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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호] 2018.06.18

트럼프의 다음 도발은 ‘에너지 무기화’

세계 3위 에너지 수출국… 중·일 상대로 셰일 세일

유민호  퍼시픽21소장 

▲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젤리노플의 셰일유정. photo 뉴시스
1972년 닉슨 쇼크에 버금가는 것이 트럼프 쇼크다. 6·12 미·북 정상회담에서의 어정쩡한 결과가 황당하고도 놀랍다. 북핵 CVID에 시간이 필요하다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동안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이 ‘뻥’에 불과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쇼크는 싱가포르 이전에 캐나다에서도 이미 터져나왔다. 미·북 회담 직전 열린 서방 7개국 정상회담(G7)이 무대였다. 회담을 마친 뒤 싱가포르 미·북 회담장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트럼프는 G7 공동성명 서명 거부를 명령했다. 캐나다 트뤼도 총리가 미국에 대한 관세보복을 천명한 데 따른 불만이 이유다. 아무리 상대가 화를 돋운다고 해도 도를 넘어선 행동이었다. G7 안에는 캐나다 외에 5개 나라 정상도 있다. 선진문명대국의 ‘사교 살롱’인 G7에서 가장 ‘천박한’ 사건이 터졌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불확실성은 세계 각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트럼프 외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일단 적군·우군의 구별도 없다. 동맹 우방국에 대한 특별한 배려는 고사하고, 기존에 구축한 관계를 한층 더 혐오·불신하는 것이 트럼프 스타일 외교다. 뉴욕 부동산 업계를 무대로 큰 백전노장, 딜(Deal)의 달인이라고 하지만 김정은에 대한 찬미와 G7 정상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은 모든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동맹이나 우방도 무시당하고 배격되는 살벌하고 척박한 상황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와 캐나다에서 목격됐다.
   
   모두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트럼프 외교는 최근 구체화되고 있는 또 하나의 극적인 정책을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셰일에너지 같은 에너지 수출정책이다. ‘셰일 혁명’은 21세기 미국이 창조해낸 노다지라고 할 수 있다. 개발이 본격화되던 5년 전만 해도 셰일에너지는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줄 구세주’로 통했다. 그러나 국제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셰일에너지 관련 소식은 한순간 사라진다. 비싼 개발 비용으로 인해 원유 가격이 대략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설 경우에만 셰일에너지의 상품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동산 원유가 셰일에너지보다 더 싸지면서 셰일에너지는 간헐적으로만 뉴스를 탔다. 더욱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반침하와 환경오염의 주범인 셰일에너지 개발을 터부시했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태양에너지 개발 등에 연방정부의 보조금이 대대적으로 투하됐다.
   
   
   셰일에너지 투자 2년 새 42% 증가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다시 상황이 바뀌었다. 트럼프는 석유·가스·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운 인물이다. 실제 당선 후 각종 보조금을 통해 자신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중이다. 트럼프는 환경문제나 지구온난화를 ‘거짓말’이거나 ‘선동’으로 해석한다. 잘 알려진 대로 트럼프는 지난해 6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했다. 2017년 셰일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오바마 집권 말기인 2016년에 비해 무려 42%가 증가했다. 주춤했던 셰일에너지 개발이 순풍에 돛 단 것처럼 다시 약진 중이다. 더불어 석유가가 급상승하면서 셰일의 경쟁력도 올라갔다.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은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미국의 경제제재와 더불어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생산량이 급감한 탓이다. 이 기회를 틈 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손을 잡고 원유 감축에 들어가면서 값을 올렸다.
   
   올해 초 배럴당 원유가가 100달러에 달할 것이란 소식이 뉴욕 상품거래소(NYMEX)를 통해 확산됐다. 그러나 유가 고공행진은 지난 6월 6일 발표된 통계 하나로 한순간 사라진다. OPEC와 러시아가 감산을 한다 해도, 더 이상 유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시장을 지배한다. 근거는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이 발표한 5월 미국 내 원유생산량 통계다. 미국의 1일 원유생산량이 역대 최고인 1080만배럴에 달했다는 뉴스다. 전 세계 1일 공급량 1억배럴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의
   
   1일 생산량 가운데 셰일에너지는 70% 정도인 700만배럴이다. 10년 전 셰일 개발에 착수할 때에 비해 무려 5배나 증가한 규모다. 세계적으로 볼 때 1일 1000만배럴 이상 생산량을 보유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정도다. 43대 부시 대통령은 “석유에 중독된 나라가 미국”이라고 말했다. 18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이 미국이었지만, 셰일 개발에 힘입어 마침내 거꾸로 세계 3대 원유생산국가로 변신한 것이다. 셰일에너지를 포함해 현재 외국에 수출되는 미국산 원유는 하루 200만배럴 정도다. 원유 수입 세계 5위인 한국 1일 소비량의 80% 정도를 미국이 수출한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셰일에너지 세일즈맨
   
   트럼프는 셰일에너지 수출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인물이다. 노스다코타주나 오클라호마주처럼 셰일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인 지역은 트럼프의 표밭이기도 하다. 공급 측면에서 볼 때 에너지 수출은 한번 발동이 걸릴 경우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는 안정적인 비즈니스다. 가격과 더불어 에너지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 공급이다. 마치 혈관 속의 피처럼, 장기적 차원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야말로 경제개발의 필수요소이다. 전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가장 안정적인 공급원은 바로 미국이다. 가격경쟁력이란 측면에서 보면 이란·이라크 같은 전통적인 원유생산국이 앞서겠지만 정치·경제적 불안으로 인해 한순간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 10년, 30년 장기적 차원의 석유 공급이 어렵다.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 같은 메이저 산유국들도 미국에 비하면 정치적 안정도가 떨어진다. 다소 값이 높다 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한 나라가 우선시된다. 물론 셰일에너지 개발이 확대되면서 미국의 공급 물량도 한층 더 증가할 것이다. 더불어 기술 혁신에 힘입어 셰일에너지 개발 비용도 떨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미국산 에너지는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한국과 일본이 셰일에너지 주요 수입국에 이름을 올렸지만 트럼프는 셰일에너지를 더 많이 팔 생각으로 보인다.
   
