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와 아이유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둘 다 1993년생이다. 둘째, 데뷔 후 오랜 기간 ‘국민남동생’ ‘국민여동생’이라 불리며 왕좌의 자리에 있었다. 셋째, 2012년 2월 9일 같은 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졸업 후 두 사람 모두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유승호와 아이유의 평행이론

 ⓒphoto 하이트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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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는 만 7세에 영화 ‘집으로’의 남자 주인공으로 데뷔했다. 인천 출신인 그는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일산으로 옮겨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창시절을 보냈다. 주민들은 그를 ‘일산의 자랑’이라고 불렀다.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했는데, 지각을 하거나 연예인 행세(?)를 한 일이 없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도 태도가 불성실한 적이 없어 교사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자자했다.

유승호의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이었던 박준석 교사는 그를 ‘선생님을 보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90도로 인사하던’ ‘수업시간에 한 번도 존 적이 없는’ 학생으로 기억했다. 박준석 교사는 기자와 만나 “승호는 내신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특례가 아니었어도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유승호는 고등학교 졸업 뒤 명문대가 아니라 군대에 입대했다. 당시 몇몇의 대학에서 특례입학 제의가 있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도 학업에 충실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가지 않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워낙 확고했다.

군 입대 후에도 연예병사가 아닌 조교로 복무했다. 그는 강원도 화천 이기자부대 수색대대에서 자대 배치를 받은 뒤 조교로 보직을 바꿔 신병 교육을 담당했다. 군 제대 후에는 영화 ‘조선마술사’와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을 찍었다.

아이유는 수능 당일 새 앨범 재킷 촬영을 했다. 고3이던 2011년 12월 KBS의 토크쇼 ‘승승장구’에 출연한 아이유는 “수능을 봐도 아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수능 시험을 보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유에게도 특례입학 제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특례입학 제의를 거절했다. “특례입학을 해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멋있겠지만, 지금은 고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고 했다. 아이유는 당시 3집 ‘좋은 날’에서 보여준 3단 고음이 화제가 되면서 수많은 삼촌 팬들을 끌어모았다.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보여준 연기도 호평을 받았고, 걸그룹 멤버들을 모아 만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영웅호걸’에서도 존재감을 보였다. 음반, 드라마, 예능을 두루 섭렵해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시기였다. 여세를 몰아 아이유가 특례입학을 포기한 것 역시 ‘개념연예인’으로 칭송을 받았다. 뭘 해도 잘되던 시기, 하지만 아이유는 쏟아지던 칭찬에 휘둘리지 않았다. “솔직히 개념 있다는 말도 부담스럽다. 나는 단지 공부를 못해서 대학을 안 간 것이다”고 담담히 대응했다.

 ⓒphoto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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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미쓰에이 수지, 에프엑스 설리, 에이핑크 정은지, 샤이니 태민, 악동뮤지션 이찬혁, 위너 강승윤 등도 대학 진학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져 2016년 수능을 보류한 연예인은 가수 유승우, 피프틴앤드(15&) 박지민, 트와이스 지효, 배우 박지빈 등이 있다.

수지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여러 학교에서 ‘특례입학설’이 돌아 화제가 됐다. 수지가 음대생으로 등장한 영화 ‘건축학개론’의 성공으로 ‘국민첫사랑’ 수지가 신입생으로 입학하면 학교 홍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리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결국 JYP 소속사에서 “수지의 대학 특례입학설은 사실무근이며, 영화 ‘도리화가’ 촬영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밝혀 논란은 일단락됐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원조인 ‘응답하라 1997’의 주인공을 맡았던 에이핑크의 정은지도 대학 입학을 포기했다.

연예인들이 대학교에 입학해 학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가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게 최근의 분위기다. 일반 학생이었다면 출석점수 미달로 F를 받아야 할 학생이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우대를 받는다거나, 단지 출석을 했을 뿐인데 ‘캠퍼스 패션’ ‘출석 인증샷’ 등으로 화제가 되는 걸 보면 위화감을 조성해 연예인 동기에 대한 비호감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소속사를 비롯한 관계자들도 ‘연예계에서 대학이라는 타이틀은 더 이상 강력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인다. 실력으로 평가받는 연예계에서 ‘~대학 출신’이라는 간판보다 연기나 노래, 퍼포먼스 등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유승호는 복귀작인 드라마 ‘리멤버’에서 ‘유승호 때문에 본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고, 아이유는 아이돌을 넘어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수지나 정은지의 여배우 못지않은 연기를 보면서 ‘어느 대학 연극영화과 출신인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은 없다. 한국대학신문의 보도를 보면 대학들도 특례입학을 축소하는 추세다. 건국대는 학내외 비판 여론을 이유로 2013년부터 연예인 특례를 없앴고, 한양대도 수년 전 연예인 특례입학을 없앴다. 연예인 특례가 사라지는 이유는 특례입학에 대한 비판 여론은 거센 데 반해, ‘이를 상쇄할 만큼의 홍보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입학 관계자들의 말이다.

대학 대신 무대, 스타들의 한마디

“사실 내 직업에 학벌이 중요하진 않다. 그보다 감성이나 능력이 중요하다.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끝냈는데, 대학에 가도 출석을 못해 유령학생이 될 게 뻔하다. 그런 공부는 의미가 없다. 나중에 여유가 되고 시간이 주어지면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

-가수 보아

“지금 대학에 간다면 연극영화과로 진학해야 할 것 같다. 나는 공학에 관심이 많다.

나중에 하고 싶은 공부가 생기면 그때 대학에 가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배우 유승호

“대학은 노력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나는 (공부 쪽으로는) 그만큼 노력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을 수는 없다.”

-가수 아이유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난 뒤 막연히 대학에 가면 실용음악을 할까 작곡을 할까 고민한 적이 있다. 지금 기획사에서 이미 다 배우고 있으니까, 특별히 대학에 진학해 배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지금은 열심히 곡을 만들고, 악기를 배우겠다.”

-가수 악동뮤지션의 이찬혁

“수능은 보지 않기로 했다.

해외활동에 집중하느라 대입 준비를 못했다.

주변에 폐를 끼치는 것보다 활동에 집중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가수 샤이니의 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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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슬기 톱클래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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