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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5호] 202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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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베이 품은 정용진에게 지금 필요한 것

배용진  기자 max@chosun.com 2021-07-05 오전 10:55:43

▲ 지난 4월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대 SSG 랜더스 경기를 찾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photo 뉴시스
네이버가 이마트와 함께 참여하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발을 뺀다고 확정 공시한 다음 날인 지난 6월 23일, 네이버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전날보다 8.31% 상승했다. 코스피 3·4위를 다투는 대형주로는 이례적인 급등이다. 전날 장 마감 뒤 네이버는 “당사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환으로 이베이코리아 지분 일부 인수 등을 검토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인수 절차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다음 날인 지난 6월 24일, 이마트와 미국 이베이 본사는 이베이코리아 지분 80.1% 매매에 대한 주요 계약조건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인수가는 약 3조4400억원. 이날 이마트 역시 주가가 종가 기준 5.1% 상승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둘러싸고 벌어진 네이버와 이마트 양 사의 결정을 일단은 시장이 모두 긍정적으로 봤다는 설명이 된다.
   
   네이버는 왜 막판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발을 뺐을까.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네이버 한 관계자는 협상에서 발을 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네이버는 원래 신세계와 여러 협약을 했었는데, 3자(이마트·네이버·이베이코리아)가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지고 곤란해질 수 있다. 그래서 원만한 딜을 위해서 네이버는 빠졌다. 주요 플레이어는 어쨌든 신세계(이마트)니까.”
   
   
   인수전 발 빼니 8.31% 상승한 네이버
   
   네이버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 업체다. 거래액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이 약 18%다. 지마켓과 옥션을 갖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의 점유율은 쿠팡(13%) 다음인 12%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업계 1위인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지분을 일정 부분 이상 취득할 경우 독과점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네이버 관계자는 “그런 게 문제가 됐다면 애초에 인수전에 참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부인했다.
   
   그렇다면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발을 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네이버가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는 만큼 명확한 답을 얻을 수는 없다. 다만 시장의 반응에서 추측할 수는 있다.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발을 뺀다고 공시한 바로 다음 날 시총 70조원의 대형주가 8% 넘게 급등했다는 것은 시장이 네이버가 이마트와 함께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참여하는 것을 좋지 않게 봤다는 설명이 된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가 기존에 약한 이커머스 분야가 물류와 신선식품인데 이베이가 이 부분에 강점이 없다”며 “이베이 인수전에서 발을 빼는 게 낫다고 시장이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베이는 상거래 중개 공간만을 제공하는 오픈마켓이기 때문에 물류 기능이 없다. 직매입을 통해 자체 배송을 하는 쿠팡과의 본질적인 차이점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당사자인 이마트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거래액 기준 2위로 올라섰다. 인수되기 전 이베이코리아의 국내 점유율이 12%였고, 신세계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SSG는 약 2.4%로 순위권 밖에 있었다. 두 회사가 합쳐 14.4%의 점유율로 쿠팡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이마트는 네이버와 정반대로 신선식품을 포함한 물류에 강점이 있다. 149곳의 대형 오프라인 매장이 전국에 촘촘한 물류망을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와는 반대로 이마트에 부족한 것이 숙련된 IT 인력과 고객 데이터다. 이베이는 정확히 이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지마켓과 옥션을 가진 이베이코리아는 약 270만명의 유료 멤버십 회원을 가지고 있다. 오프라인으로 시작한 이마트에 가장 부족한 부분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은 2010년 초반부터 유통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대두된 화두다.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두고 “오프라인으로 시작한 이마트에 온라인 DNA를 이식할 수 있냐가 본질”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업계 1위인 네이버와 3위인 쿠팡은 모두 태생부터 온라인인 기업이다. 반면 이마트는 오프라인으로 시작한 기업이다. 이마트의 시작은 1993년 처음 지어진 창동점이다.
   
