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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
[2665호] 202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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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동산 정책 훔쳐오고 싶다”는 김부겸 총리에게 고함

김원중  ‘서울 집값: 진단과 처방’의 공동저자  2021-07-03 오후 2:51:03

▲ 지난 6월 23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4년 서울 아파트 11만5000세대 시세변동 분석결과’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photo 뉴시스
“부동산 해법이 있다면 그 정책을 어디에서라도 훔쳐 오고 싶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얼마 전 국회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이 발언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와 같은 맥락이다. 두 사람 모두 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그들만의 방식’을 밀고 나가겠다는 고집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부동산 투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김 총리에게 질의한 여당 의원의 문제의식도 심각하다. 아직도 수요공급의 시장원리를 깨닫지 못한 어리석은 질문이다. 4년 동안 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수십 번의 규제를 시행해놓고도 집값을 못 잡았는데 어떤 규제를 또 만들겠다는 것인가. ‘주택정책은 투기억제와 불로소득 환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낡아빠진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탓에 던진 질문이다.
   
   
   전문가 권고는 무시하고…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군사작전 하듯 전월세상한제, 민간임대주택특별법 등의 악법을 통과시킨 여당은 아직도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알고 있다면 ‘정책을 훔쳐오고 싶다’는 김 총리의 말이 보여주듯 우왕좌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임대차 3법과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을 대폭 개정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것이 바로 그 내용이다.
   
   김 총리에게 대정부 질문을 던진 여당 의원은 시민단체 경실련이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경실련이 최근 발표했던 “현 정권에서 가구당 가처분소득이 7% 증가할 때 서울 아파트 가격은 93% 상승했다”는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현 정권이 출범했던 2017년 5월 6억2000만원이던 서울의 30평형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 5월 11억9000만원이 됐다고 한다. 대통령이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은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말한 뒤에도 집값은 27% 더 올랐다고 경실련은 비난했다. 하지만 경실련은 정부의 주택 정책 실패를 비판했지만 이번에도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여론의 관심을 끌 만한 뉴스를 생산하는 방법을 알 뿐 정부의 국가경영에 도움이 되는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오직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비판을 위한 비판에 머물고 있다. 왜 그럴까.
   
   경실련은 현재의 주택시장 혼란을 일으킨 정부·여당의 동업자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들은 민간임대주택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요하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과 임대차 3법을 통과시키라고 정부·여당에 줄기차게 요구했었다. 경실련이 임대주택사업자 제도를 폐지하라고 요구한 이유는 다주택 소유자들이 집값 급등의 원흉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들의 주장은 과연 옳은 것인가.
   
   통계청의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총주택수는 295만4000호이다.(고시원 등 비거주용 건물의 주택 3만호가 포함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서울에 거주하는 가구의 수는 총 389만6000가구이므로 주택보급률은 75.8%로 계산된다. 여기서 재건축 등을 위해 철거용 주택으로 분류된 2만3000호를 빼면 서울의 실질 주택보급률은 75.2%로 줄어든다. 만약 1989년 이전에 건축된 비거주용 건물 주택 6만9000호를 빼면 주택보급률은 73%로 더 내려간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낡은 주택이 서울 전체 주택의 60%를 차지하는 사실도 문제이지만 서울의 주택 절대 부족현상이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서울의 주거 불안이 이러하니 한국의 주택보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경실련은 다주택자들이 집값 급등과 주택 부족의 원흉이라고 주장했지만 서울시에 거주하는 주택보유자(246만명) 중에서 다주택자 비율은 16%(38만9000명)에 불과하다. 서울 거주 다주택자들이 자기가 사는 집을 빼고 38만호를 처분한다고 해도 자가보유율은 겨우 50%를 조금 넘길 뿐이다.
   
   
   서울시 다주택자 16%에 불과
   
   다주택 소유자들이 집값을 급등시킨 범인이 아니라는 것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정한 바 있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직을 수행했던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한국의 주택시장은 자가주택 61%, 민간임대 35%, 공공임대 4%로 구성된다고 서술했다.(2010년 기준) 그는 공공임대주택 10%의 공급을 늘리려면 10년이 걸린다고 말했는데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1% 늘리는 데 1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책에서 “비중이 어떻게 되든 민간임대주택은 향후 국민들의 주거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어서 이를 미워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라고 했다. 그가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게 종부세, 취득세 등의 혜택을 주고 그 대가로 임대료 인상률 제한, 임차인의 계약 갱신권 보장을 구상한 이유는 공공임대 공급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정부의 호주머니 사정을 고려했던 것이다.
   
   경실련의 잘못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줄기차게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주장한 덕분에 현 정부는 참여정부가 시행했던 분양가상한제를 부활시켰다. 경실련의 한 인사는 작년 공영방송에 출연해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면 당장이라도 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처럼 극찬했다. 그들의 주장대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한 뒤 1년이 흘렀다. 과연 경실련이 주장한 대로 집값은 내려가고 주택시장은 안정됐는가. 현 정부는 선진국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분양가상한제라는 가격 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집값은 내려가기는커녕 더 올라갔고 시장은 혼탁해졌다. 아파트 청약과 공급과정에서 불법행위는 끊임없이 발생해 아파트 청약은 ‘로또 청약’으로 변질되었다.
   
