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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3호] 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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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토믹 블론드’의 샤를리즈 테론

박흥진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그래픽 노블이 원작인 ‘아토믹 블론드’.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 직전, 소련 스파이 수중에 넘어간 영국과 미국 스파이들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를 회수하기 위해 베를린에 파견돼 적과 싸우는 영국 스파이 로레인 브러턴 이야기다. 주인공으로 나온 샤를리즈 테론(42)과의 인터뷰가 최근 LA 인근의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있었다.
   
   오스카 수상자이기도 한 장신의 테론은 짧은 금발에 얼음처럼 차게 보이는 미인이었다. 테론은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했는데 태도가 매우 도도하고 당당했다. 미소를 아끼면서 엄격하고 사무적인 자세로 질문에 대답해 거리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테론은 2013년부터 배우이자 감독인 숀 펜과 데이트를 시작해 2014년에 약혼을 했으나 다음해 파혼했다.
   
   - 영화의 무대인 베를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베를린은 내가 좋아하는 유럽의 5대 도시 중의 하나다. 아름답고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중의 하나다. 나는 베를린 시민과 음식과 문화를 사랑하며 그곳에서의 체류를 즐겼다. 실제로 베를린에서는 영화 내용과 같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이 도시는 영화에 사실감을 주고 있다.”
   
   - 영화에서 보여준 액션 신은 어느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인데. “육체를 쓰는 영화란 점이 큰 도전이었고 그래서 그에 응전하려고 했다. 내가 발레 댄서였기에 더 그렇다. 데이비드 리치 감독은 액션을 위한 액션이 아니라 얘기를 위한 액션을 구사하면서 최대한으로 액션을 몰고 갔다. 나는 온몸이 쑤셔 아침에 촬영장에 와서도 차에서 내리질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몸은 기계처럼 액션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강함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
   
   - 동양 무술가로부터 훈련을 받았다고 들었다. “그렇다. 무술 실력이 대단한 여러 사람이 각기 자신들의 주특기를 가르쳐 주었는데 무술 선생들 중에 여러 사람들이 영화에 러시아 스파이로 나왔다. 그래서 그들을 상대로 액션을 하기가 편했다. 액션은 일종의 댄스다. 상대와 호흡이 맞는 댄스는 하루이틀에 배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생면부지의 스턴트맨들과 액션을 하면서는 실제로 그들이 내 발길질과 주먹질에 얻어맞기가 일쑤였다. 미안해서 술을 여러 병 사다줬다.”
   
   - 요즘 들어 할리우드가 여성이 주인공인 액션영화를 많이 만드는데, 이런 흐름을 어떻게 보나. “그저 큰 파이의 한 조각을 먹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내가 어렸을 때 보고 감명을 받은 여성 액션영화가 시고니 위버가 나온 ‘에일리언’이다. 잠깐 유행하다가 중단됐다. 한번 여성 액션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더 이상 안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인구상으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데도 여성 액션영화가 남성 액션영화에 비해 훨씬 적다는 것은 뭔가 잘못된 일이다. 오랫동안 여자들은 액션을 안 좋아한다는 관념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인데 통계적으로는 여자들도 액션 비디오게임을 즐기고 격투기도 즐긴다고 나타났다.”
   
   - 진짜 여자 스파이에게 자문을 구했는가. “아니다. 영화 내용이 분명하고 또 내 역의 임무가 뚜렷해 그저 당시 상황과 영국 정보부 MI6의 여자 스파이 모습 등을 연구했을 뿐이다. 스파이의 개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매우 흥미 있는 사람들이다. 스파이 생활을 오래한 사람들은 대부분 알코올 중독자이거나 무모하고 변칙적이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가 힘든 사람들이다. 이런 역을 한다는 것은 배우로서 매우 흥미 있는 일이다.”
   
   - 어떤 운동을 하는가. “난 매우 활동적인 사람으로 하이킹을 즐긴다. 밖에 나가기를 좋아하며 움직이고 무언가 하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파워 요가 등 내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일을 좋아한다.”
   
