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에서 톱소셜아티스트 상을 수상한 방탄소년단. ⓒphoto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빌보드에서 톱소셜아티스트 상을 수상한 방탄소년단. ⓒphoto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가 빌보드 차트 7위에 올랐다. 역대 아시아 아티스트 최고 순위다. 이뿐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빌보드에 앨범 5장이 모두 오르는 기록도 세웠다. 방탄소년단은 애초 ‘해외기획형’ 아이돌이 아니었다. 대형 기획사가 이들의 뒷배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들에게는 두 가지 승부수가 있다. 하나는 멤버 전부가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이야기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널리 알린다는 것이다. SNS가 국경을 초월한 지는 오래다. 이들의 뮤직비디오 ‘DNA’의 티저는 유튜브 공개 하루 만에 1억뷰를 돌파했다. 이들의 뮤직비디오 주변에는 방탄소년단, 즉 BTS의 신곡 뮤비를 본 전 세계인의 반응도 함께 올라와 있다. 일명 뮤비 리액션이다. 이 아이돌은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대신, 팬들과 소통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전 세계의 팬들은 여기에 적극 반응한다.

방탄소년단은 ‘세상의 소음과 가치관의 탄환에 맞서겠다’는 포부를 담고 2013년 6월 데뷔했다. 이들의 노래에는 10대와 20대들이 세상에 부딪히며 겪을 만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힙합을 깊이 좋아하던 피독과 랩몬스터가 주축이 됐다. 오디션으로 슈가와 제이홉이 합류했다. 이후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이들을 모아 지금의 방탄소년단을 꾸렸다. 국내파로만 모인 이례적인 구성이었다. 이들은 한 계단 한 계단 가요계를 정복했다. 신인상으로 시작해서 3년 만에 대상을 받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했다. 새 앨범 ‘Love yourself’는 앨범 발매 즉시 음원 줄 세우기 기록을 세웠다. 앨범 판매량은 75만장이다. 이뿐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은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호주,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등 전 세계 73개 지역에서 아이튠즈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UK 차트에도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진입했다는 것이다. 빌보드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UK 차트는 인기보다는 ‘새로운 음악’에 손을 들어준다. 빌보드와 UK 차트에 동시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확장성뿐 아니라 신선함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확장성 그리고 신선함

SM이나 YG, JYP에서 기른 아이돌이 아니라는 약점은 결과적으로 약이 됐다. 이들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프로듀서 방시혁이 세운 회사다. 강소(小)형 소속사인 이곳에서는 ‘못하게 하는 게 없다’. 회사는 뮤지션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백업해주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적인 방향성도 건들지 않는다. SNS 계정도 검열하지 않는다. ‘초심을 잃어선 안 된다’고 겁박하지도 않는다.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둔다. 이 모든 전략이 모두에게 성공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다. 데드라인이 없으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릴 수도 있다. 대형 기획사에서 연습생이나 아이돌들에게 강제 조항들을 새겨 넣는 이유다. 다행히 방탄소년단은 회사가 부여한 자유를 선용(善用)했다. 이들은 ‘청춘의 고민’을 담아 곡을 만들었고, 이 고민을 세계의 또래들과 소통했다.

이번 앨범은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역시 청춘의 이야기다. 새 앨범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방탄소년단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으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깨달음을 고스란히 앨범에 넣었다. 가장 먼저 공개된 곡 ‘DNA’는 휘파람 소리로 시작한다. 힙합으로 시작해 힙합으로 알려진 이들이 이번 앨범에서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EDM 등의 비트를 사용했고, 디스코 리듬의 펑크도 곁들였다. 랩을 할 때도 빠른 비트를 사용하기보다는 도리어 비트에 딜레이를 걸었다. K팝의 공식을 따르는 대신, 새로운 문법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곡 작업에 참여한 리더 랩몬스터는 “이번 앨범은 방탄소년단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열린 서태지 데뷔 25주년 콘서트 무대에 방탄소년단이 올랐다. 이들은 서태지와 함께 8곡의 노래를 함께 소화했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중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에 태어난 이들도 있다. 막내 정국은 아버지와 서태지가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 ‘서태지 아버지’라고 부른다고 했다. ‘서태지와 아들들’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 이 무대에서 서태지는 “이제 너희들의 시대”라고 선언했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서태지가 갖는 상징성은 크다. 그는 음악이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어떤 이들의 세상은 음악으로 바뀌기도 한다는 걸 증명했다. 혁명 같은 그의 등장은 이후 그룹 가수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와 함께 활동한 양현석이 세운 YG는 기획사형 아이돌의 시대를 열었다. 빅뱅, 싸이, 2NE1 등의 선전은 한국 가수가 세계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제 방탄소년단의 시대다. 이들의 시대는 역시 이전의 시대와 다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몇 명이 보았는가가 중요했다. 방탄소년단의 뮤비는 여기에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가 더해진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데뷔 때부터 ‘학교시리즈’ 3부작, ‘청춘시리즈’ 3부작으로 꾸준히 대중과 소통했다. 이들은 음악뿐 아니라 SNS와 영상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듣는 이와 소통한다. 음악작업만큼이나 중요한 삶의 일부가 됐다.

2017년 3월 빌보드 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은 ‘톱소셜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6년 연속 수상 행진을 방탄소년단이 막았다. 이들의 경쟁 상대는 셀레나 고메즈, 아리아나 그란데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었다. 톱과 아티스트 사이에 ‘소셜(social)’이 보태졌다. 이제 톱스타를 가늠하는 기준의 중심에 ‘소셜’, 즉 소통능력이 더해졌다. 팬들에게 방탄소년단은 아이돌 중 세계적으로 가장 알려진 그룹이면서, 동시에 가장 가까운 ‘이웃집 스타’다. 이들은 일부러 애쓰거나 훈련받지 않아도, 이미 소통하는 DNA를 가지고 있다. 가장 멀리 있으면서 가장 가까이에, 그렇게 방탄소년단의 시대가 왔다.

유슬기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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