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황푸강변의 최고가 아파트 탕천이핀. ⓒphoto 백춘미
상하이 황푸강변의 최고가 아파트 탕천이핀. ⓒphoto 백춘미

상하이 황푸강을 조망할 수 있는 푸둥(浦東)의 고급 아파트 탕천이핀(湯臣一品)의 ㎡당 거래가는 20만위안(약 3278만원)이다. 한국식 평(3.3㎡)으로 환산하면 평당 66만위안(약 1억818만원)에 달한다. 그 아래 중량하이징이하오(中粮海景壹號)의 거래가도 비슷한 수준에 형성돼 있다. 최근 서울에서 한강변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가 평당 1억원 시대를 열었다고 화제가 됐지만 상하이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일어난 일이다. ‘토지공개념’을 가진 중국공산당의 발상지 상하이에서 벌어지는 부동산 요지경이다.

천정부지의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한 상하이시의 부동산 수요억제책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적용대상이 상하이시 호적(호구)을 가진 호적자와 비(非)호적자로 나뉜다. 상하이 호적자의 경우 다시 독신이냐 기혼이냐로 주택 구입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독신인데 본인 명의의 주택이 있을 경우 수중에 억만금이 있더라도 추가 주택구입이 불가능하다. 독신인데 본인 소유 주택이 없는 경우는 또다시 부모 소유의 주택 수와 합산해 주택 구입 허용 여부가 갈린다.

기혼자의 경우도 부부 쌍방이 상하이 호적자냐, 부부 중 한 명만 상하이 호적자냐에 따라 주택 구입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또 독립가정을 꾸린 기혼자라고 해도 각자 부모 명의의 주택이 몇 채냐에 따라 주택 구입이 허용되고 안 되는 등 복잡하기 그지없다.

비호적자(외지인)의 경우 주택 구입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외지인이면서 독신이면 아예 주택 구매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억만장자나 거지를 막론하고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정이다. 외지인 기혼가정의 경우 상하이에 거주하고 개인소득세와 사회보험 등 각종 세금을 5년 이상 납부해야만 비로소 주택 1채에 한해 구입이 가능하다. 이 밖에 홍콩·마카오·대만 출신 동포나 외국인의 경우 1년 이상 근로계약서 등 각종 증빙서류를 제시해야 주택 구입이 가능하다. 이처럼 처한 신분과 조건에 따라 주택 구입 자체가 철저히 제한된다.

주택 구입 자격을 갖췄다 해도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는 쉽지 않다. 주요 국영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서다. 우선 기존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대출 허용 여부가 판가름난다. 주택을 이미 보유한 경우는 다시 기존 대출 유무에 따라 추가 대출 가능 여부가 갈린다. 게다가 두 번째 주택 구입 시에는 계약금으로 전체 주택 구입 금액의 50% 이상을 내야 한다. 비주택의 경우 비율이 70% 이상이다. 수중에 돈이 없으면 사지 말라는 경고다. 이 밖에 세부조건까지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집을 구매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은 부동산 공무원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전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편다는 상하이의 집값이 당국의 바람처럼 쉽게 통제되는 것도 아니다. 상하이의 ㎡당 평균 주택가격은 베이징·선전과 함께 늘 중국 1위 자리를 다툰다. 지난 7월 기준 상하이의 ㎡당 신규주택 분양가는 5만3698위안, 기존 주택은 이보다 조금 더 높은 ㎡당 5만5500위안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한국식 평(3.3㎡)으로 환산하면 평당 18만3150위안(약 3000만원)이다. 이것이 서울(605㎢)의 10배 면적(6340㎢)에 달하는 상하이의 평균 주택거래가다. 자연히 상하이 시내 주요 지역의 집값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필적하거나 오히려 능가한다.

물론 상하이시의 주택지표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상주인구 2418만명에 달하는 상하이의 전체 가구수는 899만가구인데, 주택재고량은 970만채에 달한다. 주택보급률(주택수/가구수)이 100%가 넘는다. 서울의 주택보급률 96%보다 더 높다. 개혁개방을 단행하기 전 허름한 주택이라도 무상으로 분배해준 덕에 주택의 자가보유율도 60%에 달한다. 중국에서 가장 낮은 주택 자가보유율이라고는 하지만 서울의 주택 자가보유율(48%)보다는 월등히 높다.

하지만 주택 품질은 전혀 다른 문제다. 층간소음은 예사로운 문제고, 바닥난방(온돌)이 없고 단열이 제대로 안 돼 겨울이면 내복에 스웨터, 점퍼까지 겹겹이 껴입고 지내는 경우가 흔하다. 상하이 근무를 마친 한국 주재원들이 중고로 처분하는 물건 중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라디에이터와 온수매트, 전기장판 등이다.

아파트 계단과 복도, 지하주차장과 같은 공공영역은 어두컴컴한 조명에 회색빛 콘크리트와 각종 배관을 흉하게 노출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국의 임대아파트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이다. 고급 아파트의 경우 단지 안에 실내외 수영장까지 가진 곳도 많지만, 주차장 부족에 시달리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페라리, 포르쉐 같은 억대 수퍼카들을 노상주차해 놓는 경우도 흔하다.

강력한 수요규제 약발 없어

상하이의 천정부지 집값을 보면 사실 잘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상하이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골조와 벽체만 지어올려 분양하는 방식이다. 전기와 수도부터 화장실까지 각종 인테리어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상하이에만 3곳이 있는 이케아(IKEA)는 연일 만원이다. 건설 인부들의 노임이 한국보다 비싼 것도 아니다. 순수 건설비 자체는 한국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결국 명목상 토지소유권을 가진 중국의 유일 지주(地主)인 정부가 판매하는 비싼 땅값이 아니면 주택 가격이 비싸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지금도 상하이에는 논밭과 공터 등으로 방치되는 미개발 택지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123층의 상하이센터를 비롯해 마천루가 즐비한 푸둥의 한복판에도 허름한 베란다 쇠창살 사이로 빨랫대가 죽창처럼 뻗어나온 노후 저층 아파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면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는 상하이 도심에서 출퇴근이 불편한 외곽에 대부분 입지해 있다. 요즘은 상하이에 속하는 장강 하구의 하중도인 충밍다오(崇明島)까지 아파트 분양 열기가 활발하다. 결국 상하이도 좋은 위치에, 양질의 주택을, 원하는 수요자에게 공급하지 못하는 공급부족이 살인적인 집값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최근 ‘강남 3구’를 필두로 서울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 가격만큼은 잡겠다면서 연일 발표하는 부동산 대책조차 약발이 안 서는 모양이다. 서울보다 훨씬 막강한 부동산 수요억제책을 펼치고 있는 상하이의 사례를 보면, 아무리 강력한 수요규제도 치솟는 집값을 잡기에는 별무효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되레 호구(호적) 유무와 혼인 여부에 따른 차별적 부동산 규제는 외지인들의 진입장벽이 돼 기존 부동산 소유자들의 자산가치만 키워주고 있다. 추가 주택 구입을 위한 위장이혼도 한동안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지금도 상하이의 시중은행에서는 이혼 후 1년간은 주택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결국 천정부지의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정공법은 좋은 위치에 양질의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는 것이다. 주택공급이 증가하면 기존 주택 임대료가 내려가는 효과도 있다. 수요억제만으로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확신범들이 집 없는 서민들만 괴롭히기는 한국이나 중국이나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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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춘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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