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레드메인이 인터뷰 후 주간조선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photo 박흥진
에디 레드메인이 인터뷰 후 주간조선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photo 박흥진

판타지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의 주인공 뉴트 스카맨더 역을 맡은 배우 에디 레드메인(34)을 만났다. 이 영화는 1920년대 뉴욕의 마녀와 마법사들이 사는 비밀사회에 도착해 모험을 겪는 동물연구가 겸 작가 뉴트 스카맨더의 모험 이야기다. 에디 레드메인과 최근 뉴욕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이 영화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J.K. 롤링이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각본도 롤링이 맡았다.

레드메인은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자전적 영화 ‘모든 것의 이론’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그러나 직접 만나 보니 전혀 스타 티를 내지 않는 소박한 인상이었다. 항상 미소를 짓는 겸손하고 상냥한 친구 같았다. 그는 영국 악센트가 있는 발음으로 큰 제스처를 써가며 유머와 위트를 섞어 속사포 쏘듯이 대답을 했는데, 개인적인 질문에는 얼굴에 홍조를 띠어가면서 수줍어했다.

- 온갖 신비한 동물들이 나오는 이 영화는 상상력을 마음껏 동원해야 하는 작품인데. “내가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 중 가장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야 했다. 인형극을 하는 사람, 안무가 등과 함께 상상의 동물과 얘기하고 함께 행동하는 방법을 연습했다. 상대도 없는데 말하고 행동하자니 영화를 찍으며 때때로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영화에 나오는 동물의 교미댄스는 유튜브를 보고 연습했다. 연습 기간 동안 나는 멍청이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

- 뉴트 역을 맡게 된 이유가 뭔가. “이 영화는 각본이 좋아서 역을 맡았다. 뉴트는 영웅적인 사람의 모든 자질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인간관계가 서툴고 사회에 적응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또 그의 걸음걸이와 같은 동작이 무성영화 시대 최고의 코미디언 버스터 키튼의 그것을 닮았다는 것도 좋았다. 배우의 꿈과도 같은 역이다.”

- 주인공 뉴트처럼 동물들을 좋아하는가. “어렸을 때 완전히 귀가 먹은 개 다비를 키운 적이 있다. 다비는 늘 뛰어다녀 집안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곤 했는데 나는 그 개를 무척 사랑했다. 그러나 난 고양이와 말에 대해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 인생을 살면서 가장 환상적이고 마법적인 순간은 언제였나. “아내 한나(33)와 결혼했을 때와 지난 6월 딸 아이리스가 태어났을 때다.”

- 지금까지 맡은 역들의 대부분은 과거 사람들인데, 과거에 대해 특별한 매력이라도 갖고 있는지. “난 늘 역사를 사랑했다. 내가 역사에 접근한 것은 미술과 건축을 통해서인데 대학에서도 그것을 공부했다. 미술과 건축의 상관관계야말로 매력적인 것이다. 난 과거를 사랑하는데 미술을 통해 그것과 교류한다. 과거 인물 역을 맡을 때면 난 늘 맨 먼저 런던의 국립초상화미술관에 가서 연구를 하곤 한다.”

- 마술에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나. “어렸을 때 마술에 집착했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에 사시는 할머니 집을 찾아갈 때면 졸라서 에든버러에 있는 마술상(商)을 찾아가곤 했다. 그래서 뉴트 역을 맡게 돼 너무 신났다. 할머니도 내가 언젠가는 마술사 역을 하리라고 믿으셨다.(웃음)”

- 처음 뉴욕에 왔을 때 기분이 어땠나.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14살인가 15살 때 어머니와 함께 왔었다. 밤에 호텔의 21층 방의 커튼을 열자 고색창연한 세인트 패트릭 교회가 보였고 그 뒤로 마천루들이 하늘로 솟아오른 것을 보고 무릎이 얼어붙는 듯한 경이감을 느꼈다. 뉴욕은 에너지와 생동감과 흥분이 가득한 도시다.”

- 이 영화의 속편을 네 편이나 만든다고 하는데 전(全)편에 다 나오고 싶은가. “희망 사항이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스릴러이면서도 멋들어지게 경쾌하고 또 코미디적 요소가 있으면서도 인간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속편과 관계 없이 이 영화 자체만으로 충분히 독립해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해 속편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팬들의 호응 없이 속편이란 무의미하다.”

‘신비한 동물사전’의 한 장면
‘신비한 동물사전’의 한 장면

- 우수한 영화가 아닌데도 자꾸만 보게 되는 영화가 있다고 생각하나. “짐 캐리가 나온 ‘마스크’가 그렇다. 얼마 전에도 또 봤다. 캐리의 연기야말로 천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캐리의 다른 영화 ‘덤 앤 더머’도 좋아한다.”

- 런던에 사는데, 런던만의 매력은 뭐라고 보나. “나는 런던의 에너지를 사랑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디킨스의 소설에 나오는 장소처럼 역사로 가득 찬 곳이다. 시골에 집을 빌려 사는데 런던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지독히 조용하고 아름답다. 배우라는 직업은 너무 광적인 것이어서 때때로 조용히 쉴 곳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 영화 속 마법사처럼 사람을 보면 그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가. “아니다. 사람을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론 생각했던 것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경험할 때가 많다. 난 사람을 쉽게 믿는데 종종 그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그러나 나는 늘 마음의 문을 열어 놓으려고 노력한다. 그러지 않으면 냉소적이 되기 때문이다. 나보다 아내가 사람 판단을 더 잘한다.”

- 당신은 생일 축하를 어떻게 하나. “크리스마스 얼마 후인 1월 6일에 태어나 모두들 내 생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크리스마스와 생일을 함께 축하하는 선물을 한다. 그래서 조용하게 보내는 편이다.”

- 당신은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게 늘 상냥한가. “솔직히 말해 모르겠다. 매우 정직한 가족을 가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지금까지 맡은 역의 대부분이 국외자인데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는가. “어떤 의미에서 우린 다 국외자이다. 현실이 그렇기 때문에 난 그들에 대해 관심이 있고 호기심이 간다. 뉴트를 비롯해 롤링 작품의 주인공들도 대부분 국외자이다.”

- 일을 하면서 당신은 어떻게 여유를 찾는가. “다행히도 이 영화 후에 다른 영화를 찍고 있지 않다. 오래간만에 하늘에라도 오른 기분이다. 그러나 배우란 내면에 늘 연기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어 휴식을 취하려면 단단한 결심을 해야 한다.”

- 유머 감각이 풍부한데 왜 코미디 영화에는 관심이 없나. “이 영화에 코미디적 요소가 많아 좋아했다. 어머니도 내게 늘 코미디 영화에 나올 의사가 있냐고 물으신다. 스티븐 호킹을 다룬 ‘모든 것의 이론’도 꽤 우스운 영화다.”

- 코미디를 한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가. “난 버디코미디물(두 명의 친구가 주인공인 코미디물)을 좋아한다.”

- 한 여자의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된 이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배우란 떠도는 곡마단원과 같이 외로운 직업이다. 그런데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면서 혼자가 아니라 팀이 이뤄졌다. 매 경험이 다 특이한 경험이다. 왜냐하면 특별한 사람과 그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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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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