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도심에 있는 공유자전거. ⓒphoto 백춘미
상하이 도심에 있는 공유자전거. ⓒphoto 백춘미

상하이 푸둥(浦東)에 사는 한국 교민 A씨는 매일 아침 지하철역까지 공유(共有)자전거를 이용한다. 주로 이용하는 공유자전거는 노란색 ‘오포(ofo)’ 자전거.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길거리에서 가장 먼저 발견한 오포 자전거의 안장 아래에 달린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한다. 이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된 네 자리 비밀번호를 뒷바퀴 잠금장치에 입력하면 ‘철컥’ 하고 자물쇠가 열린다.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역에 도착한 뒤에는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세워두고 잠금장치를 잠가버리면 끝이다.

‘오포’와 같은 공유자전거의 경우 비(非)고정형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타던 공공(公共)자전거 ‘따릉이’처럼 자전거 거치대를 일일이 찾을 필요가 없다. GPS 위치기반서비스에 기반해 자전거를 다 타고 난 뒤 뒷바퀴 잠금장치만 잠가버리면, 스마트폰 앱에 이용거리와 이용시간이 표시되고 이에 따라 요금이 모바일로 과금되는 구조다. 이용요금은 시간당 단돈 1위안(약 170원). A씨는 “장기거주 외국인도 여권사본과 출입국 도장만 찍어 보내면 가입이 가능해 이용에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상하이에는 이런 공유자전거만 115 만대가 굴러다닌다. 속된 말로 길거리에 쓰레기처럼 널려 있다. 원래 178만대가 돌아다녔는데 지난해 말 오래되고 망가진 자전거 60여만대를 일제 수거정리하고 남은 것이 이 정도다. 경쟁도시인 서울의 공공자전거인 ‘따릉이’의 숫자가 2만대란 점을 감안하면 무려 60배 가까운 엄청난 숫자다.

워낙 거리에 많이 널려 있어 쓰레기처럼 허접해 보이지만 사실 공유자전거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다. QR코드, 모바일 결제, GPS 위치기반, 블루투스 등 모든 첨단기술이 결합돼 있다. 이 모든 기술이 결합돼 만들어낸 공유자전거 이용료는 시간당 1위안(약 170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오포의 경우 학생증이 있으면 이용료가 시간당 0.5위안(약 85원)으로 싸진다.

중국의 공유자전거는 ‘공공자전거’ 개념이 아닌 철저히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중국 공유자전거

1위 기업인 오포의 경우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경영대학원) 졸업생인 다이웨이(戴威)가 2014년 4명의 파트너와 함께 창업했다. 베이징대 교내에서 허름한 자전거 2000대로 시작한 비즈니스지만 지금은 자전거만 650만대를 보유하고 있다. 시간당 이용료는 단돈 1위안이지만 자전거를 빌릴 때마다 일어나는 엄청난 거래량에 민간투자자들도 앞다퉈 투자한다.

지난 3월에는 마윈(馬云)의 알리바바가 오포에 17억위안(약 2900억원)을 투자했다. 오포의 대성공에 후발주자인 주황색 자전거를 앞세운 ‘모바이크(mobike)’가 동일한 모델로 따라왔고, 오포와 모바이크는 각각 중국 IT업계의 양대 라이벌인 알리바바와 텅쉰(텐센트)의 지원을 받아 1, 2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현금이나 카드보다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된 중국에서 IT업계의 맞수인 알리바바와 텅쉰은 각각 ‘즈푸바오(알리페이)’와 ‘웨이신즈푸(위챗페이)’라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갖고 있다. 공유자전거 이용자들은 자전거 보증금과 사용요금을 미리 충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오포는 주로 즈푸바오, 모바이크는 주로 웨이신즈푸의 결제 플랫폼을 상호 공유하면서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잡아두는 구조다. 이렇게 끌어모은 오포와 모바이크의 이용자만 각각 2억명, 5000만명에 달한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개념이 아니다 보니 관(官)에서도 자전거를 운영한다고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다. 민간기업들끼리 피 터지는 경쟁을 하도록 내버려두고 공유자전거의 기준만 정해서 각 업체에 하달하는 것이 전부다. 상하이시가 정한 공유자전거의 사용연한은 3년. 3년 이상 운행한 공유자전거는 의무적으로 폐기토록 규정을 뒀다. 관에서는 평소에 자전거 도로만 정비하고 가끔씩 거리에 널린 기준미달 공유자전거를 트럭으로 쓸어담아 폐기처리하는 것으로 역할이 끝난다.

1위 업체 오포 한국 상륙

덕분에 중국에는 이런 공유자전거 업체가 업계 1, 2위 오포와 모바이크를 비롯해 모두 25곳이나 된다. 중국 전역에 깔린 누적 공유자전거 대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1600만대. 요즘은 한발 더 나아가 전기모터를 장착한 공유자전거까지 등장해 제법 인기를 끌고 있다. 상하이의 경우 전기모터 공유자전거만 6만여대가 길거리에 돌아다닌다. 장거리 이동에는 오토바이에 버금가는 성능을 보여준다.

덕분에 주위에서는 더 이상 아이들 자전거를 제외하고 성인용 자전거를 구입하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자전거를 사는 대신 전동스쿠터나 전동킥보드, 전동휠을 구입한다. 공유자전거가 새로운 산업을 태동시킨 셈이다. 요즘 상하이 거리는 모빌리티(이동수단)의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영화 ‘북경자전거’(2001)에서처럼 자전거 하나에 목숨 거는 시대는 이미 옛말이다.

중국판 공유자전거는 요즘 한국의 공유자전거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업계 2위 모바이크는 지난해 경기도 수원에서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이크가 수원에서 운행하는 공유자전거만 1000여대다. 업계 1위 오포도 지난 1월 부산을 한국 첫 진출도시로 낙점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은 오포의 21번째 진출국가다.

한국의 대표 공공자전거인 서울시 ‘따릉이’는 관에서 세금으로 자전거를 구입해 세금으로 거치대를 만들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책정된 ‘따릉이’의 연간 예산만 99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게다가 ‘따릉이’는 중국의 공유자전거와 달리 반드시 거치대에 주정차를 해야 하는 고정형 방식이다. 고정형은 거리미관상 깨끗해 보일지는 모르나, 접근성이 떨어지고 이용이 불편하다. 관에서는 “따릉이 거치대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을 처리하기도 바쁘다.

한국에서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오는 9월부터 자전거를 탈 때도 헬멧 착용이 의무화된다고 한다. 공공자전거가 헬멧까지 대여해줘야 하면 사실상 치명타인 셈이다. 세계 1위 공유자전거 대국인 중국에는 이런 규제가 없다. 자전거는커녕 오토바이조차 헬멧을 쓴 운전자를 찾기가 힘들다. 헬멧을 쓰는 사람은 십중팔구 이방인이거나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한다.

자동차산업 태동 초기 영국에서 등장한 ‘적기조례(Red Flag Act)’는 영국의 자동차산업을 철저히 망가뜨렸다. 안전을 위해 자동차 앞에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반드시 앞서가야 한다는 조항이었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자전거판 적기조례’가 태동기에 있는 한국 공유자전거의 싹마저 잘라버리지 않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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