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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인 뉴스] 치킨게임 치닫는 미·중 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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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3호]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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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치킨게임 치닫는 미·중 무역전쟁

트럼프 승리를 점치는 4가지 근거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 지난해 11월 9일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회동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마침내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이다. 거의 매일 서로를 비난하며 보복의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워싱턴, 베이징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성명이 터져나오면 세계 주식시장이 출렁거린다. 전 세계가 흥미롭게 이 게임을 지켜보고 있다. 아마도 누가 먼저 브레이크를 밟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듯하다. 유의할 점은 치킨게임이 가진 ‘어두운’ 속성이다. 단기간 승패는 알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승자·패자를 간단히 나누기 어렵다. 장애물에 놀란 상대가 먼저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치자. 짜릿한 승부에 한번 길들여진 심성은 잘 바뀌지 않는다. 뭔가 마음에 안 차면 다시 치킨게임으로 몰아간다. 몇 차례 성공할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비극이 찾아온다. 주변 모두를 막장으로 몰아가는 비극이다. 진짜 프로는 치킨게임, 배수진 같은 극단적 상황을 미리 차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치킨게임의 양상을 이해하고 그 결말을 내다볼 척도다. 이번 치킨게임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이 상수는 아니다. 중국은 트럼프의 언행에 맞서 대응하는 수동적 변수에 불과하다. 현재 ‘과장’ ‘폭언’ ‘안면몰수’ 등은 트럼프에게 씌워진 일반적인 이미지다. 전 세계 대부분의 미디어는 물론 심지어 미국의 어린이들조차 트럼프를 비난하고 조롱한다. 일본 코미디언이 부른 ‘펜슬과 파인애플’이라는 노래 가사를 ‘펜슬과 옥수수’로 바꿔 부르면서 펜슬로 트럼프의 헤어스타일인 옥수수를 찌르는 퍼포먼스도 인기다. 한국의 미·중 치킨게임 보도도 반(反)트럼프 정서와 감정적 시각을 앞세운 관전평이 적지 않다. 시진핑의 압승으로 끝날 것 같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의 치킨게임 승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게임이 벌어지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오래 끌면 모두에게 비극으로 끝나겠지만 일단 단기적으로 볼 때 누가 이길까. 승부를 가늠할 수 있는 4가지 관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1. 트럼프가 공격할 거리가 3배는 많다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다. 쉽게 이길 수 있다.”
   
   중국에 대한 본격적인 무역보복에 들어가기 두 달 전인 지난 3월 2일 트럼프가 트위터에 남긴 메시지다. “미국이 무역을 통해 수십억달러의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란 전제와 함께 공표된 사실상의 대중 무역전쟁 선전포고에서 트럼프는 승리를 자신했다. 특유의 과장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치킨게임의 주변환경을 면밀히 살펴본다면 왜 트럼프가 승리를 확신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일단 ‘5056억달러 대 1539억달러’가 그 근거다. 2017년 미국의 대중 수출액과 중국의 대미 수출액이다. 수치상으로 중국은 연간 3517억달러의 대미 흑자국이다. 대략 하루에 10억달러씩 벌었다는 의미다. 트럼프가 요구하는 것은 중국의 이 엄청난 흑자를 ‘결자해지’하라는 것이다. 2020년까지 대미 흑자액을 최소 2000억달러 이하로 낮추라는 최후통첩을 이미 날렸다.
   
   흑자 폭만 보면 중국이 치킨게임에서 유리할 듯 보이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무역전쟁에서는 상대를 공격할 거리가 많은 쪽이, 다시 말해 상대방으로부터 공격당할 거리가 적은 쪽이 유리하다. 중국의 대미 수출액이 더 많다는 얘기는 미국으로부터 공격당할 거리가 더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치킨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실탄은 1539억달러가 전부다. 작년 기준 1539억달러어치의 대중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을 흔들어야 한다. 반면 미국은 중국보다 3배 이상 많은 5056억달러의 실탄을 갖고 있다.
   
   지난 6월 16일 미국은 일단 5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결정했다. 그러자 중국은 바로 반나절 뒤 보복에 들어가 똑같이 5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 659개에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주목할 부분은 미국과 중국의 기존 관세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500억달러어치 상품의 대부분은 5% 미만이나 관세가 거의 없던 것들이다. 여기에 미국이 25%의 고관세를 추가로 부과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수출상품에 이미 20%, 혹은 5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여기에 추가로 25%의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치킨게임은 6월 18일을 고비로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한다. 트럼프가 2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관세 부과를 검토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상당한 압박을 느낄 만한 공격이다. 작년 미국의 대중 수출액 중 이미 500억원어치에 관세를 부과한 상태이기 때문에 중국이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실탄은 1039억달러뿐이다. 트럼프가 승리를 자신하는 이유가 바로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엄청난 대중무역 불균형이다. 무역보복에 관한 한, 중국의 흑자폭이 클수록 미국에 유리하다.
   
