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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7호]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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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도깨비’ 김은숙 vs ‘푸른 바다…’ 박지은 두 스타작가의 판타지 대결

유슬기  조선pub 기자 prima@chosun.com 

▲ photo tvN
2016년 하반기 방송가 최대 기대작이라 불리는 두 편의 드라마가 닻을 올렸다. 하나는 ‘인어 이야기’를 소재로 한 ‘푸른 바다의 전설’, 다른 하나는 도깨비를 주인공으로 한 ‘도깨비’다. 구전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뿐 아니라 ‘별에서 온 그대’를 쓴 박지은 작가와 ‘태양의 후예’ ‘시크릿 가든’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가 전면전을 벌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현재로서는 두 드라마 모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았다’는 평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먼저 출연진의 면면이 그렇다. ‘푸른 바다의 전설’에는 ‘별에서 온 그대’로 대륙을 접수한 전지현이 인어 ‘심청’으로 나온다. 여기에 이미 한류스타의 최전방에 있는 이민호가 상대역이다. ‘도깨비’에는 김은숙 작가가 삼고초려했다는 공유를 필두로 서브 남자주인공인 저승사자 역에 이동욱이 캐스팅됐다. 여기에 도깨비가 사랑에 빠지고, 저승사자가 10년을 찾아 헤맨 여자 주인공으로 김고은이 출연한다.
   
   먼저 매주 수·목요일 밤 10시 SBS에서 방영되는 ‘푸른 바다의 전설’은 지난 8회에서 17.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이 오름세라 20% 돌파도 무난하다는 평이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이미 전지현이 입고, 바르고, 쓴 제품들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시청자보다 먼저 반응한 건 광고 쪽이다. 박지은 작가와 전지현이 다시 만난다는 소식만으로도 방영 두 달 전 이미 광고 계약이 완판됐다. SBS가 광고로만 올릴 수 있는 수익은 매회 5억원가량 된다. 광고주로서도 손해 볼 것 없는 베팅이다.
   
   인어인 심청이 물속에서 뭍으로 올라올 때, 실시간 댓글에는 “어떤 제품을 발랐기에 입술 색이 저렇게 선명하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는 전지현이 전속 모델로 활동 중인 헤라 루즈 홀릭에 대한 클릭으로 이어진다.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립스틱’으로 알려지며 완판된 ‘입생로랑 틴트’의 신화가 재현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하나의 함정이 있다. 2001년, 전지현을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엽기적인 그녀’, 이 한 편의 영화로 전지현은 CF 스타가 됐다. 휴대폰, 화장품, 샴푸 등 그가 먹고 바르고 드는 모든 것은 그대로 히트 상품이 됐다. 전지현은 곽재용 감독과 다시 한 번 손을 잡고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찍었는데, 이 작품은 ‘두 시간짜리 전지현 광고’라는 혹평을 들으며 막을 내렸다. 당시 전지현이 출연하는 CF 제품의 대부분이 노출됐을 뿐 아니라, 이를 위해 영화의 내용이 맥락 없이 흘러갔기 때문이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이미 전지현이라는 거대한 기업을 안고 시작했다. 거기에 ‘엽기적인 그녀’ 못지않게 전작 ‘별에서 온 그대’의 후광이 크고도 깊다. 물이 마르면 다리가 생긴다는 설정, 인간과 신체를 접촉하면 기억이 지워진다는 능력 등은 ‘별에서 온 그대’의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이 갖고 있던 초능력을 심청에게 이양한 듯 보인다. 전지현이 ‘심청의 경쟁상대는 천송이’라고 했듯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가 두 사람에게 남겨진 숙제다.
   
   
▲ photo SBS

   드라마의 모티브가 된 설화
   
   ‘푸른 바다의 전설’은 조선 최초의 야담인 ‘어우야담’에서 시작됐다. 선조 시절 강원도의 한 어부가 낚시를 하다가 인어 몇을 잡아올렸는데 살펴보니 얼굴이 아름답고 콧대가 오똑했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판타지물에 도전하는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도 설화를 바탕으로 한다. 심장에 검을 꽂은 채 900년을 산 도깨비가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라는 주술에 걸려 신부를 찾는 내용이다.
   
   새로운 드라마 강국인 tvN이 김은숙 작가와 손을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 이 작품은 tvN 개국 10주년 특별드라마로 편성됐다. 첫 방송 최고시청률이 9%를 기록하면서 내부에서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기록도 노려볼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은숙 작가는 로맨스판타지에 일가견이 있다. 그 스스로도 “내 드라마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엔터테인먼트물”이라고 할 정도로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집중한다. 스피디한 전개와 말맛 나는 대사, 핑퐁처럼 터지는 등장인물 간의 케미는 그의 전매특허다. 이번 ‘도깨비’에서는 공유·김고은의 호흡만큼이나 공유·이동욱의 앙상블이 화제가 되고 있다. ‘남자를 어떻게 그릴 때 가장 멋있는지’ 잘 아는 작가는 걷기만 해도 화보가 되는 두 사람의 사이를 ‘도깨비와 저승사자’로 설정해두고 “도깨비 빤스는 튼튼해요~”라는 전래동요를 부르게 만들었다. 그의 약점은 엔딩이다. 그를 스타작가로 만든 ‘파리의 연인’조차, 엔딩에서 여자주인공이 꾼 꿈이었다고 마무리하면서 시청자들에게는 트라우마(?)를, 작가에게는 흑역사를 남겼다. 전무후무한 신드롬을 만든 ‘태양의 후예’도 극 후반 유시진(송중기 분)이 살아 돌아오는 이야기에서 개연성이 떨어지며 혹평을 들었다. 김은숙 작가는 이에 “내 작품이 대사발만 있다는 지적을 많이 듣는데 이번 드라마는 서사를 잘 운용해 엔딩까지 힘 빠지지 않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은숙의 남자 판타지, 박지은의 여자 판타지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고 김은숙 작가와 박지은 작가는 현재 가장 잘나가는 드라마 작가다. ‘2000년대의 김수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회당 1억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두 사람은 드라마작가가 되기 전 긴 수련과정을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은숙 작가는 20대 중반에 작가의 꿈을 품고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늦깎이로 입학했다. 이후 신춘문예에서 연달아 낙방한 후 대학로에서 3년 동안 연극 희곡을 쓰기도 했다. 박지은 작가는 예능작가로 데뷔했다.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 ‘사랑과 전쟁’ 등 폭넓은 작품을 다뤘다. 라디오 작가로서 경력도 길어 음악 에세이집을 내기도, 생계를 위해 자서전을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를 하기도 했다.
   
   차이점은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에서는 남자주인공이, 박지은 작가의 드라마에서는 여자주인공이 돋보이는 데 있다. 김은숙 작가는 시청자로 하여금 여자주인공에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남자주인공과 60분간 사랑을 나누는 환상에 빠진다. 반면 박지은 작가는 ‘내가 되고 싶은 여성’을 그린다. 여기에 전지현보다 좋은 롤모델은 없다. 눈이 부시게 아름답지만, 망가질 때는 제대로 자신을 던질 줄 아는 멋진 언니. 데뷔한 지 1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드라마와 영화 CF에서 전성기를 누리는 여성. 이처럼 마음 깊이 숨겨둔 판타지를 꺼내는 데 능한 두 작가가 본격적으로 판타지물에 뛰어들었다. 더불어 현재의 시국이 드라마의 성공을 도왔다는 시선도 있다. 비현실적인 일이 워낙 많이 일어나는 현실에, 드라마에서라도 현실을 잊고 싶은 이들의 욕망이 ‘판타지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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