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부터 가맹택시 영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일반 택시도 카카오래핑을 한 가맹택시로 가입할 수 있다. ⓒphoto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부터 가맹택시 영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일반 택시도 카카오래핑을 한 가맹택시로 가입할 수 있다. ⓒphoto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불과 9년 전만 해도 카카오의 연 매출은 461억원에 불과했다. 2020년 카카오가 기록한 매출은 4조원이 훌쩍 넘었다. 벤처기업에서 공룡이 돼 버린 ‘카카오’의 성장은 우리 삶에 얼마나 카카오가 침투해 있는지와 비례한다. 카카오톡(카톡)이 멈추면 5000만명의 소통은 멈춘다. 팬데믹 시대가 되면서 카카오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비대면 소통이 강화되자 메신저인 카톡의 중요성도 더 커졌다. 국가의 몫인 잔여백신을 담당하는 것도 카톡의 역할이다. 식당에라도 들어가려면 카톡 QR체크인이 필요하다.

삶 속 절대 지배자가 된 카카오는 편리함과 두려움이 상충하는 기업이다. 손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극도의 편리함을 제공한다. 카카오 계정 하나로 택시를 부르고 대리운전을 잡을 수 있다. 스크린골프를 예약하거나 은행 서비스를 보는 일도 가능하다. 반대로 삶 곳곳에 침투한 영향력은 무섭다. 택시 호출 플랫폼에서 80%를 웃도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게 카카오T다. 카카오뱅크는 월간순이용자수(MAU)가 1403만명을 기록해 국내 은행 앱에서는 압도적 1위이고 국내 전체 앱에서도 14위를 차지하고 있다.(닐슨미디어 디지털 데이터 기준) 생활 전반을 좌우한다는 점, 그건 오히려 적절한 견제장치의 필요성을 부른다.

“독점적 사업자에 대한 기대감 있다”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게 택시업계다. 최근 카카오택시 호출요금을 둘러싼 갈등은 카카오를 둘러싼 이해상충을 증명하는 사례다. 지난 7월 30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주간 1000원, 야간 2000원 정액제로 운영하던 ‘스마트호출’ 요금을 5000원까지 받을 수 있는 탄력요금제로 바꿨다. ‘우선 배차’가 가능한 스마트호출 기능은 붐비는 시간대에 적용된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택시를 잡기 어려운 시간대에 기사들이 호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동기부여의 취지로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 택시 기본요금은 현재 3800원이다. 만약 심야시간 택시를 잡기 어려워 스마트호출에 응했을 경우 기본요금은 최대 8800원부터 시작될 수 있다. 스마트호출 요금은 상황에 따라 인공지능이 탄력적으로 운용한다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왜 어제는 2000원이고 오늘은 5000원인지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기사도 소비자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조치를 사실상의 요금인상으로 이해했다. 업계를 대표하는 택시4단체(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권력을 움켜쥔 플랫폼 독점기업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사용자들을 중심으로도 부정적인 의견이 점점 확산되자 8월 13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호출 요금 범위를 최대 2000원으로 재조정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가격에 대한 저항을 확인하다 거센 반발이 생기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게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사업자들의 전략이다. 택시업계에서 카카오는 그 정도의 위상에 이미 올랐다.

2014년 다음과 합병한 카카오는 경쟁사인 네이버와 상반된 방식의 성장 전략을 취했다. 네이버가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리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선점에 승부수를 던지겠다고 공언할 때 카카오는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을 바탕으로 모든 생활 영역에서 O2O(Online-to-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했다. 플랫폼은 ‘가두리 효과’가 핵심이다. 사용자를 끌어모은 뒤 이를 활용해 수익을 낸다. 카카오택시가 그랬다. 무료 서비스를 내걸고 승차 거부의 불쾌함을 없애준다며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안착했다. 현재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은 약 2800만명이다. 택시기사들 역시 마찬가지. 90%의 기사가 가입돼 있으니 이 정도면 확실한 시장 지배자다.

문제는 설득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택시요금이 공공요금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을 상대로 설명이 부족했던 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스마트호출 요금인상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8년에도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에도 ‘즉시 배차’ 서비스를 내세우며 최대 5000원까지 호출비를 받으려고 했는데 이해관계자인 택시업계가 반발하고 국토부가 2000원으로 제한하라고 권고하면서 뜻을 꺾었다.

상장을 위해 수익성을 증명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이야기도 부정적으로 해석됐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미래가 밝다는 건 그 뒤로 생기는 그림자도 짙다는 뜻이다. 고객들이 모여 영향력을 얻게 된 플랫폼이 수익에 집중할수록 그 부담은 고객에게 전가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 계열사들이 다른 기술기업들에 비해 펀더멘털보다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독점적 사업자라는 점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어서다. 플랫폼 사용자들에게 청구하면 수익성이 일거에 크게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받는 압박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중개를 해주는 대가로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게 플랫폼 사업자라면 2022년 상장을 목표로 삼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해야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상장할 경우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설 수 있는 후보로 꼽힌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적자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증명이 필요했다.

최근 1년 새 카카오 계열사들은 잇따라 상장에 성공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코스닥에, 카카오뱅크는 코스피에 이미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페이는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상장이 그리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 계열사는 네이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큰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게 계열사별 각자도생 능력이다. 상장 역시 그런 그들의 생존전략이다. 카카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초기 투자금을 거의 소진한 한 계열사 CEO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게 추가 자금을 요청했더니 ‘이제는 벌어서 쓰라’고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외부 자금을 유치해 사업을 확장하는 성장 전략이 상대적으로 훨씬 중요한 곳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그런 압박이 상존한다. 2017년 5월 카카오에서 분사한 카카오모빌리티는 6월에 TPG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한국투자파트너스, 일본 오릭스캐피탈 등도 초기부터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 현재까지 외부투자자로부터 수혈받은 자금은 1조원이 넘는다. 투자자의 자금이 많을수록 투자자의 입김은 거센 법인데, 이들 FI 입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성이 그닥 만족스러울 리가 없다. 이번 스마트호출의 탄력요금제 도입은 상장을 앞둔 수익성 개선 시도라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문제는 모빌리티를 넘어 카카오 계열사가 쇼핑·증권·보험·배달·배송 등 생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이 청구서를 받을 분야가 더 남았다는 뜻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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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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