일이다. 이 기간 카카오는 시총을 30조원가량 불리며 60조원을 뛰어넘었다. 주가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고 지난 6월 15일 기준으로는 주가가 7거래일 연속 오르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결과 시장은 6월 15일을, 카카오 시총이 네이버를 뛰어넘은 ‘역사적 순간’이라 수식하고 있다.

시장 반응 이끈 카카오의 상표권

카카오는 매출 면에서 여전히 네이버보다 1조원 이상 뒤지고 있지만, 시장은 두 회사의 매출 총계보다 최근 3년간의 실적 추이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달리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급격한 실적 성장을 거듭했다. 카카오 매출액은 2018년 2조4170억원에서 2020년 4조1568억원으로 뛰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29억원에서 4559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네이버 매출이 5조5869억원에서 5조3041억원으로 하락하면서 영업이익이 9425억원에서 1조2153원으로 소폭 늘어난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카카오가 이런 가시적 성장을 보일 수 있었던 건 카카오만의 경영철학이 곳곳에서 작용한 덕이다. 업계에선 카카오와 네이버의 경영 방식이 상반됐다는 평이 많은데,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문이 지적재산권(IP) 보유현황이다. 결과부터 보면 카카오는 상표권 출원, 네이버는 특허권 출원에 집중해왔다. 올 3월 말 기준 카카오가 보유한 상표권은 3719건으로 카카오 전체 지적재산권의 83.3%를 차지했다. 특허권은 661건, 디자인권은 82건이다. 반면 네이버는 특허권만 2399건을 보유했다. 네이버 전체 지적재산권의 67.5%이다. 상표권은 899건, 디자인권은 255건이다. 여기서 상표권은 상품에 사용하는 기호, 문자 등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특허권은 발명 ‘기술’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다. 바꿔 말하면 카카오는 다수의 브랜드 및 콘텐츠 표식에, 네이버는 기술개발에 치중했다는 이야기다.

한국유통학회 회장을 지낸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집중한 상표권 출원은 IP 비즈니스의 마지막 단계에서 나타난다. 콘텐츠나 브랜드 가치가 있는 굿즈 등을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지 못하게끔 하기 위해 시행되는데, 특허권보다는 좀 더 높은 시장지배력을 가지며 소비자들에게 더 밀접한 개념이다”라고 설명했다. 더 높은 브랜드 호소력으로 시장을 파고들면서 상표권 출원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사실 카카오가 보유한 상표권은 콘텐츠 비즈니스와도 맞물려 있다. 그동안 카카오는 각종 콘텐츠 사업을 벌이며 대중에게 친밀하게 다가가는 데 주력했다. 2016년 메신저 서비스에 치중하던 카카오가 돌연 음원 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해 음원사이트 ‘멜론’ 운영 사업자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1조8700억원에 사들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카카오는 카카오M을 설립해 멜론을 제외한 나머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여기에 몰아넣었다. 카카오M은 영상과 연예매니지먼트 등에 주력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올 3월 카카오는 웹툰·웹소설 콘텐츠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을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공식 출범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른바 ‘콘텐츠 전문 플랫폼’으로 일컬어진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수의 상표권은 이런 콘텐츠, IP 비즈니스와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카카오의 웹툰·웹소설은 원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 형태로 드라마, 영화, 게임 등으로도 제작되고 있다. 카카오의 여타 사업 부문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카카오의 이런 시도는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카카오 총매출 4조1567억원 중 콘텐츠 부문에서 나온 매출은 2조108억원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밖에 매출은 플랫폼 부문에서의 톡비즈 1조1178억원, 포털비즈 4779억원, 신사업 5501억원 등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돈이 되고 사업 전망이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사업 인수를 마다하지 않았다. 2014년 다음 포털 인수도 마찬가지였다. 내부적으로 기술 연구를 이어가기보다 필요 기술을 갖는 기업체를 그룹으로 끌어들여 사업을 확장하는 식인데, 단시간에 빠른 성장을 계획한 기업들이 줄곧 취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올 3월 기준 카카오 국내 계열사가 102개에 이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카카오는 계열사 대표들에게 전권을 위임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냈다

네이버의 ‘세포분열’ 잡은 카카오 ‘인수합병’

이는 네이버가 장기간에 걸친 기술개발로 다수의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지식인 서비스나 데이터 수집·분석, 쇼핑 가격 비교 등 검색 중심의 기술개발에 집중해 왔다. 내부에선 기술자들을 우대했고 업계에선 이런 네이버를 알앤디(R&D) 중심의 기업으로 평가했다. 앞서의 김현용 연구원은 “네이버는 좀 더 느린 속도로 내부적으로 사업을 다지고 단단하게 가져가려는 측면이 크다. 이용자들을 확보한 후 월 정기 구독 서비스 등을 통해 자사를 각인시킨 다음에 핀테크나 콘텐츠를 엮어가는 식”이라며 “카카오가 성장하는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현재 네이버 매출액의 절반가량이 서치플랫폼(검색·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네이버 매출액 5조3040억원 중 서치플랫폼 부문 매출은 2조8030억원이었다. 이밖에 커머스 매출은 1조900억원, 핀테크 6770억원, 콘텐츠 4600억원, 클라우드 2740억원 등이었다.

