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카운턴트’의 한 장면
영화 ‘어카운턴트’의 한 장면

액션스릴러 ‘어카운턴트(The Accountant·회계사)’가 지난 10월 16일 현재 미국 내 2760만달러의 흥행 수입을 기록해 1위로 올라섰다. ‘어카운턴트’는 계산에 천재적 재능을 지닌 자폐증 환자이면서 총격과 격투에도 능한 회계사 크리스천 울프 이야기다. 주인공을 맡은 벤 애플렉(44)과의 인터뷰가 최근 미국 LA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건장한 체격에 짧은 머리를 한 애플렉은 간간이 미소를 지으며 질문에 대답은 했지만 인터뷰가 별로 달갑지 않다는 듯이 시종일관 부동자세로 앉아 무뚝뚝한 표정을 지었다. 수퍼스타이면서도 사람 만나는 것을 수줍어하는 것 같았다. 그는 개인적인 질문엔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땀까지 닦아가며 긴장을 하던 애플렉은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다소 여유를 찾고 가끔 농담도 섞어가면서 질문에 솔직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했다.

- 영화의 주연이면서도 엔딩 크레딧에서 당신 이름이 다른 배우들보다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을 거부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영화는 여러 사람의 협동작품이다. 영화란 출연진 개개인 모두의 능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독불장군 식으론 성공하지 못한다. 난 감독이기도 하지만 늘 감독뿐만 아니라 영화에 관계하는 모든 사람이 영화의 주인이라고 믿는다. 이 영화도 앙상블 캐스트의 영화로 난 모두에게 같이 공을 돌리고 싶다.”

- 어떤 한 가지에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자폐증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가. “내가 놀란 것은 그런 사람들의 유형이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난 자폐증자들은 다 같은 증세를 지닌 것으로 알았는데 역(役)을 위해 연구를 하면서 그들이 서로 각기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전문가와 자폐증자들로부터 배운 것은 자폐증자들이 자신들과 같은 사람이 나오는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들은 내게 영화에 관한 조언과 제안을 하면서 도우려고 했다. 그들은 자신들에 관해 잘 알고 있으며 또 매우 관대하다. 그래서 난 그들이 이 영화를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자폐증자를 제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 당신은 세 아이(2녀1남)를 어떻게 키우나. “자기 몸으로부터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생명체가 나온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을 보호해 안전하고 건강하게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자니 세상이 무섭게 느껴진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때가 있다. 보호본능 탓이다. 부모 노릇이란 너무 복잡해 난 아직도 그것을 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시행착오의 과정이라고 본다.”

- 회계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도널드 트럼프의 재정을 회계하려면 매우 힘들 것이다. 나 외에 두 명의 회계사가 더 필요하겠지.(웃음) 이 역을 맡으면서 흥미롭게 느낀 것은 세상만사가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하며 알 수 없다면, 수학과 숫자는 확실하다는 것이다. 숫자란 사실이며 의존할 수 있는 것이다. 숫자의 확실성에서 우리는 위안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난 회계사가 될 재질이 없다.”

- 감독인 당신이 배우로서 남으로부터 지시를 받는 느낌이 어떤가. “난 여러 훌륭한 감독들과 일했다. 난 내가 존경하는 감독을 스스로 고르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일하면서 좌절감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훌륭한 감독과 일할 때는 스트레스나 불안도 없고 자유롭다. 수백 명의 사람들을 지휘하면서 제작비를 초과하지 않고 제작기간 안에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무거운 짐이다. 반면 배우는 자기 연기에만 집중하면 된다. 때로 감독과 의견이 다를 때도 있지만 난 입을 다문다.”

- 음악이 당신의 창조적 활동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난 각본을 쓸 때 주로 음악을 듣는다. 내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노래 두 곡 정도를 골라 들으면서 음악에 맞춰 쓴다. 그러면 마치 최면술에 걸린 듯이 집필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음악은 영화를 한층 더 멋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음악을 잘못 골랐을 경우 오히려 영화를 망치게 된다.”

벤 애플렉과 인터뷰를 끝내고 기념사진을 찍은 필자.
벤 애플렉과 인터뷰를 끝내고 기념사진을 찍은 필자.

- 영화에서 당신은 매우 고독한 분위기를 지녔는데 고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크리스천은 인간적 관계를 진실로 원하는 고독한 사람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인간의 근본적 필요로, 나도 그 느낌을 잘 안다.”

- 주인공 크리스천의 아버지처럼 당신의 아버지가 당신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시키기라도 했는가. “아버지는 내가 열한 살 때 어머니와 이혼해 집을 나갔기 때문에 난 아버지와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하루 종일 일을 하느라 난 ‘열쇠아동’이었다. 난 때로 차라리 내가 어렸을 때 누군가 날 밀어붙여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랬으면 그 당시에는 투덜댔겠지만 지금은 고마워했을 것이다.”

- 액션 연기하기가 힘들었는가. “게빈 오코너 감독은 자기가 원하는 장면을 분명하게 아는 사람으로 액션을 단순히 물리적 행동으로 요구하지 않고 인물의 성격의 발로로 표현할 것을 요구했다. 액션의 아주 자세한 부분에까지 정확하고 사실성을 강조하는 감독이다. 그래서 무술지도자와 함께 광범위하게 연습했다. 난 이 역을 하느라 신체단련도 열심히 했는데 무술을 좀 더 젊었을 때 배웠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 액션은 춤과도 같은데 춤을 잘 추는가. “내가 얼마나 춤을 잘 추는지는 모르겠으나 영화의 멋진 격투 안무는 대부분 스턴트팀의 공로라고 하겠다.”

- 크리스천은 병적으로 단정하고 정리가 철저한데 당신도 그런 편인가. “아니다. 난 그와 달리 집안 정리로 말하자면 우주의 혼돈을 믿는 사람이다.”

- 미 대통령선거에 나온 트럼프가 큰 인기를 얻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사람들이 그동안 오래 속았다는 생각이 큰 이유 중 하나다. 정치가들이 뭔가 준다고 약속을 해놓고는 실천을 하지 못한 데 대한 반감이라고 본다. 이런 심리를, 사람들을 위해 아무 좋은 일도 하지 않은 트럼프는 이용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정치가들과 워싱턴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거절과 변화에 대한 욕구 탓이긴 하나 지금 그것이 지나쳐 위험한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 감독과 배우로서 영화를 볼 때 그저 즐기는가 아니면 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인데 하고 곰곰 생각하면서 보는가. “정말 좋은 영화를 볼 때면 난 완전히 그것에 몰입한다. 그저 이야기와 인물에만 신경을 쓴다. 좋지 않은 영화를 볼 경우에만 내 안의 비평가가 고개를 내밀면서 영화에 관계한 모든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 영화에서 명사격수로 나오는데 총기규제에 대한 견해는. “수정헌법 제2조에 시민은 무기를 소지할 권리가 있다고 명기해 그것을 깰 생각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다 공격용 자동총기를 소유해야 할 이유도 없다.”

- 총기를 소유하고 있는가. “그렇다.”

- 언젠가 공직에 출마할 의사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아는데. “정계에 나아가 공직자가 된다는 것은 매력적인 생각이긴 하다. 그러나 공직자는 끊임없이 헌금을 요구하고 모아야 한다. 그것은 지저분한 일로 공직자란 사실 돈 끌어모으는 것이 주 업무다. 내 생각에 그것은 지옥과도 같은 일이다. 그러니 난 가까운 미래에 공직에 출마할 의사가 없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이제 여러분들은 안심이 되겠지.(웃음)”

키워드

#영화
박흥진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