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아이언맨. 호크 아이.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photo 월트디즈니코리아
(왼쪽부터) 아이언맨. 호크 아이.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photo 월트디즈니코리아

‘마블 시리즈’의 주인공들을 모른 채, 서울이 나온다는 얘기만 듣고 ‘어벤져스2’를 본 사람은 난감한 기분을 맛보았을 것이다. 서울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 수퍼 히어로들의 이야기는 하품 나오기 딱이다.

‘어벤져스2’의 제작사는 마블스튜디오, 배급사는 월트디즈니. 2008년 월트디즈니는 만화사 마블코믹스를 40억달러에 사들였다. 마블코믹스와 양대 산맥을 이뤘던 DC코믹스는 워너브라더스 영화사 소유다.

‘어벤져스2’에는 아이언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토르,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가 나온다. 이들은 모두 마블코믹스에 등장하는 수퍼히어로들이다. 먼저 만화로 나와 독자를 사로잡은 뒤 영화로 만들어진 경우다. 이들 수퍼히어로들의 정체성을 알아야 비로소 ‘어벤져스2’가 이해된다. 이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보느냐 하품하며 보느냐에 따라 세대 구분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지루하게 생각하면 40~50대 이상이라는 것이다. 수퍼히어로들은 각기 다른 캐릭터로 두꺼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마블 짱’이라 불리는 마블 전문가들이 수두룩하다.

마블 시리즈 중 영화로 만들어져 세계적 히트를 한 것은 3편까지 나온 ‘아이언맨’ 시리즈다. ‘아이언맨’이 영화로 처음 등장한 게 2008년. ‘아이언맨’ 속 천재 과학자이자 백만장자인 토니 스타크가 개발한 초음속 비행능력을 갖춘 수트(suit)에 영화팬들은 열광한다. 주인공은 15세에 MIT에 입학해 전자공학 및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천재 과학자다. 부모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뒤 막대한 유산을 받는다.

그런데 ‘아이언맨’이 처음 만화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1963년으로 동서 냉전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은 미국인의 소련에 대한 공포심이 극에 달할 때였다. 냉전시기 만화 주인공 ‘아이언맨’은 소련과 맞서 미국을 수호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냉전이 만들어낸 캐릭터 ‘아이언맨’은 냉전이 끝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아이언맨’은 미국과 세계를 대상으로 한 테러와 전쟁에 등장한다. 세계제국인 미국을 수호하며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사명감은 변함이 없다. ‘아이언맨’은 마블 시리즈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수퍼히어로다. ‘수트’만 입으면 누구나 아이언맨이 될 수 있다는 설정에 팬들은 설렌다.

‘캡틴 아메리카’는 1941년에 등장한 영웅이다. ‘캡틴 아메리카’의 가슴에는 미국 국기 성조기가 그려져 있다. 본명은 스티브 로저스. 로저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자원 입대가 거부되었을 정도로 허약한 신체를 가진 청년이다. 하지만 조국을 위해 복무하겠다는 일념으로 수퍼솔저 프로젝트인 특수혈청 실험에 자원한다. 로저스는 특수혈청을 맞고 초능력을 가진 영웅 ‘캡틴 아메리카’가 된다. ‘캡틴 아메리카’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나치 독일과 맞서 싸운다. 2차 세계대전 중 그의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후 인기가 추락해 사라졌다. 1964년 어벤져스팀이 구성되면서 쉴드(S.H.I.E.L.D)가 70년 만에 북극 지방에서 얼음상태로 동면 중인 ‘캡틴 아메리카’를 발견한다. ‘캡틴 아메리카’는 적과 싸울 때 방패를 들고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면서도 무게는 강철보다 가벼운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진 방패다.

쇠망치를 들고 다니는 ‘토르’는 신(神)이다. 기원전 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구를 포함한 9세계 중 요툰하임이 ‘서리거인의 함’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지구를 침략한다. 이때 다른 세계를 지배하던 아스가르드 왕 오딘이 지구를 지켜준다. 이 과정에서 ‘서리거인의 함’을 빼앗은 오딘은 지구를 떠나는 과정에서 큐브를 흘리고 간다. 오딘은 지구에서 우연히 발견한 고아를 데려다 키우는데 이 아이가 ‘어벤져스1’의 악당인 로키다. 로키는 이복형 토르와 후계자 자리를 놓고 대립하는데, 토르를 지구로 쫓아내는 데 성공한다. 토르는 각성하고 쉴드의 존재를 알게 된다. 쉴드는 토르를 어벤져스팀에 합류시킨다.

과학자 로버트 브루스 배너 박사는 감마폭탄을 개발하던 폭파실험 도중 사고로 감마선에 쪼인 뒤 분노하면 녹색 거인으로 변신한다. 그게 헐크다. 만화 주인공 ‘헐크’가 등장한 것은 1962년이다. 이후 미국에서 텔레비전 시리즈로 나와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에서는 1976년과 1981년 미스터 올림피아로 뽑힌 보디빌더 프랑코 콜럼부가 맡았다. 드라마에서 헐크는 약자를 괴롭히는 사악한 인간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악인을 응징하는 역할을 맡았다. 헐크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2003년 대만 출신의 이안 감독에 의해서였다. 이안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 헐크는 공중을 붕붕 날아다니는 수퍼 초인(超人)으로 등장한다.

‘블랙 위도우(black widow)’의 본명은 나탈리아 로마노바. ‘로마노바’라는 성(姓)에서 그녀가 1917년 2월혁명으로 막을 내린 제정러시아의 로마노프 왕가를 연상시킨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출신의 전쟁 고아를 소련 정부가 특수한 생물학적 기술을 적용해 초능력 인간으로 만들어냈다. 블랙 위도우는 각종 무술은 물론 스파이 능력과 함께 무엇보다 늙지 않는 능력을 가졌다. ‘어벤져스2’에서는 헐크와 잠시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장면이 나온다.

‘호크 아이(hawk-eye)’는 궁술로 적을 제압하는 히어로. 본명은 클린트 바튼. 여섯 살 때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고 고아원에 맡겨진다. 바튼은 고아원 생활을 하던 중 탈출해서 서커스단에 입단해 궁술을 배운다. 바튼은 아이언맨의 활약상에 감동을 받아 스스로 영웅이 되기로 한다. 호크 아이는 초능력을 갖지 않은 인간이다. 그러나 서커스에서 배운 여러 가지 기예(技藝)를 인정받아 어벤져스팀에 합류하게 된다. 호크 아이는 퀸젯을 몰기도 하고 때로는 캡틴 아메리카의 등에 올라탄 채 이동하곤 한다.

‘어벤져스(Avengers)’는 복수를 할 권리를 가진 사람을 뜻한다. 수퍼히어로 혼자서는 대적할 수 없는 강력한 적이 나타날 경우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등이 모여 구성하는 팀이 어벤져스다. 객석에서 조금 지루해하는 기색이 나타날 때쯤 ‘쉴드’의닉 퓨리가 나타난다. 관객들이 고대하는 어벤져스 프로젝트가 시작된다는 것을 예고한다.

이처럼 ‘어벤져스2’는 예습과 복습을 필수로 하는, ‘영화 감상 설명서’가 필요한 영화다. 마블 시리즈가 전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컴퓨터그래픽(CG)의 발달이 결정적이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만화 속에 머물러 있던 영웅들을 4차원으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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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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