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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7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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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외국인 불러들인 일본 어떤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나

황은순  기자 

▲ 지난 11월 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8 일본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일본 동네 슈퍼마켓의 광고 전단지를 보면 최근 재미있는 변화가 있다. 전단지 가득 상품 소개가 빼곡히 돼 있는 것은 한국과 다를 것이 없지만 뒷면을 보면 난데없는 이력서가 인쇄돼 있다. 일손을 구하지 못한 슈퍼마켓들이 언제든 사람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전단지 한쪽을 아예 이력서 양식으로 만든 것이다. 슈퍼마켓 계산원의 임금은 지역별, 시간대별로 다르지만 보통 시급 900엔에 교통비 별도로 한 달에 20만엔 내외이다. 일본 대졸자 평균 초임은 연봉 21만~24만엔 선이다.
   
   일본 기업의 구인난이 심각하다. 2017년 12월 26일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구인 대비 구직자 비율은 1.56배에 달했다. 구직자 2명을 놓고 3곳에서 데려가려고 경쟁한다는 말이다. 이는 버블시대를 넘어서 고도성장기와 비슷한 수치로 43년10개월 만에 최고치이다. 한 광고회사의 채용 담당 직원은 퇴근 후와 주말에도 면접을 보느라 과로로 쓰러져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일본 시즈오카현의 운송회사는 운전사 부족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다 지난 11월 13일 파산결정이 내려졌다. 이처럼 구인난으로 도산한 기업이 한 해 300여건에 달한다. 도쿄쇼코리서치사에 따르면 2017년 10월 한 달에만 39곳이 구인난으로 문을 닫았다. 이는 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다 건수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까지 누적은 269건이었다. 후계자가 없거나 종업원이 그만둬서 일할 사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베정권이 지난 12월 8일 새벽 참의원 본회의에서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입국관리법을 통과시킨 배경에는 이처럼 살인적인 구인난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자민당과 공명당이 이번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법안으로 꼽은 출입국관리법은 내년 4월부터 5년간 14개 업종에서 외국인 34만5150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골자다. 이는 지금까지 외국인에 대해 문을 닫아걸었던 단순노동 분야에서 취업문이 열리는 것이다. 일부 영주권 취득도 가능하게 돼 일본이 사실상 이민 수용국가로 정책을 전환한 획기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개정 출입국관리법의 핵심은 ‘특정기능 1호’와 ‘특정기능 2호’라는 새로운 체류자격이 신설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 체류는 EPA(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경제연대협정), 유학생, 기능실습생 3가지였다. 현재 3가지 비자로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130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새로운 비자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정기능 1호’는 일손이 부족한 14개 업종이 대상이다. 최장 5년간 취업이 가능하다. 14개 업종은 건설, 농업, 어업, 식음료품제조업(수산가공 포함), 자동차정비업, 항공업(공항 지상지원, 항공기 정비), 조선·선박공업, 소형재 산업(기계가공업), 전기·전자 정보관련산업, 산업기계제조업, 개호업(간병인력), 숙박업, 외식업, 빌딩청소 등이다. 가족은 동반할 수 없고 기간 연장도 안 된다. 해당 업종으로 자격을 취득하면 직장은 옮길 수 있지만 업종을 바꿀 수는 없다.
   
   ‘특정기능 1호’에 지원하려면 일본어 능력시험과 업종별로 기능시험이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정비업의 경우 정비실습시험이 실시될 예정이다. 수준은 자동차정비사 3급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학력·실무경력은 따로 필요 없고 업종별로 회화, 기능실력의 기준도 다르다. 일본어능력시험은 기존 JLPT와는 다른 회화에 중점을 둔 새로운 시험이 도입될 예정이다. ‘특정기능 1호’를 위한 자격시험은 총 8개국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산케이신문은 12월 11일자에서 ‘베트남을 시작으로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7개국이 결정됐고 1개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특정기능 2호’는 14개 업종 중 5개 업종에 대해 숙련된 기능을 인정받은 경우이다. 5개 업종은 조선선박공업, 자동차정비업, 항공업, 숙박업, 건설업이다. ‘특정기능 1호’로 일정 기간 근무하고 전문가 단계의 시험을 통과하는 경우 주어진다. 외국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이들은 사실상 영주권을 취득하는 것이 가능하다. 체류기간 갱신이 가능하고 배우자, 자녀를 동반할 수 있다. 일본 영주권 자격 조건은 일반적으로 10년 이상 일본에 체류하고 그중 5년은 취업 자격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
   
   현재 일본에서 기능실습생으로 일하고 있는 외국인도 영주권의 길이 생겼다. 기능실습생이 3년간(최장 5년) 실습을 끝내면 시험을 보지 않고도 ‘특정기능 1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이 경우 기능실습 기간과 ‘특정기능 1호’ 5년을 합치면 최장 10년간 일본에서 체류할 수 있기 때문에 영주권 취득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급하게 처리하다 보니 알맹이가 빠져 있다. 야당에서 충분히 심의할 시간이 없었다며 법안 통과를 반대했지만 여당은 중의원은 물론 참의원에서조차 날치기하듯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오는 12월 28일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외국인 생활지원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을 계획이다. 외국인 체류자 관리를 위해 법무성 산하 출입국관리국은 독립기관으로 격상, 출입국체류관리청이 된다.
   
   ‘특정기능 1호’ 중 가장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업종은 개호업으로 6만여명을 예상하고 있다. 건설, 농업 등은 이미 기능실습생 신분으로 외국인을 채용하고 있는 반면 개호는 이번에 새롭게 열린 업종이다. 인구 고령화로 가장 많은 인력이 부족하고 또 필요한 분야이다. 일본 정부는 2025년 개호인력 수요가 253만명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수급 추이로 보면 38만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개호인력의 평균 급여는 근속 1~2년 미만은 26만420엔이었다.
   
   ‘졸속 통과’라는 야당의 비난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는 외국인 기능실습생에 대한 처우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잔업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임금이나 근로환경이 열악해 문제가 된 경우가 심심찮게 일본 뉴스에 오르내린다. 2017년 실종된 외국인 기능실습생은 7089명에 달했다. 안정된 인력수급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이동이 자유로워 조건에 따라 이직이 잦기 때문에 구인난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외국인 대신 로봇 인력 투입을 더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건설 현장 등에서는 ‘사람 손 0’를 내걸고 획기적인 로봇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식당, 슈퍼 등에도 무인 판매대가 직원을 급속하게 대체하고 있다. 한국은 사람을 안 쓰려고, 일본은 사람이 없어서 로봇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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