   경실련은 아파트 분양 원가를 공개하자는 요구도 했다. 새 아파트가 집값 상승을 주도하니 원가 공개를 의무화하면 집값 거품이 빠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그랬을 것이다. TV에 나와 원가공개를 주장한 경실련 인사는 20년간 건설사에서 근무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1990년대 자신이 경험한 건설업계의 비효율과 부패가 마치 오늘날에도 만연한 것처럼 말했다. 건설업계에 몸을 담고 있지 않은 필자는 그 내막을 알 수 없다. 그러나 필자가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은 분양 원가를 공개하더라도 아파트 가격은 변동된다는 사실이다. 아파트는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수급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들을 포함한 수많은 전문가들은 가격 규제에 반대한다. 주택의 가격 규제는 공급을 위축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집값을 상승시키며 집값 상승에 놀란 사람들의 ‘패닉 바잉’이라는 수요까지 만들어낸다는 이유에서다. 경실련은 그들의 잘못된 주장 때문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오늘도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만 한다. 그러면서 서울의 주택공급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
   
   
   무주택자의 주거권이냐 도시계획권이냐
   
   사실 경실련은 공급 반대를 외치는 환경론자들이다. 경실련은 2000년부터 주택공급 확대의 지름길인 고밀도 개발을 반대해왔다. 서울시가 2000년 도심 고밀도 개발을 제한하는 도시계획 조례안의 7월 시행을 앞두고 있을 때 경실련은 용적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앞장서서 주장했다. 노태우 정부가 1990년 주택 부족을 해소하려고 400%까지 높였던 용적률을 서울시는 전국 평균 용적률 200%보다 50% 더 낮은 150%로 적용하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경실련의 역할은 컸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건축 인허가를 간소화하려 하자 ‘고분양가’ ‘투기’ ‘건설사 특혜’를 언급하면서 강력히 반대했고, 2012년 박원순 전 시장이 용적률 거래제 시행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려 하자 ‘변형된 종상향 특혜’라고 매도했다.
   
   경실련이 이 같은 시각과 관점에 머무는 것은 거기서 활동하는 인물들이 도심의 경관 확보와 혼잡 방지를 우선시하고 있어서다. 그들은 집 없는 다수의 주거권 확보보다는 남산 등 조망권 확보와 도심 과밀 억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던 세종대 변창흠 교수(전 국토교통부 장관)는 “김영삼 정부가 준농림지를 해제하고 김대중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잔뜩 집을 지었지만 집값을 잡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밀화에 반대했다. 도시계획을 전공한 교수들은 대부분 변 교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전철역에서 350m 거리의 역세권에서만 고밀화를 시행하자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서울의 고밀도 개발은 지역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반대하는 교수도 있다. 그들 모두 ‘대도시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다’라는 21세기의 명제를 망각한 채 학문을 위한 학문에 힘쓰는 백면서생들이다. 결론적으로 도시계획을 전공한 다수의 교수들이 고밀도 개발을 반대하고 있는데 이들의 식견은 고밀도 개발을 통해 한정된 토지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현재의 세계 트렌드에도 역행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OECD가 2014년 우리 정부에 제시했던 ‘한국의 압축개발 도시정책(Compact City Policies Korea 2014)’ 백서가 단적인 사례다. OECD는 한국 정부에 ‘도심의 고밀도 개발’과 ‘도시 외곽의 개발 억제’를 권고했다. 도시 문제를 경제성과 효율성 차원에서 접근하라고 권유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더 이상의 택지개발이 필요 없다고 선언한 것은 OECD의 권고를 받아들인 결과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OECD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과밀·혼잡 방지를 명분 삼아 도심 고밀도 개발을 거부하는 도시계획 전공 교수들은 무주택자의 주거권 위에 도시계획 권한이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들은 ‘국가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 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헌법 122조를 근거로 도시계획을 ‘규제’가 아닌 공동체 유지를 위한 ‘규칙’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도시계획의 목적은 국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데에 있다. 우리가 이 전제를 수용한다면 도시계획 수단인 용적률과 높이 제한은 충분히 변경할 수 있다. 노태우 정부가 1990년대 초 했듯이 말이다. 서울의 집값 급등이 세대 갈등, 계층 갈등을 일으키고 국가적 차원의 이슈로 확대된 지금 언제까지 학자들은 한가하게 과밀·혼잡을 따질 것인가. 주택 부족이 정권의 존망을 좌우할 정도의 문제로 확대되었는데도 불구하고 1980년대 잠깐 유행하고 지금은 세계적으로 용도 폐기된 이론을 언제까지 고집할 것인가.
   
   필자가 출강했던 대학의 한 원로교수는 필자에게 고밀도 개발론자로 유명한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를 추천했다. 그 교수는 책을 추천하면서 “이만한 책이 없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사실은 글레이저의 책을 추천한 그 원로교수도 혼잡과 과밀을 이유로 서울의 고밀도 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이론은 글레이저의 고밀도 개발에 찬성하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혼잡해지는 것은 싫다는 입장이었다. 그 원로교수의 태도에서 고밀도 개발을 반대하는 정부·여당과 경실련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한가하게 도심혼잡과 지역불균형을 말하는 도시계획학자들의 얘기만을 들으면 집값 상승을 멈출 수가 없다. 정부가 용적률을 대폭 올리겠다고 선언해야 ‘패닉 바잉’을 잠재울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은 오로지 정부·여당에 돌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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