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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6호]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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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푸틴의 ‘끼어들기’ 노림수는?

시리아·베네수엘라 이어 북한까지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지난 4월 25일 정상회담을 마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배하기 위해 잔을 들고 있다. photo 크렘린궁
시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도시 타르투스는 러시아가 해외에서 유일하게 운용하는 해군기지가 있는 곳이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인 1971년 시리아로부터 이 기지를 임차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로선 중동과 지중해에서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러시아는 2009년 항공모함 등 대형 함정이 정박할 수 있도록 이 기지의 시설을 대폭 현대화했다. 타르투스 해군기지는 2011년 4월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러시아는 이 기지를 통해 아사드 정권에 각종 무기와 식량 등을 공급해왔다. 아사드 정권은 이슬람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시리아 반군의 공격으로 붕괴 직전까지 갔었지만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으로 살아남았다. 특히 유엔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민간인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 등 아사드 정권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시리아 타르투스 해군기지
   
   러시아는 2015년 9월부터는 아예 군 병력과 전투기를 파견하는 등 아사드 정권을 노골적으로 지원해왔다. 러시아는 공습에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타르투스와 인접한 흐메이밈 공군기지까지 시리아로부터 영구 임대했다. 시리아 내전이 끝나면 독재자 아사드 대통령은 말 그대로 러시아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아사드 정권을 물심양면 지원해온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국제전략연구소(CSIS) 중동담당인 존 앨터맨 연구원은 “러시아가 가장 적은 돈을 내고 가장 많은 성과를 가져간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그동안 엄청난 자금과 병력 등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내전에서 별로 이득을 보지 못했다.
   
   러시아는 냉전시대부터 시리아와 밀접한 유대 관계를 맺어왔다. 소련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고 1970년 쿠데타로 집권한 아사드의 아버지(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를 전폭 지원한 바 있다. 시리아는 중동에서 지정학적 요충지다. 레바논, 이스라엘, 이라크, 요르단, 터키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는 이란·레바논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 등과 유대를 강화해왔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시리아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게다가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이 붕괴되고 시리아에 민주 정부가 들어설 경우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 분명한 만큼 이를 저지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한 이후 이를 지키기 위해선 흑해와 연결된 지중해에서 제해권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푸틴 대통령은 아사드 정권의 뒷배가 됨으로써 엄청난 어부지리를 얻게 됐다.
   
   푸틴이 주요 국제 분쟁과 현안에 ‘끼어들기’ 전략을 구사하면서 러시아의 국익을 최대한 챙기고 영향력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를 들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를 철권통치해온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스스로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선 야권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야권은 유력 후보들이 가택연금과 수감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치른 대선은 무효라며 마두로 대통령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중남미 국가들도 대부분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해온 베네수엘라는 지난 5년간 극심한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전기 부족으로 대정전(black out)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최악의 혼란에 빠져 있다. 200만%에 달하는 초(超)인플레이션과 생필품 부족 등 경제난 속에서 베네수엘라 국민 4명 중 1명이 인도주의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위기에 처해 있다. 전체 국민의 10%를 넘는 340만명이 이미 베네수엘라를 등졌고 연말까지 530만명이 떠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지난해 12월 5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환담하고 있다. photo 크렘린궁

