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 (우)쯔위는 ‘마리텔’에 출연해 대만 국기를 들어 논란이 됐다.(왼쪽 위)
(좌)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 (우)쯔위는 ‘마리텔’에 출연해 대만 국기를 들어 논란이 됐다.(왼쪽 위)

쯔위(周子瑜)가 누군데? 이름도 생소한 한 아이돌 멤버의 손끝 하나에 한국과 중국, 대만의 외교 관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한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자신의 출신 국가인 대만 국기를 들고 있던 게 화근이었다.

트와이스는 박진영이 대표로 있는 JYP 소속의 다국적 아이돌 그룹이다. 한국인 멤버가 5명, 일본인이 3명, 대만인 멤버가 1명으로 절반 정도가 외국인이다. 언제부터 한국 아이돌에 외국인이 대거 등장했을까. 이들은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데다 이미 아이돌 멤버의 이름은 ‘외계어’가 된 지 오래라 누가 한국인이고 누가 외국인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이제 아시아인 대부분이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소비한다’고 할 정도로 한류시장이 커졌다. 여기에는 K팝의 영향이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를 보면 2013년 국내 음악산업의 매출액은 4조2772억원. 여기에 화장품, 먹거리, 관광 등을 포함하면 한류로 발생하는 경제효과는 20조원에 이른다.

‘차세대 먹거리’ 해외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SM엔터테인먼트다. 아이돌에 외국인 멤버가 포함된 것은 2005년에 데뷔한 슈퍼주니어부터다. SM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슈퍼주니어 K와 중국에서 활동하는 슈퍼주니어 M이라는 그룹을 별도로 만들어 양쪽을 동시에 공략했다. M은 옛 중국의 고급관리를 지칭하는 말인 ‘만다린(mandarin)’을 뜻한다. 여기에 중국인 멤버 ‘한경’이 포함돼 있었다. 그는 2001년 ‘HOT china’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발탁됐다. 한국과 대륙을 동시에 접수하겠다는 SM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슈퍼주니어는 2007년부터 중국의 연말 시상식을 휩쓸었다. 2008년에는 중국인 멤버를 강화해 중국계 캐나다인 헨리, 중국인 조미 등이 추가됐다. 이에 힘입어 이들의 노래는 2012년에는 대만의 온라인 음악 사이트에서 121주 연속 1위라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슈퍼주니어 성공 후 외국인 멤버 대거 기용

슈퍼주니어의 성공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인 멤버 강화가 대륙 진출의 정석이 됐다. SM의 보이그룹 EXO에는 크리스·루한·레이·타오 등의 중국 멤버가 포함돼 있고, 이들 역시 EXO-M으로 활동했다. SM의 걸그룹 FX에는 중국인 멤버 빅토리아와 중국계 미국인 앰버가 포함됐다. 후발주자인 JYP 역시 신인그룹에 중국인 멤버를 포함시켰다. 4인조 걸그룹인 미쓰에이는 멤버의 절반인 지아와 페이가 중국인이다. 보이그룹 GOT7의 잭슨도 중국 출신이다.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흐름은 중소 기획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유가 속한 로엔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피에스타의 차오루는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저는 피에스타에서 중국인을 맡고 있는 차오루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해 구설에 올랐다. 특히 중국에서도 묘족(苗族) 출신임이 알려지면서 ‘묘족’이 실시간 검색어에 뜨기도 했다. 아이돌 사이에서 ‘중국계 사조직’이 있다고 할 정도로 중국인 멤버는 한국 아이돌의 일부가 됐다.

중국뿐 아니다. 태국·일본 멤버도 강세를 보인다. 2PM의 닉쿤이 ‘태국돌’의 길을 닦았다. K팝의 인기가 높은 태국은 아이돌 멤버 중에 태국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가 크다. 2PM의 후발그룹인 JYP의 GOT7은 아예 태국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태국인 멤버인 뱀뱀은 태국어로 프로그램의 진행을 도맡았다. 현재 태국인인 손이 속해 있는 걸그룹 CLC도 ‘현지인의 힘’을 보여준다. 현지 반응을 보면 다른 멤버들보다 손이 출연한 동영상이 4배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다.

소녀시대·카라 등이 한류를 일으킨 일본도 ‘현지 멤버’로 공략법을 바꾸었다. 현재 JTBC의 ‘비정상회담’에 일본 대표로 출연 중인 유타는 SM에서 키우는 ‘SM루키즈’의 멤버다. JYP가 트와이스에 일본인 멤버 3명 모모·사나·미나를 포함시킨 것도 같은 이유다.