네이버는 이들 사업을 컴퍼니인컴퍼니(CIC·Company-In-Company) 제도로 키워나갔다. 내부에서 기틀과 자생력이 갖춰지면 해당 조직을 분사·독립하는 방식이다. 이를 거쳐 나온 계열사는 올 3월 기준 47개다. 인수합병으로 사업 규모를 키운 카카오와 달리 안정적이면서도 정적인 경영 방식을 취한 것인데, 업계에선 이를 ‘세포분열’이라 부른다. 네이버의 성장세가 시장에 잘 드러나지 않거나 더디다는 평이 제기되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2010년 초반 카카오벤처스와 D2스타트업팩토리(D2SF)를 각각 설립해 유망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여기에도 두 회사의 서로 다른 경영 스타일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의 D2SF는 주로 기술력이 있는 기업들을 엑셀러레이팅하고 그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기술을 네이버 기존 기술이나 사업에 접목하는 방식을 취한다. 반면 카카오벤처스는 신생 스타트업이나 사업의 역량 면을 투자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새로운 내용의 사업이나 돈 되는 것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시장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네이버보다 카카오에서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꼼꼼한 ‘이해진’ vs 승부사 ‘김범수’

두 회사가 이렇게 서로 다른 경영 방식을 견지하게 된 데에는 각사 리더의 상반된 경영 스타일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1992년 삼성SDS 입사 동기지만 성향은 확연히 다르다. 이해진 GIO는 업계에서 은둔형 경영자로 수식될 정도로 공식석상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지난 2019년 서울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참석했을 당시 대중들은 그가 2014년 중소기업중앙회의 리더스포럼 이후 5년 만에 등장한 것에 놀라워할 정도였다. 업계에서 그를 수식하는 단어가 있다면 ‘꼼꼼함’ ‘차분함’ 등이다.

반면 김범수 의장은 ‘대범함’ ‘승부사 기질’ 등의 수식을 달고 다닌다. 카카오톡 프로필엔 자신의 경영철학이 담긴 문구를 적어놓을 정도로 외부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라고 한다. 카카오가 단시간에 빠른 성장을 거듭한 것과 김 의장의 기질을 떼어 놓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카카오가 신사업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점도 두 리더의 경영 스타일과 크게 무관하지 않다. 카카오가 영위하는 사업 중엔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커머스, 카카오뱅크 등 신사업으로 분류되는 것들이 적지 않다. 이들 사업은 카카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적지만 네이버에선 하지 않는 사업이란 특징이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의 시장점유율이 늘면 늘었지 줄지 않을 거란 이야기다. 시간이 흐를수록 카카오 강세가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경우 검색 분야만 해도 구글 등 대체재가 사업 확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서 교수의 설명이다.

최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주요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 계획은 카카오의 성장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IPO에 따른 카카오 전체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되며,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 집중된 카카오 사업 한계

하지만 카카오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당사가 지닌 고질적인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네이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IT 기업임에도 내실을 다지는 방식을 고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이내믹한 면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젊은 인력을 끌어들여 가시적인 변화를 꾀하는 데 한계가 나타날 수도 있다면, 카카오의 한계는 주요 사업 영역이 국내에 한정돼 있다는 점에 있다. 시장의 파이를 고려하면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카카오의 내부 연구개발 노력이 네이버보다 덜하다는 점도 짚어야 할 내용 중 하나로 거론된다. 각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네이버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25.11%를 기록했지만, 카카오는 12.9%에 불과했다. 카카오가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사업을 키워간 나머지 상대적으로 내부 연구개발엔 소홀했다는 이야기다. 일례로 네이버가 당장 실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음에도 ‘제페토’ ‘크림’ ‘케이크’ 등 MZ세대를 공략한 서비스 개발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 카카오에선 잘 나타나지 않는다. 앞서의 네이버 관계자는 “공격적인 경영 스탠스는 카카오택시 등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진출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들과 마찰을 빚는 등 위태로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며 “가파른 성장세만큼 기술개발을 통해 사업 확장의 안정성을 갖출 필요도 있다”라고 말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두 회사의 성장 배경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 수요 급증도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이뤄진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특히 네이버가 IT업계 1등 기업이란 이유로 정치적·사회적으로 공격을 받을 때 카카오가 그 반사이익을 누린 측면도 있다. 두 기업의 경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라고 평했다.

시장에선 카카오와 네이버가 제3의 격돌을 앞두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카카오톡과 라인의 메신저 경쟁, 네이버와 다음의 포털사이트 경쟁 이후 쇼핑 영역에서 다시 맞붙을 거란 분석에서다. 최근 네이버는 신세계와 함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이커머스 사업 확대에 나선 카카오를 위협하고 있다. 지금까지 카카오와 네이버의 스코어는 1 대 1. 두 사의 경쟁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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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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