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션’의 한 장면. ⓒphoto 20세기 폭스
영화 ‘마션’의 한 장면. ⓒphoto 20세기 폭스

지난 10월 8일 국내 개봉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마션’의 흥행돌풍이 심상치 않다. 주말에만 100만 관객을 사로잡더니 개봉 6일 만에 200만명을 돌파했다. 영화 ‘마션’은 화성을 탐사하던 중 고립된 한 대원을 구하기 위해 NASA(미국항공우주국)의 팀원들과 지구인이 펼치는 구출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에는 SF라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화려한 전투 장면이나 외계생명체 등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제 일어날 법한 화성 탐사대의 조난과 구출 작전, 실감나는 화성에 대한 묘사가 관객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이끌고 있다. 한 남자의 화성 탈출기를 그린 이 영화가 다소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혹평하는 관객들도 있다. 일단 영화의 평가를 제쳐두고 NASA의 유인화성탐사계획과 맞물려 영화 ‘마션’이 표현한 화성 탐사가 얼마나 현실성 있는 내용인지가 궁금해졌다.

지난 10월 12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 최영준 박사를 만나 영화 ‘마션’을 통해서 본 화성 개척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지구와 닮은꼴 화성

영화 ‘마션’은 화성탐사대원들이 화성 토양을 채취하는 도중 강력한 모래폭풍을 만나며 시작된다. 화성 기지를 덮치는 강력한 모래폭풍으로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는 폭풍에 휩쓸려 날아간다. 탐사대원들은 그가 사망했다고 생각하고 지구로 귀환한다. 영화의 발단인 재해로 등장한 화성 폭풍은 실제 100여년 전부터 관측돼 왔다. 최영준 박사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처럼 화성 폭풍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화성의 대기밀도는 지구의 100분의 1 수준이고, 막대한 에너지를 축적하는 수증기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박사에 따르면 몇 년에 한 번씩 폭풍이 일어나며 과거 초속 27m 수준의 모래폭풍이 관측되기도 했지만 지구의 태풍만큼 강력하지는 않다고 한다. 오히려 미세한 모래입자가 장비 고장을 일으키는 골칫거리이다. 실제 2005년 NASA의 화성탐사로봇 ‘오퍼튜니티’는 화성의 모래언덕에 파묻혀 5주간의 탈출시도 끝에 임무를 재개하기도 했다.

황량한 사막을 연상케 할 만큼 화성은 가파르고 높은 협곡과 모래로 가득한 붉은 행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태양계 최고 높이인 약 25㎞의 올림푸스산도 바로 화성에 있다. 화성 대기는 이산화탄소가 약 95%, 질소가 약 3%를 차지하며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산소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화성의 표면온도는 약 -140~20°C 정도로 일교차가 매우 심한 편이다. 그런데도 화성을 인간이 정착해 살 수 있는 태양계의 유일한 행성이라고 손꼽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영준 박사는 “일교차는 크지만 목성처럼 항상 얼어있지도, 금성처럼 매우 뜨겁지도 않기 때문에 지구와 가장 환경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 ‘마션’에 등장하는 화성일은 실제 하루 24시간37분 정도로 현재 지구의 하루와 유사하다.

한국천문연구원 최영준 박사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한국천문연구원 최영준 박사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실제 감자 농사 가능할까?

영화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화성에서 생존하기 위해 지구에서 가져온 생감자를 화성의 토양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 데 성공한다. 최영준 박사는 “화성의 토양이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유기물을 가졌는지는 아직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인분을 비료로 사용해 감자를 기르는 장면은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했다. 또한 화성에서 살아가려면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물이다. 지난 9월 29일 NASA는 화성에 흐르는 물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가 중요한 이유는 흐르는 물이 있다면 식수와 산소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준 박사는 “흐르는 물이 발견된 건 고무적이지만 사진상으로만 관측된 것이기 때문에 하천의 폭과 깊이, 정확한 유량은 아직 정확히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물을 발견했다고 해서 탐사로봇이 함부로 물가에 갈 수도 없다고 한다. 국제우주공간연구위원회(COSPAR)가 정한 ‘행성보호원칙’에 따르면 행성 오염을 막기 위해 높은 수준의 청결함을 유지하지 않은 탐사로봇은 접근금지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화성을 탈출해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었다. 바로 화성과 지구와의 물리적 거리로 인한 귀환시간이다. 영화 포스터에도 적혀있듯 화성과 구조대와의 거리는 무려 2억 ㎞가 넘는다. 최영준 박사는 “지구와 화성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회합주기가 3~4년에 한 번 찾아온다. 그때가 화성에 갈 수 있는 최단거리가 되는 셈이다”라며 “그래도 화성에 가려면 현재 기술로는 1년 가까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설사 지구에서 무사히 출발했다고 해도 광활한 우주에서 여러 변수를 이겨내고 무사히 화성에 도착한다는 보장도 없다. 최영준 박사는 영화에서처럼 화성탐사대가 가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물론 우주선을 제작할 때 시스템이 고장날 것에 대비해 이중, 삼중의 백업체계를 만들어 놓는다. 하지만 우주에서의 예기치 못한 사고, 장기간 여행의 정신적 문제, 화성에서의 고립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다.”

영화 ‘마션’ 막바지에 주인공이 화성을 탈출할 때 우주선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창문과 심지어 우주선 지붕을 뜯고 비닐로 대체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지구를 기준으로 다소 비현실적인 이 장면이 오히려 화성에서는 실현가능하다고 한다. 최영준 박사는 “화성의 대기는 밀도가 낮기 때문에 압력이 세지가 않아 가능할 수 있다. 대기의 밀도가 낮아서 화성에서는 오히려 착륙할 때가 훨씬 까다롭다”라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화성의 대기로 진입할 때 감속이 안 되기 때문에 착륙 시에 속도를 줄이지 못하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로켓의 역추진을 이용하거나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방식으로 착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마션’만 보더라도 화성에 탐사대를 보내기 위해서 필요한 장비들과 시설, 우주선 등 준비와 투자금액은 어마어마하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선진국들이 우주 연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최영준 박사는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다”라고 답변했다. 굳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했듯이 지구로부터 새로운 곳을 점차 확장해 나가는 게 인간의 본능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이제 한국도 달 탐사 프로젝트를 실시한다고 한다. 성공하게 되면 자력으로 달 탐사를 이룬 우주강국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 현재 우주강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양대 축으로 선두에 있고, 중국과 인도가 신흥 강국으로 추격하는 상황이다. 인도는 달을 건너뛰고 바로 화성에 무인탐사선을 보내 현재 화성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최영준 박사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우주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투자가 이뤄진다면 우리나라도 머지않은 미래에 우주 탐사가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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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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