‘쯔위사태’로 논란이 된 트와이스는 이런 다국적 그룹의 ‘끝판왕’이다. ‘귀로 한 번, 눈으로 한 번’ 반한다는 뜻의 팀명 ‘트와이스(twice)’에 맞게 음악적 재능뿐 아니라 멤버들의 외모 기준선이 높았다. 아시아의 미소녀가 다 모였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였다. 기존의 걸그룹은 소녀시대의 윤아, 미쓰에이의 수지, AOA의 설현, EXID의 하니처럼 외모를 담당하는 ‘센터 멤버’가 있다.

트와이스는 데뷔 전부터 눈을 끄는 멤버가 여럿이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 그룹이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옆에 예쁜 애’라는 별칭으로 소개됐다. 이 미모 대결의 승자는 한국도, 일본도 아닌 대만 멤버 쯔위였다. 이는 쯔위를 새로운 대세로 만들었다. 이들의 노래 ‘우아하게’는 음원 차트를 역주행했고, 가요 프로그램에서는 데뷔곡으로 1위 후보에 올랐다. 트렌드에 민감한 스마트폰 통신사는 쯔위를 모델로 ‘심쿵 쯔위’ CF를 만들었다. ‘쯔위의 동영상을 더 보고 싶다면 통신사에 가입하라’는 노골적인 메시지였다. 소속사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도 쯔위를 대표선수로 내보냈다. 미쓰에이 이후 이렇다 할 신인 그룹을 내놓지 못했던 JYP로서도 외국인돌 ‘쯔위 상승세’는 호재였다. 호재가 악재로 바뀐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왼쪽부터) 첫 중국인 아이돌인 슈퍼주니어의 한경. EXO의 탈퇴 멤버 루한(왼쪽)·크리스(오른쪽). GOT7의 중국 멤버 잭슨. 피에스타의 중국 멤버 차오루.
(왼쪽부터) 첫 중국인 아이돌인 슈퍼주니어의 한경. EXO의 탈퇴 멤버 루한(왼쪽)·크리스(오른쪽). GOT7의 중국 멤버 잭슨. 피에스타의 중국 멤버 차오루.

외국돌, K팝의 새로운 숙제

이처럼 다국적 멤버를 앞세운 한류는 명과 암이 뚜렷하다. 현지에서 뜨고 싶은 지망생들이 이를 악용할 수 있고, 섬세한 준비 없이 대외 홍보용, 대륙 공략용으로 구성한 외국 멤버는 외교문제를 낳을 수 있다. 외국인돌의 포문을 열었던 슈퍼주니어는 첫 멤버인 한경이 2009년 탈퇴했다. EXO-M의 중국인 멤버 크리스·루한도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탈퇴했다. 중국인 쌍둥이 대룡·소룡으로 결성된 듀오인 테이스티는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에서 이탈해 독단적으로 중국 활동을 시작해 논란이 됐다. 이들은 자신의 웨이보(중국 SNS)에 “한국 활동을 종료하고 중국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올린 뒤 음원을 공개했다. 중국 출신의 멤버가 한국의 연습생을 거쳐 한국 그룹으로 데뷔한 뒤 팀을 이탈해 중국 활동을 단독으로 이어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한국은 ‘아이돌 사관학교’라 불린다. 아시아 전역의 스타 지망생들이 한국의 오디션을 위해 비행기에 오른다. 쯔위는 13세에 한국에 와 연습생이 됐다. 그룹에 발탁되면 이 학교에서 칼군무와 한국어를 배운다. ‘하루에 800칼로리’ ‘데뷔 후 3년간 연애금지’라는 엄격한 관리를 받지만 정작 다국적 그룹에 걸맞은 감수성은 배우지 못한다. 국제적인 멤버를 뽑아내는 것만큼이나 ‘국제적인 활동을 감당할 소양’도 중요하다. 민감한 외교 문제에 부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트와이스가 소속된 JYP의 홈페이지는 마비됐고, 주가도 하락했다. 소속 가수들의 중국 공연은 연이어 취소됐다. ‘외모 끝판왕’에서 양안의 ‘뜨거운 감자’가 된 쯔위 사태가 남긴 비싼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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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슬기 톱클래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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