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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1호] 20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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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이란성 쌍둥이

‘위플래쉬’ ‘라라랜드’ 같으면서 다른 것

유슬기  조선pub 기자 prima@chosun.com 

▲ ‘위플래쉬’의 한 장면 photo NEW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주제가상…. 뮤지컬영화 ‘라라랜드’가 지난 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한 내역이다. 총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모두 수상하는 것도 이례적인데, 골든글로브 74년 역사에 최다 수상 기록이기도 하다. ‘라라랜드’는 이후 열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총 11개 부문에 후보에 올라 최다 부문 후보작으로 지명됐다. 이 놀라운 기록이 놀랄 일도 아닌 것은 이 작품의 감독이 다미엔 차젤레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전작(前作) ‘위플래쉬’로 세계 영화 관객을 전율케 한 바 있다. 전혀 다른 장르, 전혀 다른 스토리의 영화 두 편을 만들었는데 그 두 작품이 모두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천재감독’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이제 고작 서른두 살이다.
   
   신인감독의 첫 작품은 대개 자전적인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1985년생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드러머를 꿈꾸던 고등학생이었다. 채찍질을 뜻하는 영화 ‘위플래쉬’의 주인공 앤드루 네이먼은 다미엔 감독의 분신 같은 존재다. 고교 시절 그는 “예술은 가볍고 즐거운 것”인지, “예술의 성취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하는지”를 두고 번민했다고 한다. 전자가 스승 플레처를 만나기 전의 앤드루라면, 후자는 스승 플레처의 삶 그 자체다. 플레처 역을 맡은 J. K. 시몬스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다. 광기와 폭력에 사로잡힌 그는 “우리가 하는 말 중에 가장 해로운 말은 ‘잘했다(Good job)’는 말이야”라고 말한다. 모욕으로 수치심을 유발해 제자의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그의 훈육방식은 ‘위플래쉬’를 이끄는 동력이다. 또한 이는 다미엔 감독의 오랜 고민이다. 영화의 엔딩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연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스승 플레처와 제자 앤드루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것은 그의 고민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 ‘라라랜드’의 한 장면 photo NEW

   예술할 것인가, 성공할 것인가
   
   ‘라라랜드’는 그가 고민 끝에 도달한 이상향이다. 대부분 어둡거나 온통 붉었던 전작 ‘위플래쉬’에 비해 ‘라라랜드’에는 온갖 알록달록한 색깔들이 하모니를 이룬다. “나는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에 너와 데이트할 시간이 없다”며 여자친구를 냉정하게 대했던 ‘위플래쉬’의 앤드루는 “당신은 재즈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어요”라며 여자주인공에게 피아노를 연주해주는 ‘라라랜드’의 세바스찬으로 바뀌었다. 재즈라는 장르도 같고, 이 장르를 대하는 주인공의 숭고함도 같지만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성취는 달라져 있다. 영화는 이제 예술과 예술가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심장을 조여들게 만드는 드럼의 사운드가 사라진 곳에, 감미로운 재즈의 선율이 울린다. 그런데 어쩐지 그 멜로디도 쓸쓸하다. 이 알록달록한 꿈의 도시 라라랜드에도 마법이 끝나는 순간이 있어서다. 주인공의 강박증적인 성취가 사라진 곳에, 성공의 유혹이 찾아온다. 예술에 대한 지극한 선망만 버린다면 성공도 하고 사랑도 이룰 수 있다는 달콤한 제안이다. ‘라라랜드’의 고민의 지점은 여기다. 꿈꾸는 젊음이 모여드는 도시 라라랜드는 할리우드가 있는 LA를 은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예술가가 될 것인가, 스타가 될 것인가’가 ‘라라랜드’가 던지는 질문이다. 이는 ‘위플래쉬’로 성공적 데뷔를 치른 다미엔 차젤레 감독이 도달한 질문일 수도 있다. 열린 결말로 관객에게 공을 넘긴 ‘위플래쉬’와는 달리 ‘라라랜드’는 두 개의 결말을 보여준다.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성공을 선택했을 경우의 수와, 사랑을 선택했을 때의 경우의 수다. 경쾌한 음악만큼 리드미컬한 템포로 두 사람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순간의 선택이 어떻게 평생을 좌우하는지 직관적으로 알게 된다.
   
   관객은 ‘위플래쉬’를 만난 뒤 ‘라라랜드’에 도착했지만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라라랜드’를 먼저 구상하고 ‘위플래쉬’를 만들었다. ‘라라랜드’의 오프닝 장면, 고속도로에서 모든 운전자들이 나와 군무를 펼치는 장면은 3개월의 연습과 리허설을 통해 완성됐다. 한 번의 테이크로 가야 했기 때문에 다중 카메라가 동원됐고 100명의 무용수가 참여했다. ‘라라랜드’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 사진 왼쪽부터 엠마 스톤, 다이엔 차젤레 감독, 라이언 고슬링. photo 골든글로브 공식홈페이지

   이런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해 그에게는 인지도가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만들어진 작품이 ‘위플래쉬’다. 계획한 대로 꿈꾸는 바를 이뤄내는 듯한 이 천재감독에게도 좌절의 시간이 있었다. 드러머를 꿈꾸던 그가 하버드대 영상학부에 진학한 것은 음악에 대한 재능이 부족하다고 느껴서였다. 그럼에도 음악에 대한 갈증은 여전해서, 그가 만드는 영화에는 늘 음악하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때문에 그의 영화 속 주인공은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는 이카로스처럼 날아오르고 때로는 추락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매우 철저하게 진행된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두 영화가 결국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가 영화를 접근하는 방식이 예술가의 그것을 따르기 때문이다. ‘위플래쉬’의 성공 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미엔 감독은 “나에게는 만족할 만한 작품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만족할 만한 영화를 만든 셈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라라랜드’의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을 알리면서 이렇게 적었다. “이 마법의 뮤지컬은 당신을 ‘트럼프 월드’로부터 잠시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줄 것이다.” 영화의 힘이든 예술의 힘이든 사실 다르지 않다. 현실에 매몰되어 있던 우리의 눈을 잠시 다른 곳에 머물게 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달라진 눈으로 현실을 보게 만들어주는 것. 다미엔 감독은 ‘라라랜드’에서 여자주인공 미아 역을 맡은 엠마 스톤의 입을 빌려 세상의 시인, 화가, 광대, 그리고 미치광이들에게 바치는 노래를 부른다. 결국 그들이 있어서 세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오디션에서 늘 고배를 마셨던 미아는 결국 이 노래로 스타가 된다. 물론 스타가 되었다고 해서 그의 삶이 마냥 행복해진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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