▲ 영화 ‘아토믹 블론드’의 한 장면.

   - 나쁜 남자들과 싸워 이기는 기분은 어떤가. “위험한 부분은 스턴트 대역이 했다. 하지만 이렇게 심한 육체적 훈련을 받는다는 것은 뇌 속의 엔도르핀을 방출하는 것이요 정신적으로도 가공할 일이다. 자신을 강하게 느끼고 동작에 대해 분명한 생각을 지닌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내가 그런 싸움을 해보진 않았지만 기분은 매우 좋았다.”
   
   - 이런 액션영화에 계속 출연할 것인가. “나는 좋은 얘기에 감동하고 영감을 얻는다. 그래서 ‘몬스터’에선 체중을 40파운드를 늘렸고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에선 머리를 밀고 나온 것이다. 육체적인 움직임으로 얘기를 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어서 난 늘 액션영화에 매력을 느꼈고 또 그것을 탐구하려고 했다. 내가 말 없이 얘기를 한 첫 경험은 발레리나 때였다. 그때 나는 단순히 몸을 사용해 얘기를 했는데 그래서인지 난 아직도 육체로 얘기를 하는 것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 촬영할 때 카메라를 얼마나 의식하는가. “연기한다는 것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를 역에 몰입시키는 것이다. 배우로서 가장 어려운 첫 번째 일은 자기만의 공간과 공연하는 배우들과의 직접적 관계를 맺기 위해 그 밖에 자기 앞의 다른 모든 것, 즉 조명과 촬영진과 카메라 등을 마음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를 완전히 역할에 투자하고 가능한 한 사실적이 되려고 시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 영화를 찍다가 다치진 않았는가. “액션 훈련을 받을 때 이에 문제가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데이비드 리치가 한 액션 장면을 쉬지 않고 8~9초 동안 찍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보통 액션 장면은 하나 찍는 데 2초 정도 걸린다. 액션 장면은 그렇게 찍은 뒤 다 편집과정에서 짜맞추는 것이다. 데이비드 리치의 의도대로 찍으려면 스턴트 대역을 쓸 수 없다. 좋은 액션 장면을 8~9초 동안 찍으려면 같은 사람이 계속해 움직여야 한다. 액션 장면의 98%는 내가 했다.”
   
   - 이젠 남자를 진짜로 때려눕힐 수가 있는가. “모르겠다. 격투에는 진짜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싸운다는 것은 수학이다. 공격하기 전에 먼저 상대의 체중과 몸집, 그리고 자신의 신체를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셈해야 한다. 손을 써야 하느냐 아니면 무릎과 어깨와 팔꿈치를 써야 할 것인가를 다 계산해야 한다.”
   
   - 원작인 그래픽 노블을 읽었는가. “아직 출판되지 않은 10쪽짜리를 읽었다. 나는 인물이 마음에 들어 출연에 응했는데 영화의 인물과 그래픽 노블의 인물은 서로 많이 다르다. 원작자와는 후에 만났는데 그는 주인공 로레인을 자기 장모로부터 영감을 받아 그렸다고 말했다. 그래픽 노블 속의 로레인은 왜 그가 액션을 휘두르는 여자가 되었는가에 대해 아무 설명이 없는데 난 그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제임스 본드가 왜 액션을 휘두르는 남자가 되었는가에 대해 별 설명이 없는 것처럼 여자라고 해서 그 이유를 밝혀야 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 할리우드에선 말을 거침없이 하는 여자로 알려졌는데. “어머니 덕이다. 어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여자라는 것 때문에 결코 무언가 하고픈 말이나 행동을 주저해선 안 된다고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난 10대 때 남아공의 시골에서 자랐는데 그때 그곳 사람들은 늘 반쪽짜리 진실을 얘기하고 속삭이거나 거짓말 아니면 허황된 선전이나 하면서 살고 있었다. 나는 이에 반발해 하고픈 말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죽을 때 어느 정도 진실하게 살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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