   트럼프가 2000억달러 추가관세를 실행에 옮길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만약 실행할 경우 중국도 추가관세를 부과하면서 남은 실탄을 활용할 것이다. 그러나 보복할 수 있는 액수는 트럼프가 뽑아든 2000억달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1039억달러다. 반면 트럼프는 500억달러에 이어 2000억달러어치에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아직 2026억달러의 실탄을 남겨두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나머지 2026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상품에도 추가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산 제품 전체의 미국 내 경쟁력은 한순간 추락한다. 미국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만이 아니라 인도, 베트남, 필리핀 심지어 우크라이나나 터키산 제품도 많다. 과연 중국이 이 같은 치킨게임을 견딜 수 있을까.
   
   
   2. 시진핑의 ‘2025’ 구상도 미국 손에 달려 있다
   
   중국 통신업체 ZTE는 이번 미·중 치킨게임의 출발점이었다. ZTE가 경제제재 대상국인 이란과의 불법거래를 자행한 ‘범죄사실’이 미국 정보기관에 포착된 것이다. 온갖 핑계를 대면서 오리발을 내미는 중국이지만, 이번에는 미국 측의 명확한 증거 제시로 두 손을 들었다.
   
   미국은 벌칙으로 ZTE에 대한 미국산 부품 수출 금지는 물론 ZTE 제품의 미국 내 반입도 금지했다. 그 결과 ZTE는 제재 1주일 만에 사실상 파산에 내몰렸다. 주가도 수직 추락했지만, 미국산 부품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ZTE 생산라인 대부분이 중단됐다. ZTE는 중국 정부가 직접 출자하고 경영하는 국영기업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7위, 중국 내에서는 화웨이에 이어 2위 규모의 최첨단 통신회사다. 정부가 손실을 전부 떠안으면서 겨우 유지되고 있지만 미국의 추가 제재 한 방이면 사라질 위기다.
   
   트럼프가 ZTE를 치킨게임의 출발점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시진핑이 정력적으로 추진하는 ‘중국 제조 2025’가 답이다. 지금까지의 싸구려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벗어나 세계 3위권의 ‘질적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이 2025의 핵심이다. 2015년 5월 발표한 이 국가 프로젝트는 현재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로봇, 디지털기기, 항공우주, 해양엔지니어, 첨단선박, 바이오, 신에너지, 자동차에 이르는 10대 품목이 핵심이다. ZTE 역시 질적 변신을 꾀할 핵심산업에 포함된다. 화웨이와 더불어 5G 통신을 포함한 차세대 정보기술(IT)의 총본부가 ZTE다.
   
   5G는 음성과 데이터를 넘어 자율주행차, 로봇, 드론, VR·AR(가상·증강현실),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대동맥이다. 전 세계 통신업체가 여기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하다. 5G의 이런 중요성을 감안하면 중국 산업의 질적 도약을 위한 기반 역할이 ZTE에 맡겨져 있는 셈이다. 미국은 그런 중국의 ‘아킬레스건’에 칼을 댄 것이다.
   
   현재 5G 핵심기술 상당수는 미국이 갖고 있다. 미국산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 미국으로부터 핵심기술을 배워야 하는 것이 중국 IT기업의 현실이다. ‘2025프로젝트’에 따른 중국의 대약진은 미국을 건너뛰고는 불가능하다. 협력 대상을 다른 나라로 바꾸거나 직접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수십 년간 구축된 미국과의 관계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기술자주국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은 한층 더 어렵다. 중국의 IT망은 이미 미국 시스템에 기초해 있다. ZTE가 제재 1주일 만에 파산상태에 들어간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ZTE 제재로 중국에서 아우성이 터져나오자 트럼프는 중국에 ‘전략적 양보’를 했다. ZTE에 10억달러 벌금, 700억달러어치의 미국 부품 구입, 이란과의 불법거래 재발 방지를 위한 미국인에 의한 경영투명성 조사가 제재해제의 조건이었다. 만약 또 다른 불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언제든지 ZTE제재를 재개할 수 있다는 부칙도 달았다.
   
   중국을 계속 몰아붙여야 할 트럼프가 갑자기 자세를 바꿔 ‘관용’을 보여준 이유는 뭘까. 덕분에 중국 5G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을까. 정반대다. 산 너머 산으로 현재 트럼프의 시선은 중국 최대 IT 통신업체인 화웨이를 조준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화웨이의 ‘죄상’ 파악에 들어가 있다. 4월 말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뉴욕 법원은 화웨이와 이란과의 관계에 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가능해진다. 중국의 5G 미래는 앞으로 펼쳐질 치킨게임 향방에 달려 있는 셈이다. 치킨게임이 험악해질 경우 시진핑의 2025 프로젝트 자체가 위험해진다.
   
