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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0호]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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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경제부총리의 ‘이상한’ 부동산 인식

김원중  ‘서울 집값: 진단과 처방’ 공동저자  2021-08-09 오후 3:57:34

▲ 지난 7월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 부총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photo 뉴시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다시 구설에 올랐다. 국민에게 부동산 ‘훈수’를 많이 둔 탓이다. 그는 지난 7월 21일 관계장관 부동산 대책회의에서 “임대차법 시행 후 전세계약 갱신율이 77%에 달한다”고 자화자찬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자를 찾아내 반드시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의 글이 순식간에 3000명의 동의를 받은 것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주장이었다.
   
   홍 부총리의 망언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는 얼마 전 부동산 시장 불안의 원인으로 “수급요인보다 막연한 상승 기대심리, 투기수요, 불법거래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했다. 이 정도면 훈수를 넘어 책임회피는 물론 국민을 협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은 작년 초 신년기자회견에서 “부동산은 자신 있으니 믿고 따라오라”고 했는데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홍 부총리는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하나 되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태도가 돌변했다. 전월세 폭등을 초래한 임대차 3법의 폐지 요구에 대해서는 “임대차 3법은 당분간 제도 안착에 주력하는 게 맞다”면서 동문서답을 했다. 집값 급등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정부는 잘못한 것이 없고 국민들이 협조를 하지 않아서 시장이 안정되지 않았다는 망언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부총리로서의 자격을 갖췄는지 의심스럽다.
   
   
   경제부총리의 이중 잣대
   
   홍 부총리의 수급요인에 대한 인식은 사안별로 다르다. 달걀과 주택의 수급에 대한 그의 인식을 들여다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며칠 전 “달걀 부족은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으니 달걀 수급에 신경을 써 달라”고 주문했다. 달걀 공급이 부족해 달걀값이 급등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당부였다. 대통령의 당부를 들은 경제부총리는 “8월에 달걀 1억개를 수입하는 등 충분한 양을 확보해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답은 달걀값이 수급요인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부총리도 안다는 뜻이다. 그런 사람이 왜 집값도 수급요인에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을 모를까. 모르는 것인가 외면하는 것인가. 대통령이 “주택수급에 신경을 써 달라”는 주문을 하지 않아서 수급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일까. 이것이 바로 홍 부총리가 사명감도 없고 영혼도 없는 공무원의 전형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기가 막히는 사실은 그가 부동산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자리에 경찰청장을 배석시키고 불법거래가 집값을 급등시켰다고 왜곡한 것이다. 홍 부총리가 부동산 담화문을 발표하는 날 언론은 일제히 지난 10개월간 투기혐의 71만건을 조사해서 12건의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를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부동산 담화문’ 발표에 맞춰 경찰청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보인다. 1%도 아니고 고작 0.0017%의 부동산 비리를 적발한 뒤 마치 그들이 집값, 전셋값을 올려놓은 주범인 것처럼 신문·방송 등 모든 매체를 통해 정부가 선전하는 모습은 1980~1990년대에 유행했던 수법이다. 아직도 그런 식상한 이벤트로 국민을 협박하려 들다니 어이가 없다. 중국, 북한, 러시아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써먹는 수법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펼치고 있는 것을 보면 여기가 도대체 어느 나라인지 의심이 든다.
   
   부동산 담화문을 발표하는 자리에 경찰청장을 불러내는 행위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경제 관련 이슈인 ‘부동산 담화문’을 발표하는 자리에 치안 책임자가 왜 필요한가. 필자는 이 모습을 보면서 세상은 자율주행으로 상징되는 인공지능산업 시대로 진입 중이고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도국가가 되겠다고 홍보하지만 공무원들의 행태와 마인드는 아직도 매캐한 매연이 뿜어나오는 굴뚝산업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홍 부총리의 잘못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가 대국민 부동산 담화문 발표에서 보여준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경제를 책임진 최고위 경제관료가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은 채 수급요인이 집값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수치를 부풀리기까지 했다. 그는 “올해 서울 입주물량은 8만3000가구로 지난 10년 평균인 7만3000가구와 비교하면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동산114는 서울 입주물량은 3만814가구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와 민간의 입주물량 수치가 4만가구 넘게 차이 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정부는 신규 민간분양 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 공공임대를 모두 더해 입주물량을 계산한 반면 부동산114는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거시설을 유형별로 분류해 발표하지 않고 주거유형의 구분 없이 신규 입주 총량으로 뭉뚱그려 발표했다. 이것만 봐도 한국의 공공부문이 불친절하고 경쟁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의 국제기구가 한국의 공공서비스는 개도국 수준이며 한국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비평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파트 중심의 민간임대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공공임대물량을 넣은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정부가 입주물량을 의도적으로 부풀리려고 했다는 의심을 받을 행동을 한 것이다.
   
