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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7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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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통신]한국보다 한 수 위의 중국 철도

백춘미  통신원 

▲ 최고시속 350㎞ 중국 부흥호 고속열차. photo 바이두
상하이는 중국에서 철도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도시다. 청나라 말엽이던 1876년, 영국 자본에 의해 부설된 우쑹철로(吳淞·상하이~우쑹)를 시작으로 중국의 철도 역사를 주도해왔다. 장강 하구에 있는 우쑹커우에서 상하이를 연결하는 우쑹철로는 개통 1년 만에 헐려버렸지만 그 흔적은 지금도 상하이 지하철 3호선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편으로 상하이는 중국 철도 현대화를 주도한 곳이기도 하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연결하는 징후고속철에는 중국이 자체 개발한 최고시속 350㎞ 부흥호(復興號) 고속열차가 투입된다. 베이징과 상하이 1318㎞ 구간을 가장 빠르게는 4시간18분 만에 연결한다. 상하이훙차오역에서는 5~10분 간격으로 열차가 발착하는데 워낙 수요가 높아 표가 매진되는 일이 종종 있다.
   
   요즘 징후고속철은 주식시장 상장을 통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2007년 징후고속철 건설을 위해 중국 철도 당국과 지방 공기업 등이 설립한 ‘징후고속철’이란 특수목적법인을 내년을 목표로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다. 워낙 수요가 탄탄한 황금노선이라 투자자 모집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상하이증시와 선전증시 중 어디에 상장할지를 두고 저울질 중이라고 한다.
   
   실제 2011년 개통한 징후고속철은 개통 7년 만에 누적 수송여객 8억2500만명, 연평균 승객증가율 24.6%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중국의 철도공기업 중국철로총공사는 해당 노선에서만 지난해 매출 295억위안(약 4조8000억원), 운영수익 127억위안을 올렸다. 고속철 건설과 운영에 따른 누적 부채만 약 5조위안(약 820조원)에 달하는 중국철로총공사로서는 알짜노선이 아닐 수 없다.
   
   수익성 있는 철도노선을 떼어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은 중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중국 남부의 경제 중심인 광저우~선전 간을 연결하는 ‘광선(廣深)철도’는 상하이, 홍콩, 뉴욕 등 무려 세 곳의 주식시장에 동시 상장돼 있다. 광선철도는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철도를 운영 중이다. 징후고속철 역시 광선철도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중국의 철도 운영을 사실상 독점해온 중국철로총공사는 지난 12월 5일자로 사명을 ‘중국국가철도그룹’으로 바꾸기로 결정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옛 철도부의 후신인 중국철로총공사는 ‘전민(全民)소유제’라고 해서 중국 정부가 100% 출자했던 공기업이었다. 한마디로 주인 없는 회사였지만, 이를 회사법에 근거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정기(政企)분리’가 핵심이다.
   
   알짜노선 상장, 철도공기업 지주회사화는 한국 같으면 철도노조에서 ‘철도 민영화’라며 총파업에 돌입할 만한 사안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주식시장에서 민간자본을 조달해 철도를 스스로 굴러가게 하는 것이 한때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최후 보루’를 자처해온 중국 철도의 실상이다. SRT 통합 논의 등 과거 철도청 시절로의 회귀를 꿈꾸는 한국과 정반대 행보다.
   
   한국과 중국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철도를 도입했다. 청 말 1876년 우쑹철로를 시작으로 하는 중국 철도 역사는 구(舊)한말 1899년 경인선 개통과 함께 시작한 한국보다 20여년 앞선다. 고속철 도입은 한국이 조금 빨랐다. 경부고속철 1단계(서울~대구) 개통이 2004년이고, 중국 최초의 고속철인 베이징~톈진 간 징진(京津)고속철은 2008년 개통이다.
   
   각각 철도청과 철도부의 후신으로 양국 정부가 각각 100% 출자한 철도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중국철로총공사가 모든 철로를 사실상 독점 운영하는 것마저 유사하다. 하지만 징후고속철 상장과 지주회사화 등 최근 시장화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 철도는 한국을 양에서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훌쩍 앞서고 있다.
   
   
▲ 지난 12월 8일 벌어진 KTX산천 제806열차의 탈선 현장. photo 뉴시스

   북한 달릴 고속철은?
   
   세계 고속철 시장에서 수주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지만 사실 양국의 고속철을 직접 타보면 승부를 쉽게 판가름낼 수 있다. 중국 고속철은 우선 속도에서 앞선다. 경부고속철은 영업 최고속도가 305㎞인 데 반해, 징후고속철은 무려 350㎞에 달한다.
   
   수송력도 월등하다. 경부고속철의 경우 20량 편성 기준 열차 정원이 955석인 데 반해, 징후고속철은 16량 편성 기준 정원이 1193석에 달한다. 징후고속철에는 내년부터 17량 열차가 투입되는데 최고속도인 350㎞를 똑같이 유지하면서도 무려 1283명의 승객을 한 번에 실어나를 수 있다고 한다.
   
   좌석 선택의 폭도 징후고속철이 훨씬 더 넓다. 경부고속철이 일반실과 특실 2단계로 구분되는 데 반해, 징후고속철은 이등석·일등석·비즈니스석 세 단계로 구분된다. 이등석은 1열5석, 일등석은 1열4석, 비즈니스석은 1열3석으로 나뉘는데, 비싼 운임을 낼수록 더 편안하고 쾌적한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원리원칙에 충실하다.
   
   징후고속철은 지하철과 같이 플랫폼이 높은 고상홈 시스템을 채택해 노약자와 장애인이 열차를 타고 내리기 쉽다. 자연히 중간정차역에서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경부고속철은 저상홈 시스템으로 열차에 승하차할 때 비좁은 계단을 밟고 오르내려야 한다. 훨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들은 역무원의 도움 없이는 탑승조차 어렵다.
   
   열차 보안도 더 철저하다. 징후고속철을 비롯한 중국의 모든 고속철은 항공권과 같이 승차권 실명제를 실시한다. 탑승 시 역무원의 승차권 점검도 이뤄진다. 반면 경부고속철은 신분증 제시 없이도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다. 탑승 시 역무원의 표 검사 없이 자율탑승이 이뤄져 무임승차를 조장하는 구조다. 열차 테러 등 각종 사건사고 및 사후대응에 취약한 구조다.
   
   그나마 한국 철도가 중국에 비해 우위에 있었던 것은 안전이었다. 중국 고속철은 2011년 원저우고속철 추돌사고 후 한동안 명함을 꺼낼 수 없었다. 40명이 죽고 200여명이 다친 대형사고였다. 당시 사고로 징후고속철은 최고시속을 350㎞에서 300㎞로 하향조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 최고속도를 다시 350㎞로 끌어올리면서 원저우고속철 사고의 트라우마를 6년 만에 완전히 극복했다.
   
   지난 12월 8일 강릉선 KTX고속철 탈선사고로 한국 고속철은 거의 유일한 강점이던 안전마저 자신할 수 없게 됐다. 비록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사망자는 없었다고 하지만 자칫 대형참사로 비화될 뻔한 사건이었다. 코레일 오영식 사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분간 고속철 해외수출은 물론 남북 철도연결 사업에도 일정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릉선 고속철은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이 방한했을 때 태우고 기술력을 과시했던 고속철이다. 철도망 재구축이 거론되는 북한의 코 앞인 단둥역까지는 이미 중국 고속철이 들어온다. 시장화 흐름에도 역행하고 안전마저 구멍 뚫린 요즘 한국 철도를 보면 북한이 중국식 철도를 채택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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