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이 지난 11월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요소수 전환 사용 여부에 대한 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이 지난 11월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요소수 전환 사용 여부에 대한 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산업용 요소수를 희석해서 써도 경유차의 배출가스가 환경기준을 충족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주 동안 요소수 품귀에 속이 타들어갔던 소비자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환경과학원의 시험 결과가 그렇다. 그런데 환경부의 결론이 묘하다. 소비자의 생계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경유차의 고장 가능성이 더 걱정된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강조하는 환경성·안전성이 무엇이고, 과연 추가 실험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물론 차량 고장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감당하고 싶지 않은 입장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요소수 품귀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외면하고, 소비자에게 등을 돌려버린 환경부의 배짱이 놀랍다. 임기 말이 아니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요소수(촉매제)는 경유차에 사용하는 ‘차량용’과 선박·발전소·소각로 등에서 사용하는 ‘산업용’으로 구분된다. 용도에 상관없이 모든 요소수는 산업적으로 생산한 요소를 깨끗한 탈염수(脫鹽水)에 녹여서 제조한다. 국제표준기구(ISO)의 규격 표준에 따르면 그렇다.

더욱이 차량용 요소수도 값싸고 품질이 낮은 중국산 요소로 제조한다. 요소수가 필요 없는 유로 5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이 우리를 위해 연간 8만t의 고품질 요소를 특별히 따로 생산해줄 가능성은 없다. 산업용이라고 순도(純度) 또는 품질이 더 나쁠 수는 없다.

다만 요소수의 농도(濃度)는 용도에 따라 다르게 제조한다. 차량용은 32.5%이고, 산업용은 40%이다. 경유차의 엔진이 크기가 작고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의 양도 적기 때문이다. ‘차량용’과 ‘산업용’의 구분은 ‘순도’나 ‘품질’이 아니라 ‘농도’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산업용 요소수를 23% 희석하면 차량용과 똑같은 요소수가 된다. 산업용 요소수 1L에 작은 생수병의 절반(250mL)에 해당하는 생수를 넣으면 차량용으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40도짜리 소주를 2배 희석하면 20도짜리 소주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유차에 장착된 선택적 촉매환원장치(SCR)는 일반적으로 섭씨 250도에서 450도의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고, 엔진에서 배출되는 모든 오염물질이 반드시 SCR의 촉매 표면을 지나가도록 설계·제작되어 있다. 한 톨의 먼지도 허용되지 않는 청정실에서 가동되는 반도체 제작 설비와 같은 정밀 기계장치가 아니다.

더욱이 경유차에 사용되는 요소수의 양이 많은 것도 아니다. 승용차 기준으로 요소수 1L로 보통 1000㎞를 주행한다. 요소수의 사용량은 연료로 사용하는 경유 소비량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 적은 양인 셈이다. 그런 요소수에 들어있는 불순물의 양은 대단히 적을 수밖에 없고, 그런 불순물이 SCR에 고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리적·화학적으로 거친 환경에서 작동하는 SCR에 고장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SCR의 모든 고장이 요소수의 품질 때문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요소수의 어떤 불순물 성분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밝혀줘야만 한다.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섣부른 주장으로 소비자의 퇴로를 막아버려서는 안 된다.

요소에 대한 가짜뉴스 경계를

물론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용한다고 요소수 품귀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산업용 요소수의 재고가 충분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용의 전용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일시적으로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차량용 요소수의 수요가 대단히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월 소비량 7000t의 값싼 저순도 요소를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는 사실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전 세계에서 한 해 2억t이 넘는 요소가 생산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시중에 확산하고 있는 엉터리 정보도 경계해야 한다. 요소를 석탄·천연가스에서 ‘생산’하거나 ‘뽑아낸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석탄·천연가스에는 요소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본래 요소는 단백질의 최종 대사물질로 동물의 소변에서나 발견되는 ‘생명의 물질’이었다. 그런 요소를 천연자원인 석탄·천연가스에서 생산한다는 언론 보도는 부끄러운 것이다.

오히려 요소는 공기 중의 질소, 천연가스의 개질(改質)로 생산한 수소, 그리고 석탄·천연가스의 연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결합시켜서 생산한다. 첨단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100년 전에 독일에서 개발된 질소 고정과 요소 합성 공정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요소 생산에는 고온·고압의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열과 적지 않은 양의 전기가 소비되고, 상당한 오염이 발생하는 어려움이 있다. 엎친 데 덮친다고 요소는 ㎏당 가격이 매우 낮은 값싼 제품이다. 오늘날 요소를 중국·러시아·인도네시아·파키스탄의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생산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도 1961년 충주비료에서 처음 요소를 생산했지만, 2012년부터는 더 이상 경제성을 기대할 수 없어 포기해버렸다.

선진국이 모두 요소 생산을 포기해버린 것은 아니다. 여전히 미국·일본·독일·프랑스와 같은 전통적인 화학소재 강국들도 요소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요소는 개발도상국의 제품과는 품질과 가격이 전혀 다르다. 작년에 우리가 수입한 일본산 요소 비료의 평균 수입 가격은 중국산의 2.81배였고, 미국산 산업용 요소는 중국산보다 무려 31배나 더 비쌌다. 의료용 등의 특수 용도로 사용되는 선진국의 요소로는 L당 1000원 수준의 차량용 요소수를 제조할 수 없다. 차량용 요소수 생산에 쓰는 요소의 97%를 중국에 의존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암모니아를 수입해 요소를 생산하자는 제안도 황당한 것이다. 암모니아에 이산화탄소를 결합시켜 요소를 생산하는 공정도 역시 많은 에너지와 오염을 발생시키는 고온·고압의 공정이다. 암모니아만 가져오면 곧바로 요소를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초화학 산업은 대규모의 설비가 필요한 장치산업이기 때문이다.

요소수를 주유소에서만 제한적으로 판매하겠다는 정부의 대책도 황당하다. 작년 봄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겠다고 내놓았던 마스크 ‘배급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사실상의 사회주의 경제 정책이다. 1시간이면 동이 나버릴 분량인 요소수 2만7000L를 공수하기 위해 국방을 위해 써야 할 군용 공중급유기로 1억원어치의 항공유를 공중에 뿌려버린 것도 어처구니없는 전시 행정이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서 값싼 저순도 요소를 구해오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대표적인 범용·기초화학 제품인 요소수를 최첨단의 기술력과 설비가 있어야만 생산할 수 있는 초고순도 불화수소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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