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는 광복절에 자신의 SNS에 욱일기를 올려 논란이 됐다. ⓒphoto 티파니 인스타그램
티파니는 광복절에 자신의 SNS에 욱일기를 올려 논란이 됐다. ⓒphoto 티파니 인스타그램

어떤 이는 SNS를 이렇게 읽는다. S=시간, N=낭비, S=서비스. 이 말의 원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수장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다. 2011년 5월, 당시 팀의 간판스타였던 웨인 루니는 악플러의 지속적인 공격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루니, 이 돼지. 골프채로 너를 공격하겠다”라는 메시지를 받은 루니는 트위터에 “10초 안에 기절시켜줄 테니 겁쟁이 소리 듣기 싫으면 캐링턴 훈련장으로 당장 나와라. 기다리겠다”는 트윗을 남겼다. 이 글은 순식간에 세계 곳곳으로 퍼졌다. 루니는 곧장 “하하, 농담이다”라고 수습하고 계정을 닫았지만, 비난 여론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퍼거슨 감독은 “SNS는 시간 낭비다. 그 시간에 독서를 하는 것이 삶에 더 유익하다”라고 말했다.

티파니는 결국 하차했다

한국에도 퍼거슨의 명언을 마음에 아로새기게 하는 사건이 왕왕 일어난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티파니는 71주년 광복절에 일본에서 찍은 사진을 본인의 SNS인 스냅챗과 웨이보에 올렸다. 사진의 목적은 콘서트를 끝낸 뒤 자신과 멤버들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었겠으나, 사진의 포커스는 ‘JAPAN TOKYO’라 적힌 장신구와 그 안에 담긴 욱일기(旭日旗)에 맞춰져 있었다. 욱일기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일본의 군기(軍旗)다. 일장기의 붉은 태양 주위에 욱광(旭光·아침햇살)이 퍼져나가는 모양을 덧붙였다. 태평양전쟁으로 아시아의 주권을 빼앗은 전범국의 국기이자 현재 일본 자위대의 상징으로 쓰이는 욱일기는 서양으로 보면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에 비견될 수 있다.

티파니의 SNS를 구독하는 이들의 수는 4만명 남짓.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는 걸그룹 9년 차 티파니는 예능 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도 아이돌계에서 잔뼈가 굳은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광복절 이후로 티파니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의 부적합한 행동은 어쩌면 앞으로는 불법하다는 표현이 쓰일지 모른다. 현재 국회에서 ‘티파니 방지법’ 입법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미 2013년에 발의된 바 있으나 임기가 만료돼 폐기됐었다.

SNS에서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글을 삭제하고 계정을 없애도 이미 4만명이 보고 공유한 메시지는 구천을 떠돈다. 구독자가 쓴 댓글은 화제가 되지 않지만, 계정의 주인이 남긴 메시지는 일거수일투족이 공유된다. 티파니는 바로 사진을 내리고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성난 넷심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는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하차했다. 그의 소속사도, 프로그램 제작사도 사태의 심각성에 동의했다.

SNS에 반성문을 쓰고 있는 이는 티파니뿐 아니다. 리우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기보배에게 욕설과 막말이 담긴 SNS를 올린 배우 최여진의 어머니는, 논란이 거세지자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국가대표니까 더 조심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해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최여진이 나서 “동물에 대한 모두의 감정적 온도가 다름에도, 어머니가 당신의 시각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려 했던 게 잘못이었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심지어 SNS에는 ‘좋은 사과문 쓰는 법’이라는 게시물이 돌고 있다. 사과문에 들어가야 하는 것과 들어가지 말아야 할 것을 정리한 표다. 여기에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는 ‘본의 아니게/ 그럴 뜻은 없었지만/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앞으로는 신중하게/ 억울합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닙니다’ 등을 꼽았다. 대신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이 일을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서 쓰라고 조언한다.

설리는 구하라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소아성애’ 논란에 휩싸였다. ⓒphoto 설리 인스타그램
설리는 구하라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소아성애’ 논란에 휩싸였다. ⓒphoto 설리 인스타그램

반성문으로 채워지는 일기장

배우 최여진은 어머니를 대신해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photo 최여진 인스타그램
배우 최여진은 어머니를 대신해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photo 최여진 인스타그램

일각에서는 SNS가 공적인 전파를 타고 하는 방송도 아니고, 개인의 사적 공간일 뿐인데 과도한 규제와 과중한 처벌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티파니가 SNS에 욱일기로 추정되는 장신구를 올린 일은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일이지만, 과연 그것이 프로그램 하차라는 처분을 받아야 하는 일인가 하는 것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미덕은 SNS에서만큼은 결코 통하지 않는다. 이들은 SNS 구독을 끊고, 계정을 삭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프로그램에서도 하차시킨다. 현재 최여진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게시판에는 ‘최여진을 하차시키라’는 글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성폭력성, 인신공격성 댓글을 남기는 네티즌들에 대해서는 너그럽고, 여기에 대응하는 연예인들에게는 ‘성인군자급’의 대응을 요구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실제로 가수 윤하는 자신의 계정을 자진폭파했다. 악플러와의 지난한 싸움에 “내가 아꼈던 너희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 끝낸다. 그냥 사라져”라고 쓴 뒤 그 역시 사라졌다. 원더걸스의 예은은 “꾸며진 모습을 보고 싶다면 방송에서 저를 보세요” “각자의 가치관과 생각이 다른데 강요하지 마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여기에 해시태그로 “불편하면 (제 SNS를) 보지 않아도 돼요” “#나도 댓글 안 볼 거예요”를 붙였다.

알려진 이들, 많은 팔로어를 거느린 이들인 만큼 “게시글을 올리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자기검열의 논리는 “불편하면 보지 않으면 된다”는 표현의 자유의 논리와 부딪친다. 이 논란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 전 f(x) 멤버인 설리다. 설리는 현재 뮤지션 최자와 연애 중이다. 그는 SNS에 둘의 여행 사진, 데이트 사진 등을 올린다. 사람들은 이 설리의 사진을 확대해 그가 속옷을 착용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관종(관심병 종자)’이라고 비난한다.

현재 그의 인스타그램은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최근 존슨앤존슨의 티셔츠를 카라의 멤버 구하라와 함께 입고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을 보고 ‘소아성애’를 연상한 사람들이 많았다. 현재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8만4000명 정도다. 웬만한 언론사의 구독자 수보다 많다.(실제로 많은 언론사는 스타의 SNS에 오르는 일거수일투족을 기사화한다.) 설리의 인스타를 본 이들은 ‘존슨앤존슨’에 문제를 제기했고, 설리는 사진을 삭제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진에 이런 글을 올렸다. “오해 그만하고, 잘 자.” 설리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주던 이들도 이번엔 온도가 달라졌다. 존슨앤존슨 역시 회사 브랜드의 이미지를 훼손한 부분에 대해 공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알렉스 퍼거슨의 말을 기억한다. 그의 말대로 ‘인생의 낭비’인 SNS를 접는 게 능사일까. 안타깝게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논리는 절도, 중도 구하지 못한다. 결국 절에 살아야 할 중이 공존할 방법은 없을까. 관심을 먹고사는 연예인이 ‘관종’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고 도덕적으로 무결하며 외교적으로도 완전한 SNS를 운영할 방법. 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21회의 우승을 차지한 것만큼이나 위대하고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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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슬기 톱클래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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