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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8호] 2017.05.22

‘프로듀스 101’ 성공 뒤에 숨은 심리

유슬기  조선pub 기자 prima@chosun.com 

▲ photo ‘프로듀스 101’ 공식 홈페이지
다마고치는 일본어 ‘다마고’, 즉 달걀에 워치를 합친 말이다. 주머니 속에 넣어 다니며 음식을 먹여주고, 놀아주고 또 배설물도 치워주는 이 ‘디지털 애완동물’은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집중한 이들 때문에 학교나 직장에 갖고 오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일이 벌어졌을 정도다.
   
   케이블 방송사인 Mnet에서 방송하는 ‘프로듀스 101 시즌 2’, 국민이 직접 프로듀싱하는 국민 보이그룹 육성 프로그램이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동시간대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첫 회부터 빠짐없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국민프로듀서에게 ‘프로듀스 101’의 인기요인을 물었다. 그는 “이건, 다마고치 같은 거야”라고 말했다. 내가 직접 키우는 아이돌이라는 말이다. 내가 얼마나 먹이를 주느냐에 따라서 연습생은 아이돌이 될 수 있다. 투표를 하는 것은 적극적인 양육 행위다. ‘잘 자란 아이돌’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배설물을 치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지하는 연습생의 부주의한 행동이 문제가 되면, 당사자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명한다. “우리 애가 그런 애가 아닌데, 팀을 잘못 만나서 혹은 편집이 잘못되어서 그렇다”고 읍소한다. 실제로 방송국에서 직접 만든 영상이 아니라, 팬들이 자체적으로 편집한 영상을 보면 해당 연습생의 매력과 노력을 더 잘 알 수 있다. 국민이 직접 프로듀싱한다는 마법은, ‘프로듀스 101’을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마약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있을 수 없다는 마력이다.
   
   
▲ ‘시즌1’으로 데뷔한 ‘IOI’.

   걸그룹 만들기 vs 보이그룹 만들기
   
   ‘프로듀스 101’에서는 이미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소속돼 훈련 중인 연습생 101명이 12회에 걸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11명으로 추려진다. 2016년 시즌1에서는 최초로 ‘국민의 손으로 만든’ 걸그룹 ‘아이오아이(I.O.I)’가 탄생했다. 처음 프로그램이 시작했을 때, 여론은 회의적이었다. 일단 너무 대놓고 ‘정글’이라는 것이 비호감으로 비쳐졌다. 소녀들은 매주 ‘나를 뽑아달라’고 호소했는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이는 ‘나를 살려달라’는 외침이었다. 생존하지 못하면, 다음 기회를 얻지 못한다. 거기에 ‘악마의 편집’이 이어졌다. 안 그래도 살얼음판 위를 걷는 이들에게 불시에 ‘몰래카메라’가 이어졌고, 이는 곧 ‘인성 논란’으로 번졌다. 꿈을 이루기 위해 절박한 소녀들을 사지에 몰아넣고, 이를 지켜보는 일이 편한 일은 아니었다.
   
   ‘악마의 프로그램’이 살아남은 이유는, 역설적으로 소녀들과 국민들의 선의가 만든 결과였다. 이 무한경쟁 속에서도 소녀들의 우정은 꽃피었고, 승부의 세계가 냉혹해질수록 순수한 열정을 보여주는 참가자는 빛났다. 더구나 국민 프로듀서들은 이 정글 속에서 “나의 소녀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기 시작했다. 이렇게 선택된 11명의 소녀들은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IOI’는 1년만 활동하는 시한부 걸그룹이었지만 화제성 면에서는 기존 그룹을 압도했다.
   
   이들은 데뷔와 동시에 각종 예능을 섭렵했는데 KBS 2TV ‘어서옵SHOW’ ‘배틀 트립’, JTBC ‘슈가맨’ ‘아는 형님’, tvN ‘SNL코리아 시즌7’까지 출연하는 방송마다 인기를 모았다. 멤버들 이름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차트를 장악했고, 시청률 역시 나쁘지 않았다. 멤버들도 ‘프로듀스 101’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매력을 발산하면서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이를 보는 국민 프로듀서의 마음은 흐뭇했다. 진흙 속에서 진주를 캐내듯, 잘 키운 걸그룹 하나는 열 스타 부럽지 않았다. 연예계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 불렸던 대형 기획사들, 그들이 가진 권력이 나누어진 것이다.
   
   
▲ 현재 ‘시즌2’에서 선두를 달리는 박지훈 연습생.

   보이그룹은 팬덤이 만든다
   
   ‘시즌2’, 보이그룹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을 때 눈길을 끌기는 ‘시즌1’보다 수월했다. IOI의 성공은 연습생 소년들의 마음을 더욱 간절하게 만들었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순위 밖으로 밀려난 소년들은 소녀들보다 더 자주 눈물을 쏟았고, “살려달라”는 말을 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국민 프로듀서의 변화도 시즌2의 다른 점이다. 시즌1은, 남녀의 구분 없이 모든 성별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시즌2, ‘보이그룹’ 만들기부터 남성 프로듀서들의 관심은 떨어지고, 여성 프로듀서들의 관심이 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걸그룹은 대중이 만들고, 보이그룹은 팬덤이 만든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프로듀서의 범위가 좁아진 대신, 몰입도는 더 높아졌다.
   
   실제로 ‘프로듀스 101 시즌2’는 TV 화제성, 출연자 화제성 차트를 장악했다. TV 화제성 조사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프로듀스 101 시즌2’ 는 화제성 점유율 22.02%로 5월 둘째 주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를 차지했다. 출연자 화제성 차트 역시 ‘시즌2’ 출연자들이 싹쓸이했다. 4월 넷째 주부터 꾸준히 1위를 이어오고 있는 박지훈이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매회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강다니엘이 2위, 실력이 부족한 연습생을 살뜰히 챙겨 국민 프로듀서들의 마음을 얻은 김종현이 3위에 올랐다.
   
   공식적인 지수뿐 아니다. 이들의 ‘일대일 눈맞춤’ 영상을 편집한 ‘직캠’도 실제 방송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5월 16일 네이버TV는 59명 연습생들의 직캠 영상을 공개했다. 강다니엘과 박지훈의 경우, 직캠 공개 12시간 만에 100만뷰를 돌파했다. 그룹배틀평가 직캠에서 박지훈의 영상은 336만뷰를, 강다니엘의 영상은 330만뷰를 돌파하며 독보적인 기록을 남겼다. 이런 영상들은 국민 프로듀서들의 마음을 공략한 것이다. 일대일로 눈맞춤을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영상은 투표와 참여를 자극한다. 실제로 이 영상의 댓글에는 “회사에서 영상 보느라 일이 안 된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는 글들이 이어진다. 다마고치를 키우느라 일상에 집중하지 못하던 이들이 떠오르는 멘트다.
   
   순위가 오르면 순간순간 키우는 보람을 느낀다. 연습생이 울면 함께 울고, 웃으면 함께 웃는다. 12부작 서바이벌 드라마에서 그런 순간은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면 지난 순위평가에서 39등에서 3등으로 올랐던 윤지성 연습생의 눈물은 오랫동안 여운을 남겼다.
   
   “적지 않은 나이, 스물일곱에도 꿈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나서고 있는데요. 저를 보면서 꿈을 꾸는 분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12부작인 이 프로그램은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결국 누가 살아남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국민 프로듀서’들은 이들을 위해 오늘도 ‘열혈 투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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