   

   온라인 네이버·쿠팡 vs 오프라인 이마트
   
   이마트와 신세계는 사실 오래전부터 온라인 전환에 대한 욕구를 내비쳐왔다. 신세계그룹에 초청돼 수차례 내부 강의를 했던 한 재계 인사의 설명이다. “정용진 부회장 의중은 모르겠지만 신세계는 과거부터 계속 플랫폼 전략을 추구해왔다. 배달시장도 들어가려고 했었다가 판단해보고 발을 뺐지만 계속 그런 시도를 해왔다. 플랫폼화를 해야 한다는 조직 내부 압력도 꾸준히 있어왔다. 이번 이베이 인수 건은 분명히 조직에 큰 반향을 일으켰을 것이다. 플랫폼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있는데 그동안은 뚜렷한 초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이베이라는 외부 플랫폼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긍정적 충격을 불러온 것이다.”
   
   이마트가 약 3조4400억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것은 변화에 적응하지 않고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려워졌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로켓배송 등 빠른 배송을 통한 상품 구매는 이미 ‘뉴노멀’이 됐다.
   
   현재 이마트의 이베이 인수로 당장 주목받는 건 풀필먼트 서비스가 가능한 물류센터다. 풀필먼트는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배달 완료되기까지 상품의 입고, 보관, 제품 선별, 포장, 배송 등을 일괄 처리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1999년 미국 아마존이 가장 먼저 도입했고 한국에서는 2014년 쿠팡이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베이코리아도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쿠팡은 나스닥 상장을 통해 조달한 약 5조원 중 1조원을 풀필먼트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마트 역시 이베이코리아 인수 직후 1조원가량을 풀필먼트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마트는 경기 용인과 김포에 NEO로 불리는 창고를 갖고 있다. NEO는 온라인몰을 위한 중앙집중식 대형 물류센터를 말한다. 쿠팡이 네이버, 이마트 등 경쟁사들과 비교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는 당일 배송 기능도 풀필먼트에서 온다. 로켓배송은 주말이 없고 로켓와우는 다음 날 새벽이면 도착한다. 쿠팡의 강점은 이런 물류시스템에 있다. 쿠팡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 등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조원을 투자받으면서 지금까지 구축해온 것이 이런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이다. 수십만 가지 제품을 취급하면서 이를 물류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에 투자해온 것이다. 이 덕분에 쿠팡은 시장에서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이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이마트 시가총액은 4조4600억원대인 반면 쿠팡 시가총액은 83조5000억원이 넘는다.
   
   태생이 온라인 기업인 네이버는 이미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을 물류센터에도 적용하고 있다. 빅데이터 수집과 운용에 강점이 있는 만큼, 네이버는 풀필먼트 센터에도 인공지능을 적용했다. 물류 수요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인 ‘클로바 포캐스트’를 적용한 것이다. 클로바 포캐스트는 주문량을 하루 전 미리 예측한다. 매일 오전 9시에 그날과 다음 날 주문량을 예측하면, 이 예측치를 참고해 물류센터는 적정 인력을 발주하고 배치한다. 현재 네이버의 경기 곤지암 풀필먼트 센터에 적용돼 있다.
   
   중장기적으로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려면 플랫폼 전략의 성공적인 정착 여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온라인으로 시작한 네이버, 쿠팡과 달리 이마트는 애초 오프라인으로 시작한 만큼 플랫폼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통해 경영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위원은 “이번 이베이 인수 건을 통해 단지 껍데기만 온라인화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단순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결합을 넘어서는 플랫폼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오프라인이 결합돼야 하기 때문에 서로 반대되는 경영전략을 같이 활용해야 하는 어려움에 이마트가 직면해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변수들을 통제하고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영업이익 극대화를 추구해왔는데, 이와는 다른 플랫폼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김 위원의 조언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 뒤 회자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발언이 있다. 인수를 앞두고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 뒤 사내 공지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온·오프라인 통합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 단순히 온라인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온·오프라인 통합을 강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온·오프라인 경영전략 같이 활용해야”
   
   이마트가 아마존에 대항해 성공적으로 온라인 변화에 적응한 미국 월마트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월마트는 온라인 소매부문 점유율을 아마존에 뺏기지 않기 위해 2016년 전자상거래 업체인 제트닷컴을 인수했다.
   
   인수 1년 뒤 월마트의 미국 내 전자상거래 매출과 총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29%와 31% 상승했다. 이후에는 ‘인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트도 인수했다. 물론 전체적으로 볼 때 아마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플랫폼 업체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영 위원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건이 시너지를 내려면 전통적인 대기업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기업 밖에서도 가치를 찾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는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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