   
   4만가구 부풀린 입주물량 계산
   
   오피스텔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도 정직하지 않다. 오피스텔의 건축 인허가를 내줄 때는 ‘주택을 제외한 건물을 규율’하는 건축법을 적용하면서 주택 통계를 발표하거나 세금을 부과할 때는 주택으로 간주한다.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다. 홍 부총리는 이 같은 내막을 모르고 있는 것인가. 몰랐다고 하더라도 홍 부총리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본인은 ‘팩트’와 냉철한 식견을 바탕으로 국가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고 자부하겠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정권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는데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현 정권에서는 경제부총리마저 표리부동한 정치인처럼 행동한다. 이처럼 정정당당하지 않은 행위를 하면서 국민에게 훈수를 둘 자격이 있는 것인가.
   
   홍 부총리의 ‘시장불안이 투기수요 때문에 발생했다’는 주장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 북아일랜드 퀸스대학의 윌리엄 퀸, 존 터너 교수가 공저한 ‘호황과 불황: 글로벌 히스토리 오브 파이낸셜 버블(Boom and Bust:A Global History of Financial Bubbles)’은 홍 부총리의 주장이 틀렸음을 증명한다. 두 교수는 지난 300년간 전 세계에서 발생했던 11번의 가격거품 붕괴의 원인과 과정을 4년에 걸쳐 분석했다. 이 책은 1720년 ‘남해(South Sea) 버블’에서 1929년 ‘월가 붕괴’를 거쳐 2015년 ‘중국 주식시장 버블’까지 가격 붕괴의 역사를 파헤쳤는데, 거품의 형성과 붕괴는 투기자의 탐욕만으로는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고 정책의 변화나 산업기술의 혁신(일례로 ‘2000년 IT 버블’)이 동반되어야 가능하다고 설파한다. 저자는 거품 생성의 3가지 요소로 ‘투기’ ‘정책의 변화’ ‘시장성(marketability)’을 꼽았다. 이 중 시장성의 개념은,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금융상품으로 사고팔 수 있는 시장성을 갖추지 않으면 버블은 형성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일례로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비우량 모기지(subprime mortgage) 채권’은 정크본드 수준의 부실 대출 채권을 증권화해 금융상품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허용해서 발생한 것이다.)
   
   가격거품의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보자. 투자자나 투기꾼이 단기간에 돈을 벌려고 하더라도 정부가 유동성 확대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가격의 거품은 만들어질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정부 정책의 변화는 ‘정치 행위의 결과물’이라고 ‘호황과 불황’의 저자들이 주장하는 배경이다.
   
   
   선진국 어디도 없는 수요·공급 동시 규제
   
   여기서 정책의 변화란 무엇을 말하는가. 금융정책 측면에서 정책의 변화는 화폐 발행량의 증감, 금리의 인상과 인하를 의미하고 수급 관련 측면에서는 주택 수요와 공급의 축소, 확대를 위한 정책을 뜻한다. 코로나19가 창궐해 세계경제가 마비되자 세계는 돈을 풀고 금리를 낮췄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유동성 공급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한국은 수급 관련 정책과 관련해 주요 선진국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수요와 공급에 대한 규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수급 관련 정책은 일관성도 없다. 정부·여당은 생색내기 쉬운 청년층을 위한 주택대출 확대, 무주택자 전세대출 확대와 같은 수요 정책은 발 빠르게 시행하면서도 자신들의 이념과 충돌되는 도심 주택공급 등의 공급 정책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대응한다. 공급을 막아놓은 상태에서 수요를 더욱 자극할 금융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니 집값이 잠잠해질 수 있겠는가. 달걀이 부족하면 달걀을 수입해서 시장에 풀어야 가격이 떨어질 것 아닌가. 지금 홍 부총리의 주장은 달걀이 부족해서 가격이 오르니까 달걀을 수입해서 안정화하는 대신 달걀을 사재기하는 범인을 색출해 혼내주겠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디 그뿐인가. 지금 당장 달걀을 사려는 사람에게 언젠가는 달걀값이 내릴 테니 지금 사지 말고 그때 가서 사라는 말과 똑같다. 그래도 달걀을 사려는 사람이 많으니까 경찰청장을 대동해 분위기를 험악하게 공포 분위기로 만들어보자는 수작이 아닌가.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부총리라는 사람이 할 짓인가.
   
   공급이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수요를 자극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 것인지는 초등학생들도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결국 정부·여당은 공급을 틀어막은 채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을 더 올리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정책으로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고 국민 탓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잘되면 자기들의 공(功)이고 잘못되면 국민 탓을 하는 것인가.
   
   문재인 정권은 자신들의 잘못된 이념을 부동산 정책에까지 투영해 4년 동안 시행해왔다. 이것이야말로 부동산 시장이 망가진 진짜 이유다. 그러면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망가진 부동산 시장의 후유증을 오롯이 서민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고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쳤는데 그 대가는 죄 없는 국민들이 치르고 있으니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부동산 대란은 국민 탓이 아니다
   
   국민의 고달픈 삶을 개선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권력욕에 빠진 정치인은 그렇다 치자. 경제 전문 관료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관료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마인드를 갖추지 않는다면 국민의 삶은 계속해서 고달플 수밖에 없다. 주택 정책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시행한 정책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수정하거나 폐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 같은 고위관료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훈계를 계속하는 한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하자면 부동산 대란은 국민 탓이 아니다. 달걀은 수급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택은 수급이 아니라 투기꾼들 탓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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