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 플랫폼 규제의 영향 탓에 국내 IT플랫폼 대장주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동반 폭락했다. ⓒphoto뉴시스
지난 9월 9일 플랫폼 규제의 영향 탓에 국내 IT플랫폼 대장주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동반 폭락했다. ⓒphoto뉴시스

플랫폼 기업에 관한 규제에 칼을 빼든 건 금융당국이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란 무기를 빼들었다. 금융당국은 이들 플랫폼 기업들이 제공하던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투자 중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계약 체결부터 관리까지 전 과정이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이 단순하게 광고나 중개를 넘어 판매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금소법은 3월 25일부터 6개월 간 계도기간을 뒀다. 오는 9월 24일이면 계도 기간이 종료되는데, 이후 금소법이 실시되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금융사업은 지금보다 빡빡한 규제를 받게 된다. 금소법에 따르면 이들 플랫폼들이 해야 할 일은 두 가지 중 하나다. 9월 24일까지 투자 중개업자 등록을 하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제공하던 서비스를 접어야 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네이버보다는 카카오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본다. 카카오는 메신저를 활용한 연결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성장시켰다. 수천만 명의 메신저 이용자를 카카오톡이라는 가두리에 가둬두고 이 네트워크를 누리는 사용자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메신저라는 단편적인 서비스에 붙은 수많은 연계 서비스가 지금의 카카오를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카카오는 금융을 서비스의 핵심사업으로 봤다. 금융은 상품의 구매자와 판매자가 존재하며 메신저는 그 둘을 연결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잠재적 구매자가 많다는 건 판매자 역시 많아진다는 뜻이다. 무수히 진열돼 있는 금융상품은 플랫폼의 가치를 상승시킨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카카오가 은행뿐 아니라 보험, 증권 등 금융업의 다양한 영역에 플레이어로 뛰어든 건 플랫폼의 가치와 사업 간 시너지를 키우기 위한 복안이었다.

플레이어 카카오 vs 플랫폼 네이버

카카오와 함께 주식시장에서 함께 충격을 받고 있는 네이버는 그 접근법이 달랐다. 네이버는 카카오와 달리 메신저가 아닌 검색을 기반으로 사용자를 확대한 플랫폼이다. '연결'에 방점을 둔 곳이 카카오라면 검색과 데이터에 강점을 둔 곳이 네이버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처럼 유사한 영역의 여러 계열사를 둔 것과 달리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데이터를 한곳에 모은 뒤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접근법을 취했다. 금융업계가 네이버의 시장 진출을 카카오보다 경계했던 것도 이런 특성 차이 때문이었다.

네이버 역시 그런 우려 탓인지 스스로 금융 시장에 전면에 플레이어로 나서기보다는 전략적 제휴(MOU) 등을 통해 플랫폼으로 남는 방법을 택했다. 2017년 미래에셋대우와 체결한 '디지털 금융 비즈니스의 공동 추진을 위한 전략적 제휴' 같은 게 대표적이다. 이런 두 플랫폼 기업의 성격 차이 때문에 시장은 카카오를 더 주목했다. 국내 핀테크 점유에 있어서는 카카오가 독점적인 역량을 발휘할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금소법을 내세운 금융당국의 화살이 카카오에 유독 적중되는 건 두 플랫폼 기업의 이런 상반된 전략 때문이다. 피해를 크게 입은 쪽은 플레이어로 직접 뛰고 있는 카카오다. 카카오페이 자회사인 KP보험서비스(보험대리점)가 제공하는 자동차보험료 비교 서비스 는 금소법 계도기간 종료에 맞춰 9월 24일부터 중단된다. 이 서비스는 KP보험서비스에서 자동차보험료를 비교하면 소비자는 6개 보험사의 보험료를 확인한 뒤 해당업체 홈페이지로 이동해 가입할 수 있었다. 카카오페이는 광고수수료를 받는다.

특히 상장을 앞둔 카카오페이 입장에서는 악재다. 리스크를 잔뜩 안게 됐고 상장 연기설까지 나온다. 내년에 출범하려던 카카오의 보험 계열사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 기업이 직접 보험업에 진출하는 사례로 주목받아 보험업계에서는 잔뜩 경계하고 있던 차였다. 금융 당국은 전자금융업자의 보험대리점(GA) 등록을 허용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보험판매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논의를 이제 시작했다. 시스템이 갖춰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규제를 피해갈 순 없지만 그래도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금융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아직 보험비교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터라 접어야 될 일도 없다. 금융업에 직접 플레이어로 뛰기보다 제휴를 통해 접근했기 때문에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활용하고 있다. 플레이어로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플랫폼으로 남아 있었던 게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계열사 서비스 중에 금소법에 해당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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