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약진운동 당시의 ‘토로’.
대약진운동 당시의 ‘토로’.

한(漢)나라 허신(許愼)이 쓴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따르면 무술년의 무(戊)는 ‘육갑(六甲)과 오룡(五龍)이 서로 힘을 겨루는 모습을 본떠 만든 글자’로 전쟁을 뜻한다. 술(戌)은 사라질 멸(滅)을 뜻하는 글자로, 양(陽)의 기운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형세를 가리킨다. 술은 또한 랑(狼)을 가리키는 글자로 늑대, 이리, 개를 지칭한다.

중국의 역학자들은 그래서 무술년이 전란(戰亂)의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1949년 10월 1일 오후 3시, 기축(己丑)년 계유(癸酉)월 갑자(甲子)일 신미(辛未)시에 정부 수립을 선포한 중화인민공화국은 1958년 첫 번째 무술년을 맞았고 60년 만인 올해 두 번째 무술년을 맞았다. 중국에 1958년은 절대권력자 마오쩌둥(毛澤東)이 갑자기 영국의 철강생산량을 3년 만에 따라잡겠다고 선포한 해로 기억되고 있다. 전국 마을마다 토로(土爐·마을 용광로)를 설치하고 군중노선으로 강철생산량을 끌어올리겠다는 대약진(大躍進)운동이라는 무리수를 두어 대륙 전역을 재앙에 빠뜨리기 시작한 해였다.

나이가 채 열 살이 안 된 당시의 중화인민공화국은 대약진운동으로 강철생산량을 끌어올리기는커녕 역청탄이 아닌 목탄으로 강철을 생산하려던 전국의 토로에 땔감을 대느라 삼림의 25%를 사라지게 만드는 재난에 빠졌다. 대약진운동에 실패한 마오쩌둥은 정치적 책임을 회피해 보기 위해 1966년부터 10년 동안 전국의 중·고·대학생들을 동원한 홍위병운동을 벌였다. 류사오치(劉少奇), 린뱌오(林彪) 등 정적들을 제거하기 위한 이른바 ‘문화대혁명’의 광풍 속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을 끌고 들어갔다.

1958년에 시작한 대약진운동과 이어진 10년간의 문화대혁명으로 전국에서 4000만명 이상의 인민들이 굶어죽거나 맞아죽는 천하대란에 빠졌다. 천하대란은 1976년 9월 마오가 병사(病死)함으로써 겨우 불이 꺼졌다. 마오의 내연의 처 장칭(江靑)이 이끄는 사인방(四人幇)으로부터 권력을 뺏은 덩샤오핑(鄧小平)은 1978년부터 사회주의 체제에 자본주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서 39년 만에 빠른 경제성장을 통한 국력 증강에 성공했다.

대약진운동이 시작된 1958년 이후 두 번째로 무술년을 맞는 중국 대륙의 역학자들은 대체로 2018년에 중국이 전란에 휩싸이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 역학자들의 인터넷 네트워크인 ‘주역점복망(周易占卜網)’은 전쟁을 뜻하는 무(戊)에 오랑캐 융(戎)들이 사는 곳을 뜻하는 술(戌) 자가 결합된 2018년에 중국 대륙의 변방에서 군사활동 또는 반(反)중국 세력들의 활동이 증가해서 중국의 경제발전 형세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주역점복망은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특히 동북 방향의 한반도와 서남 방향의 인도, 중동 쪽을 꼽는다. 여기에서 중국인민들을 힘들게 만드는 전쟁활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전쟁이든 지진이든 힘들어지는 것은 중국 인민들이므로 전 중국 인민들이 동북방이나 서남 방향에서 일어날 일에 잘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역학자들은 별들의 움직임과 관련해 7월 28일로 예정된 개기일식에 주목하고 있다. 화성이 달과 태양에 상대적으로 근접하게 되어 중국 주변에 전란이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도 있다. 태양과 달, 화성으로 이루어진 삼성(三星)이 우주 태양계의 양인궁(羊刃宮)과 비인궁(飛刃宮)에 들고 천왕성과 삼성이 나란히 형도(刑道)에 진입하면 마치 불에 기름을 부은 듯 전쟁 일촉즉발의 형세가 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그러나 2018년에 맞을 전쟁위기는 추분을 기점으로 전기가 마련되고, 겨울이 되면서 1년 내 결핍되어 있던 물(水)의 기운이 되돌아와서 연말이면 위기가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무술년인 2018년에는 전쟁의 위기가 다가올 예정이기 때문에 경제활동은 저조해지고 부동산시장은 널뛰기를 하게 될 것이고,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줄도산을 하게 될 조짐이 있다고 중국 역학자들은 예상한다. 일부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감옥에 들어갈 전망이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인민들의 부동산 열기는 식지 않아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무술년의 술(戌) 자는 화기(火氣)가 무덤에 들어가는 형세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에 이름에 불 화(火)나 날 일(日) 자가 들어간 사람들은 병이 나서 입원하는 화를 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중국 역학자들은 점치고 있다. 연예오락계통이나 미디어, 과학기술 등에 종사하는 거물들이 세상을 떠날 운세이며, 인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인들이 주색(酒色)으로 인한 스캔들로 감옥에 가는 일도 많을 것이라고 점치기도 한다. 반면에 역학이나 종교, 철학, 교육 종사자들에게는 대운(大運)이 돌아오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무술년에는 에너지 방면이나 반도체, 생물의료, 스포츠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투자 호기가 마련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문제는 많은 중국 역학자들이 중국 대륙 동북방의 변경, 다시 말해서 한반도 지역에서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또 다른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것이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병이나 부상으로 안전을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도 심상치 않다. 그런 정도야 역학에 의존하지 않고 일반 시사상식만으로도 충분히 예측해 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중국의 많은 역학자들이 인터넷에 그런 정보를 띄움으로써 우리가 입게 될 불리한 상황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봄 직도 하다.

중국 역학자들의 점복은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조성된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가 어느 순간 전쟁위기로 돌변할지 모른다는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스테레오타이프화된 진영논리나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힌 굳은살 박인 사고로 안이하게 대처하는 일은 어쨌든 피하고,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정치 역학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세심하게 챙기는 것이 우리 정부와 정치권 지도자들이 할 일이라는 교훈을 얻어야 할 때다.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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