   이 같은 트럼프의 생각을 가장 먼저 포착한 나라는 중국이다. 6월 초 중국은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공식 요청한다. 계기는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 대상이 된 중국 통신회사 ZTE 때문이었다. 국영회사인 ZTE의 잘못에 대한 최종 책임 소재는 중국 정부에 있다. 미국 정부는 10억달러의 벌금과 700억달러어치 미국산 상품 구입을 조건으로 ZTE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 미국법에 반하는 행위를 다시 행할 경우 경제제재를 또다시 부과할 수 있다는 조건과 함께 경제제재를 푼다.
   
   미국산 에너지는 중국 정부가 제시한 700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 구입 내역에 포함돼 있다. 에너지는 안보전략 물품으로 구분된다.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것은 물론 외국에 수출할 경우 특별한 조항을 달아 판매한다. 돈이 된다고 함부로 수출할 수 없다. 셰일에너지의 경우 원래 자유무역협정(FTA) 대상국에 한해 판매를 허용해왔다. 따라서 미국과 FTA 관계가 없는 일본은 셰일에너지 수입에 앞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남중국해 문제로 전투기까지 띄우는 중국은 어떨까. 공화당 의원들도 자신들의 표밭을 생각해야 할 처지다. 트럼프의 에너지 수출 방침에 동의하면서 중국을 적으로 삼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스타일이 그러하듯, 미국 의회도 ‘더 이상’ 동맹이나 우방, FTA 여부로 에너지 수출의 가부를 결정하진 않는다. 추측건대 가까운 시일 내 중국은 미국산 에너지 최대 수입국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최근 한풀 꺾인 원유가에서 보듯 미국산 에너지 수출은 세계 에너지시장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반대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수출시장에 진입하면서 원유시장을 장악할 경우 거꾸로 세계 에너지시장에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에너지의 무기화 때문이다. 일본은 그 같은 상황의 전조(前兆)를 이미 겪고 있다. 최근 일본을 깜짝 놀라게 한 뉴스가 그것이다.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대해 플루토늄 ‘소멸(消滅)’을 요구한다는 소식이다. 한국 언론에서 ‘삭감’으로 보도됐지만, 완전한 ‘소멸’이 미국의 요구다. 플루토늄은 원자력발전에 사용된 핵연료로 재처리한다. 북한처럼 핵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일본은 원자력발전에 재사용하고 있다. 일본은 핵보유국이 아닌 국가 중 유일하게 플루토늄 재사용이 인정되고 있다. 현 보유량이 47t 정도로 핵무기 6000개를 만들 수 있다. 일본의 플루토늄 재사용은 미·일원자력조약을 통해 인정돼왔다. 1988년 맺어진 조약으로, 본래 오는 7월 연장될 전망이었다. 미국 측의 플루토늄 소멸 요구는 조약 연장이 이뤄지기 불과 한 달 전에 터진 ‘대사건’이다.
   
   
   日에 플루토늄 소멸 요구한 진짜 이유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이후 잠시 주춤한 상태지만, 일본은 플루토늄을 활용한 재발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핵확산방지조약을 플루토늄 소멸의 근거로 제시한다. 원래 핵확산방지조약은 오바마가 내세운 개념이다. 오히려 트럼프는 핵증강을 통해 적을 압도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앞뒤가 맞지 않는 명분이다. 겉으로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일본 지식인 대부분은 이번 미국의 요구를 일본을 에너지 식민지로 만들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플루토늄을 통한 재발전이 중단될 경우 모자라는 에너지를 수입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기하급수적으로 증산되고 있는 셰일에너지 현황을 고려할 때 안정적인 구매자를 찾아야만 하는 것이 트럼프의 사명이다. 대부분 중동 석유에 의존하는 일본을 미국 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하에 플루토늄 소멸을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정적이고 양적으로도 풍부한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왜 부정적으로 보는가라는 반문도 있을 듯하다. 당장은 미국산 원유 수입에 따른 지출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펼쳐질지도 모를 자원 무기화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걱정이다. 우방과 동맹의 개념을 경제적 이해관계로 풀이하는 것이 트럼프 외교다. 장기적 관점과 무관한, 초단기 속전속결 개념에 기반한 즉흥적 외교다. 일단 일본을 미국산 에너지수입국으로 끌어들인 뒤 나중에 원활한 공급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가 걱정이다. 과거 OPEC처럼 하루아침에 에너지 가격을 두 배로 올릴 수도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이란 핵합의 탈퇴, 캐나다 G7회의 공동성명 서명 거부…. 일본만이 아니라 그 누구도 트럼프의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
   
   플루토늄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방침은 일본만이 아니라 한국에도 곧 닥칠 문제다. 6·12 미·북 회담에 이어 시베리아와 연결되는 남북종단철도 프로젝트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럴 경우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수입을 위한 에너지 라인 구축이 곧 이슈가 된다. 트럼프는 한국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에 과연 어떤 식으로 반응할까. 셰일에너지 개발 속도를 보면, 미국이 세계 1위의 에너지 수출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에너지 무기화, 자원 무기화는 중국과 같은 독재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국산 에너지가 넘쳐날수록 미국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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