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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9호]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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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 섹시와 순수 사이 걸그룹의 성공 코드

▲ 지난해 10월 24일 걸그룹 트와이스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노래 ‘TT’를 부르고 있다. photo 뉴시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걸 알게 해주는 사람 기다리고 있는 걸. 얼마가 돼도 기다리고 싶어.… 어떻게 내가 움직일 수 없게, 날 우아 우아하게 만들어줘.” - ‘OOH-AHH하게’
   
   “여자가 쉽게 맘을 주면 안돼. 그래야 니가 날 더 좋아하게 될 걸.… 나도 니가 좋아. 상처 입을까봐 걱정되지만, 여자니까 이해해주길.” - ‘Cheer up’
   
   “이번엔 정말 꼭꼭, 내가 먼저 talk talk. 다짐뿐인 걸, 매번 다짐뿐인 걸. 이미 난 다 컸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내 맘 모르고, 너무해 너무해.” - ‘TT’
   
   “내 맘이 열리게 두드려 줘. 세게 쿵 쿵, 다시 한 번 쿵 쿵. 쉽게 열리지는 않을 거야. 내일도 모레도 다시 와 줘. 준비하고 기다릴게.” - ‘Knock Knock’
   
   걸그룹 ‘트와이스’가 데뷔 이래로 내놓은 네 곡의 히트곡 가사를 늘어놓고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수줍고 먼저 표현하는 데 서툴고 남성의 신호를 기다리고만 있다.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기보다 이른바 ‘밀당’하는 데 익숙하다. 자신의 감정을 대놓고 표현하는 건 ‘여성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트와이스만 이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다. 최근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걸그룹 중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둔 걸그룹이 하나 더 있다. 13명의 멤버로 이뤄진 ‘우주소녀’다. 이들이 대중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노래 제목은 ‘비밀이야’다. 노래 가사를 들어 보자.
   
   “혹시나 내 맘 알까, 니가 눈치챌까 봐 애써 아닌 척하며 굴어.… 비밀이야. 숨겨둔 내 맘이야. 솔직히 겁이 나서, 너무 두려워서, 함부로 날 대할까 봐 센 척하게 돼.”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숨기고, 남자에게 ‘다가와 달라’고 말한다. 이 노래를 부르는 우주소녀의 무대 의상은 어린 시절 동화 속 공주가 입는다고 상상했던 파스텔톤의 미니 드레스다.
   
   
   요즘 걸그룹 성공의 비결은?
   
   한 조사에 따르면 2015년 데뷔한 아이돌 그룹 수만 60팀, 인원 수로는 300명에 달한다. 이 중 대중에 이름을 알리는 팀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데뷔한 지 1년여 만에 ‘대세’가 된 걸그룹 ‘트와이스’는 그래서 더 주목할 만한 그룹이다.
   
   트와이스의 성공 요인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지만 트와이스가 대중이 원하는 점을 정확히 읽어냈다는 데 이견을 표하는 사람은 없다. 바로 ‘인형같이 예쁜 걸그룹’이다.
   
   트와이스가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 우리나라 걸그룹은 섹시한 외모를 앞세우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발랄한 이미지로 데뷔했던 ‘걸스데이’도 섹시한 콘셉트로 변화를 꾀한 후 성공을 거뒀다. 아예 처음부터 건강미를 내세운 ‘씨스타’는 내는 곡마다 히트를 치며 대세 걸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자 걸그룹이라면 너도나도 섹시한 이미지를 들고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과도한 선정성 논란에 시달릴 정도였다. 대중들은 다른 이미지의 걸그룹을 찾기 시작했다.
   
   트와이스는 변화의 시기에 대중들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해냈다. 그들의 노래 가사는 기존의 걸그룹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섹시한 이미지의 걸그룹이 자신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던 것과 달리 트와이스의 노래는 드러내지 않고 수줍어하면서 상대방 남성을 기다리거나 줄다리기를 하는 감정 상태를 표현했다. 노래 가사는 단지 가사로만 끝나지 않았다. 무대의상, 춤 등을 통해 같은 이미지를 시각화했다.
   
   데뷔곡 ‘OOH-AHH하게’를 부르면서는 치어리더 운동복을 입고 나와 소녀와 성인 여성 사이 미묘한 느낌을 잘 구현해냈다. 히트곡 ‘TT’를 부르면서는 토라졌지만 귀여운 여성의 모습을 춤으로 형상화했다. 귀엽고 발랄하지만 드세지 않은, 소녀와 성인 여성의 중간 지점의 걸그룹. 대중은 이런 이미지에 열광했고, 트와이스는 신인 걸그룹으로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 중이다.
   
   이런 경향은 대중음악계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트와이스의 데뷔 전후로 논란의 중심에 선 사진작가 ‘로타’의 작품이 그렇다. 로타의 작품에는 항상 소녀처럼 분장한 성인 여성들이 등장한다. 사진 속 소녀들은 붉은 볼,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다. 대개 짧은 운동복, 티셔츠 한 장만을 입고 부끄러운 듯 포즈를 취한다. 분명한 것은 소녀들의 몸짓에서 성적 이미지가 읽혀진다는 것이다. 엉덩이를 들고 엎드려 있거나 다리와 손이 꺾인 채로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등의 자세가 그렇다.
   
   그의 작품은 소녀의 몸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직접적인 비판만 받은 것이 아니다. 사진집이 불티나게 팔리고 유명한 걸그룹들은 그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설 정도였다. 로타의 사진이 수동적이고 성적으로 순수한 이미지의 여성에 대한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켰다는 의미가 된다.
   
   
▲ 사진작가 ‘로타’가 찍은 배우 설리. photo 설리 인스타그램

   신유교주의적 포르노그래피
   
   한국외국어대에서 영상사회학을 가르치는 마이클 허트 교수의 설명을 들어 보자. 허트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K팝 걸그룹은 여성의 몸에 대한 유교적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옛날의 유교적 순결 이데올로기는 흰색 원피스, 레이스 양말 등으로 나타납니다. 여성의 몸을 객체화해 수동적인 여성상을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짧은 치마나 몸매를 드러낸 의상 등으로 페티시즘까지 충족시킵니다.” 허트 교수는 이를 “신유교주의적 포르노그래피를 구현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한동안 우리 대중문화에서는 ‘센 언니’들이 나와 자신의 감정과 몸에 대해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했다. 그러나 그동안에도 대중들의 ‘순수한’ 여성상에 대한 욕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대중들의 욕구를 읽어냈다고 하더라도 마냥 순수하거나 순진한 모습만 보였다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많은 걸그룹이 공주처럼, 소녀처럼 분장하고 등장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트와이스나 로타는 달랐다. 트와이스는 수줍은 어린 여성의 마음을 표현했지만 한편으로는 발랄한 인형처럼 꾸며 의외성을 더했다. 로타는 성적 매력을 더하는 것으로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허트 교수가 말한 ‘신유교주의적’이라는 의미는 바로 전통적인 여성상에 더해진 이 같은 요소를 의미하는 것이다.
   
   트와이스의 전략이 계속 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트와이스가 구현하는 수동적인 여성상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만큼 그와는 반대되는 걸그룹이 또 인기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유교적 여성성에 대한 대중의 취향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또 다른 트와이스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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