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 ‘프레스 데이’를 시작으로 개막한 서울모빌리티쇼. 이날 참가업체 중 유일하게 ‘월드 프리미어’ 공개 행사를 가진 기아 부스에 취재진이 몰려 있다. ⓒphoto 이동훈
지난 11월 25일 ‘프레스 데이’를 시작으로 개막한 서울모빌리티쇼. 이날 참가업체 중 유일하게 ‘월드 프리미어’ 공개 행사를 가진 기아 부스에 취재진이 몰려 있다. ⓒphoto 이동훈

모터쇼에서 모빌리티쇼로 이름을 바꿔 11월 26일 개막한 서울모빌리티쇼가 ‘동네잔치’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국내 최대이자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가 공인한 국내 유일 모터쇼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완성차 업체는 물론 해외 완성차 업체들까지 외면하면서다.

올해 서울모빌리티쇼에 참가한 국내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그룹 산하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3개 브랜드에 그친다. 한국GM을 비롯해 르노삼성, 쌍용차는 각각 저마다 사정으로 불참했다. 직전 대회인 2019년 서울모터쇼 때만 해도 현대차그룹 3개 브랜드(현대차·기아·제네시스)를 비롯 한국GM(쉐보레), 르노삼성, 쌍용차까지 모두 6개 브랜드가 차량을 출품했었다.

해외 완성차 업체들의 참가도 저조하다. 해외 완성차 브랜드 중 서울모빌리티쇼에 참가한 곳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마세라티, 미니, 포르쉐, 이스즈 등 7개 브랜드에 그친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한 일본 차 불매운동 등의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일본 완성차 3사(도요타·혼다·닛산)가 모두 불참한 것은 물론 독일 폭스바겐, 미국 GM과 포드도 부스를 꾸리지 않았다.

일본 완성차 업체의 경우 직전 대회인 2019년 서울모터쇼 때만 해도 도요타, 혼다, 닛산, 렉서스까지 모두 4개 브랜드의 차량을 출품한 바 있다. 이번에 참가한 일본 차는 상용차 업체인 이스즈가 유일하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2019년 서울모터쇼 때는 부스를 꾸렸으나 올해는 참가기업 명단에서 빠졌다.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 차원의 결정”이라며 “코로나19 확진자도 4000명씩 나오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 등의 문제로 공장마저 문 닫는 상황이라서 불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완성차 3사 모두 불참

서울모빌리티쇼는 코로나19 사태 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모터쇼로 기대를 모았다. 코로나19로 지난해 부산모터쇼는 아예 취소된 바 있다. 서울모빌리티쇼 역시 당초 지난 4월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7월로 한 차례 밀렸다가 11월까지 다시 연기된 바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동네잔치만도 못하다는 혹평이 쏟아지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례적 상황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서울모빌리티쇼는 직전 대회인 2019년 대회와 비교해 규모 자체가 지나치게 축소됐다는 지적이다. 2019년 서울모터쇼의 경우 7만9851㎡의 전시공간을 확보하고 모두 227개사가 참가했다. 당시 참가한 완성차 브랜드 역시 21개(국산차 6개, 수입차 15개)로 올해 10개 브랜드(국산차 3개, 수입차 7개)에 비해 2배가량 많았다. 당시 공개된 신차 역시 세계 첫 공개를 뜻하는 ‘월드 프리미어’ 7종을 비롯해 아시아 프리미어 10종, 코리아 프리미어 22종에 달했다.

서울모빌리티쇼의 퇴보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개최를 강행했던 중국의 경쟁 모터쇼와도 양과 질에서 크게 비교된다. 중국 역시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각각 짝수해와 홀수해 번갈아가며 모터쇼를 여는데, 지난 4월 열린 상하이모터쇼는 약 1000여개 기업이 참가했고 ‘월드 프리미어’만 128종에 달했다. 짝수해였던 지난해 9월 열린 베이징모터쇼에서도 82종에 달하는 ‘월드 프리미어’가 첫선을 보였다.

반면 서울모빌리티쇼에 참가하는 기업은 상하이모터쇼의 10분의1 수준인 100개 기업에 불과하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KINTEX) 제2전시장에 마련된 전시공간 역시 2만6310㎡로 상하이모터쇼(36만㎡)의 10분의1이 채 안 된다. 2005년부터 개최지를 서울 코엑스(COEX)에서 일산 킨텍스로 옮긴 뒤 가장 작은 규모이자 2019년 대회의 3분의1 수준이다. 출품 모델도 ‘월드 프리미어’ 1종을 비롯해 ‘아시아 프리미어’ 5종, ‘코리아 프리미어’ 14종에 그친다.

‘월드 프리미어’ 기아 니로 유일

모터쇼의 위상을 결정짓는 ‘월드 프리미어’는 지난 11월 11일까지만 해도 한 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기아가 신형 니로를 선보이기로 하면서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신형 니로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월드 프리미어’가 한 대도 없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던 셈이다. 신형 니로는 2016년 첫 출시한 SUV 니로가 5년 만에 선보이는 후속 모델로,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서울모빌리티쇼의 저조한 성적은 중국 광저우(廣州)모터쇼와 비슷한 기간에 겹쳐진 측면도 있다. 광저우모터쇼는 서울모빌리티쇼보다 8년이나 늦은 2003년 첫 출범한 모터쇼이지만 최근 급속히 덩치를 키우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로 서울모빌리티쇼 기간을 거듭 조정하다 보니 지난 11월 19일 개막해 28일까지 열리는 광저우모터쇼와 시기적으로 겹쳐 버렸다. 광저우모터쇼는 베이징모터쇼나 상하이모터쇼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듣는데도 불구하고 전시면적만 22만㎡에 참가업체만도 700곳이 넘었다. ‘월드 프리미어’도 54종에 달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본국에서 개최하는 서울모빌리티쇼가 아닌 광저우모터쇼에서 제네시스 GV70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열었을 정도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들은 철저히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며 “시장 자체가 중국에 비해 작으니까 외산 차들은 서울모빌리티쇼를 건너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자연히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서울모빌리티쇼의 대대적 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현대차그룹 한 곳에 전적으로 의존해 모터쇼를 치러내면서도 서울과 부산에서 격년 단위로 모터쇼를 개최하는 것 자체가 동네잔치만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모빌리티쇼와 부산모터쇼는 각각 1995년과 2001년부터 시작됐는데, 2005년부터는 서울모터쇼는 홀수해, 부산모터쇼는 짝수해에 열리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가 ‘IAA모빌리티’로 이름을 바꾸는 등 전 세계 모터쇼들이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세계 5대 모터쇼로 불리던 도쿄모터쇼도 위상이 확연히 줄어들었는데 서울모빌리티쇼도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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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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