   
   3. 대중 수출 하락이 트럼프를 흔들지 못한다
   
   반트럼프 정서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미국이나 한국 언론의 치킨게임 중계를 보면 당장이라도 트럼프가 중국에 머리를 숙일 듯하다. 콩과 자동차 같은 수출품에 대한 중국의 무역보복이 근거다. 이들 상품은 트럼프의 지지기반에서 생산된다. 중국 수출이 어려워지면 지지기반 내 유권자들이 나서 트럼프의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란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난무한다. 하지만 이는 미국 상황을 모르는 황당한 생각일 뿐이다. 중국이 미국 농산물 수입에 추가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중 수출이 줄어들 수는 있다. 그러나 미국은 수출보조금 지원 제도가 있다. 가격추락이나 수출부진으로 예년 수준의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농가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다. 콩 재배 농가 입장에서 보면 중국 수출이 안 될 경우 손실액만큼 보조금을 받게 된다. 농가로 구성된 조합 등에서 이의를 제기하겠지만 큰 문제로 비화될 사안이 아니다. ‘중국의 미국산 콩 수입 금지=트럼프 추락’은 소설에 불과하다.
   
   대중국 수출이 어려워지면 관련 산업 분야에서 실업자가 대량 발생할 것이란 뉴스도 트럼프 항복을 점치는 근거다. 결론부터 얘기하자. 트럼프의 500억달러 대중 보복 관세에 따른 미국 내 실업자 수는 2019년 12월까지 전부 14만5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뉴욕 무디스연구소가 6월 중순 발표한 수치다. 많아 보일 수 있지만 현재 미국의 일자리 수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무디스에 따르면, 2019년 12월까지 약 250만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가 1000억달러 규모의 대중 무역보복을 한다 해도 ‘결코’ 미국인의 대량실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무디스의 판단이다.
   
   거시적 차원에서 미국 경제를 이해한다면 트럼프의 대중 무역보복 때문에 미국 경제가 엉망이 될 것이란 전망 자체를 믿기 어렵다. 지난해 미국이 외국에서 수입한 상품의 총액은 약 3조달러였다. 2017년 미국 내 총생산액(GDP) 21조달러의 15% 정도다. 미국에 수입되는 ‘메이드 인 차이나’ 상품은 전체 수입액의 17% 정도다. 미국 총 GDP 21조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불과하다. 하루 10억달러의 적자라고 하지만, 미국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은 미미하다. 수입된 중국산 제품 모두에 대해 관세를 대폭 올린다 해도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할 뿐이다.
   
   
   4. 미국 경제는 지금 활황이다
   
   미국 경제가 과거 ‘닷컴버블’에 버금갈 정도의 활황이란 사실은 트럼프의 운을 가늠하는 중요한 배경이다. 현재 월스트리트 주식시장은 거의 매일 신기록 행진에 들어서 있다. 주역은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IT기업들이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하향세에 접어들었던 페이스북 주가도 6월 초순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들 기업들의 주가 고공행진은 산업 전체로 파급되고 있다. IT기업의 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트럼프의 법인세 감세에 있다. 특히 IT기업들이 외국 은행에 보관해온 해외 수익금에 대한 대폭적인 감세 덕분에 자금의 미국 내 유입이 급진전되고 있다. 미국 안으로 들어온 IT기업들의 해외수익금 대부분은 자사주 매입에 투입된다. 가만있어도 오르겠지만, 연말 배당액을 노린 투자가들의 IT기업 주식 매입과 더불어 주식시장에 불이 붙고 있다. 조만간 들려올 ‘애플 시가총액 1조달러 달성’ 뉴스는 이 같은 활황의 증거가 될 전망이다. 미·중 간 무역전쟁의 후유증이야 남겠지만, 현재 주식시장이 워낙 달아올라 있기 때문에 투자가들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태다. 월스트리트발 훈풍은 트럼프가 마음놓고 중국에 대한 보복에 나설 수 있는 최적의 환경 중 하나다.
   
   한국 입장에서 볼 때 미·중 치킨게임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가격담합 여부와 관련해 중국이 진행 중인 한국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조사는 대표적 본보기다. 주식이나 환율이 크게 출렁이는 등 조짐이 좋지 않다. 쉽게 말해 고래싸움에 끼인 새우 같은 존재가 한국이다. 장단기적으로 누가 이길지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은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북한 핵 문제만이 전부가 아니다. 미·중 치킨게임의 결과에 따라 한국의 무역 환경이나 살림살이가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같은 상황에 대비한 정확한 판단능력이다. 어정쩡하게 어느 한쪽에 의지하다가 누군가를 결정적으로 선택해야 할 시기를 놓칠 경우 그 피해는 5000만 전체에 미칠 것이다. 친구는 물론 동맹관계의 나라조차 적으로 돌리는 인물이 트럼프다. 비난하는 것은 자유지만, 트럼프의 눈 밖에 날 경우 닥칠 피해는 직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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