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MAR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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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새 히어로 영화 ‘데드풀’이 2월 18일 개봉한다. 데드풀은 독특한 캐릭터다. 마블, 아니 대중문화 전체를 통틀어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똘기 충만한’ 캐릭터다. 공개된 영화 예고편만 봐도 예사롭지 않다.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농담을 던지고, 잔혹한 액션으로 피바다를 만든다. ‘저게 영웅이라고?’ 기존 마블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은 혼란스럽다.

두둑한 통장 잔고만큼이나 매력적인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나, 드넓은 어깨 위에 조각상 얼굴 올려놓은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데드풀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인물이다. 마블의 작가와 팬들이 격하게 아끼는 안티히어로 데드풀에 대해 알아보자.

그는 어떻게 불사의 ‘돌+I’가 됐나

데드풀은 1991년 2월 발간된 마블 코믹스 ‘뉴 뮤턴츠’ 98화에 암살자로 등장하며 데뷔했다. 사실 데드풀은 그 탄생부터가 패러디다. DC 코믹스의 인기 악당 캐릭터 데스스트록을 오마주한 것. 이 둘은 복장과 능력, 암살자이자 용병이라는 설정이 유사하며, 본명도 슬레이드 윌슨(데스스트록), 웨이드 윌슨(데드풀)으로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데스스트록은 과묵한 캐릭터라는 점이다.

데드풀의 본명은 웨이드 윈스턴 윌슨이다. 캐나다 출신의 윌슨은 용병으로 활동하던 중에 치명적인 뇌종양을 발견하지만, 이미 치료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쳐 죽을 날만 기다리는 상황에 처한다. 그때 ‘웨폰X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실험에 자원하게 된다. 웨폰X 프로젝트는 초능력을 지닌 뮤턴트(돌연변이)들을 연구하고 능력을 강화시키거나, 타인에게 이식하는 실험이다. 맞다. 엑스맨에 등장하는 그 뮤턴트다. 엑스맨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인 울버린도 웨폰X 프로젝트의 실험체였다.

실험체가 된 데드풀은 죽지 않았다. 하지만 완치된 것도 아니었다. 울버린의 능력인 힐링팩터(초재생능력)를 이식받았지만, 그 부작용으로 암세포가 전신에 퍼지고 외모도 추하게 변해 버렸다. 뇌종양을 비롯한 암세포가 정상적인 세포를 파괴하면 힐링팩터가 발동해 이를 재생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덕분에 데드풀은 총에 맞아도, 칼에 찔려도 죽지 않는 몸이 됐다. 하지만 뇌세포가 죽고 되살아나는 과정을 반복하는 통에 데드풀의 정신은 매우 불안정하며 다중인격, 환각 등에 시달린다.

여기에 더해, 만화 원작에서 데드풀은 타노스의 저주를 받아 불사신이 된다. 타노스는 마블 세계관의 막강한 악당이다. 마블 영화 세계관에서는 ‘어벤져스’에 첫 등장한 이후 굵직한 사건들의 흑막으로 등장한다. ‘불사의 몸’이라는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올 것인지, 아니면 적당한 수준으로 변용할 것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영화와는 별개로, 코믹스 세계관에서 데드풀은 유부남이다. 2014년 1월 2일 ‘데드풀’ 27화에서 언데드 일족의 여왕 쉬클라와 결혼했다. 표지를 장식한 데드풀의 결혼식에는 232명의 마블 히어로들이 참석해 ‘만화책 표지 사상 최다 인원 출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제4의 벽(fourth wall)’이 있으며, 이 벽은 배우와 관객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는 연극 이론이 있다. 관객은 투명한 벽을 통해 무대를 관찰하고, 배우는 무대 밖 세계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개념이다. 관객과 작품의 분리라는 측면에서 영화의 스크린, 텔레비전의 화면 역시 ‘제4의 벽’으로 본다.

데드풀은 이 ‘넘을 수 없는 벽’을 뛰어넘는 캐릭터다. 넷플릭스의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주인공이 화면 밖을 응시하며 시청자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말이다. 데드풀은 독자를 의식하고, 작가와 대화하며, 더 나아가 자신이 ‘만화 속 인물’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자신의 비중에 대해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따지기도 하고, 말풍선의 모양에 대해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페이지를 찢고 나와 다음 페이지의 자신에게 충고를 해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원래 정신이 온전치 못한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에게 미치광이 취급을 받기도 한다.

영화에서도 제4의 벽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예고편에서는 데드풀이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액션 장면 직전에 ‘뮤직 큐’를 외치는 등 그다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런 분위기가 본편까지 이어질지는 모를 일이다.

데드풀의 실수, 데드풀이 만회할까

사실 데드풀의 스크린 나들이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09년 개봉한 엑스맨 영화 시리즈의 스핀오프 작품인 ‘엑스맨 탄생:울버린’에서 울버린의 팀 동료인 용병 웨이드 윌슨으로 등장한다. 이때 윌슨 역을 맡은 배우는 라이언 레이놀즈인데, 재미있게도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에서도 같은 배우가 윌슨, 즉 데드풀을 연기한다.

하지만 두 데드풀은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엑스맨 탄생:울버린’ 속 데드풀은 수다스럽고 훤칠하게 생긴 용병일 땐 그나마 기대를 갖게 했지만, 이후에는 영 ‘꽝’이었다. 영화 후반 데드풀은 울버린의 호적수로 등장한다. 이때 웨폰X 프로젝트에 의해 인체 개조를 당한 데드풀은 말 그대로 원작 파괴 수준이었다. 입은 아예 없어져서 말 한마디 못하고, 손에서 일본도가 돋아나며, 눈에서는 빔이 나온다. 팬들 입장에선 ‘누구세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다행히도 이번에 리부트된 단독주연 영화 속 데드풀은 복장부터 캐릭터까지 원작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예고편부터 포스터까지 약 한 사발 거하게 들이켠 개그 센스를 보여주면서 팬들의 기대를 한껏 증폭시켰다.

예고편에는 ‘큰 힘에는 큰 무책임이 따른다’는 문구가 나오는데, 이는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을 관통했던 메시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를 패러디한 것이다. 또 웨폰X 프로젝트 실험에 앞서 윌슨은 “옷을 초록색으로 만들거나 CG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지 말라”고 부탁하는데,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의 필모그래피를 아는 사람이라면 박장대소할 부분이다. 그는 ‘그린 랜턴:반지의 선택’에서 DC코믹스의 수퍼히어로 그린 랜턴을 연기했다. 제작비가 2억달러나 투입된 이 영화는 흥행 부진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망해 버렸다. 이 때문에 그린 랜턴은 DC코믹스의 야심 찬 영화화 프로젝트를 최소 몇 년은 후퇴하게 만든 역적 취급을 받고 있다. 배우가 영화 속에서 자신의 예전 작품, 그것도 마블 영화에서 DC코믹스의 캐릭터를 비꼬는 건 데드풀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데드풀은 폭력성과 선정성 때문에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을 받았다. 마블 영화로는 이례적이다. ‘가장 영웅답지 않은 영웅’ 데드풀의 활약이 그저 ‘센 영화’에 그칠지, 아니면 그 이상을 보여주며 수퍼히어로 영화의 스펙트럼을 넓혀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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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윤 매일경제 오피니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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