   베네수엘라에 군 병력까지 파견한 러시아
   
   과이도 의장이 4월 30일부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군사 봉기를 시도하자 마두로 대통령은 무력으로 맞서면서 베네수엘라에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들과 그들의 자유의 편에 서 있다”면서 과이도 의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마두로가 군사 봉기에 대비해 쿠바 망명을 준비해놨다면서 러시아의 만류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베네수엘라 야권이 폭력을 동원해 합법적인 정부에 도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3월 23일 군 병력 100여명과 물자를 실은 수송기 2대를 베네수엘라에 파견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마두로를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인정하면서, 과이도 의장을 지원하는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러시아 정부와 푸틴 대통령이 수년간 베네수엘라에 밀과 무기, 차관, 현금 등을 제공해 마두로 정권은 미국의 제재에도 버틸 수 있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러시아의 전체 투자는 200억~25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인 PDVSA의 미국 자회사로 베네수엘라 정부 최대 수입원인 시트고(Citgo)의 지분 절반을 갖고 있다. 베네수엘라군은 미사일 등 무기들을 대부분 러시아로부터 공급받아왔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는 철수는커녕 오히려 유전 개발에 수십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로스네프트의 이고리 세친 회장은 푸틴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푸틴이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의도는 산유국 우방을 확보해 세계 원유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전 세계적으로 반미 연대를 구축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필요하다면 베네수엘라에 군사개입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정부는 군사작전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트럼프 정부는 먼로 독트린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먼로 독트린’은 미국의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1823년 12월 의회에 제출한 연두교서에서 밝힌 외교방침으로 외부 세력이 아메리카 대륙에 간섭하거나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가 미국의 ‘뒷마당’(backyard)이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이런 강경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부는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베네수엘라를 쿠바와 함께 자국의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라고 간주해온 만큼, 미국의 요구를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두로는 푸틴의 뒷배를 믿고 버티기를 하고 있다.
   
   푸틴의 끼어들기 전략의 대상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독재 정권과 권위주의 통치자 또는 내전과 분쟁으로 위기에 빠진 이른바 ‘실패한 국가’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량 학살, 폭력과 부패, 인권 탄압 등으로 미국 등 서방 주도의 제재를 받아 정치·외교·군사·경제적 활로가 막혔다는 것이다. 푸틴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이들에게 생명유지 장치를 꽂아주고, 그 대가로 무기를 팔아먹는가 하면 각종 이권과 군사기지 등을 챙기고 영향력도 확대하고 있다. 푸틴의 이런 전략은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 지원과는 양상이 다르다. 소련은 과거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기 위해 동유럽을 비롯해 남미와 아프리카 등에서 각종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푸틴은 이데올로기를 ‘수출’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는 대규모 자금을 지원할 만한 경제력도 없다. 푸틴의 목적은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미국과 중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으로서의 위상과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푸틴의 외교 브레인인 안드레이 클리모프 상원의원은 “우리의 목표는 세계를 지배하거나 이데올로기를 심어주려는 것이 아니라 국익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카엘 비겔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베네수엘라 같은 상황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러시아는 독재자를 지원하고 그들을 이용해 ‘세계 질서’를 교란시키려 한다”고 분석했다.
   
   
▲ 지난 4월 8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세 번째)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 세 번째)이 크렘린궁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photo 크렘린궁

   터키 에르도안과도 밀접한 관계
   
   푸틴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와 터키는 18세기부터 19세기까지 흑해의 패권을 놓고 크림반도 등에서 여섯 번이나 전쟁을 치르는 등 역사적으로 앙숙이었다. 술탄이 통치하는 오스만투르크제국과 차르가 지배하는 제정러시아는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터키는 냉전 시절 나토에 가입해 소련의 흑해 진출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양국 관계는 2016년 7월 터키 군부의 쿠데타 시도 정보를 푸틴이 에르도안에게 전달하면서 급변했다. 당시 에르도안은 하룻밤 만에 군부 쿠데타를 진압할 수 있었다. 푸틴이 국제사회에서 권위주의 통치로 비판을 받아온 에르도안을 도왔던 이유는 터키를 러시아 편으로 끌어들일 경우 나토를 분열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동과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에르도안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 러시아의 최신예 방공시스템인 S-400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푸틴과 전방위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푸틴은 터키가 이슬람 국가라는 이유로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미국과도 쿠르드 문제 등으로 관계가 악화돼왔다는 점 등을 간파하고 에르도안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낸 것이다.
   
   푸틴은 비핵화를 놓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에게도 교묘하게 손을 내밀고 있다. 푸틴은 지난 4월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만일 미국이나 한국의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 보장만으로 부족하다면 6자회담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6자회담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2003년부터 가동된 다자협의체로서 남북한과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6개국이 참여했었다. 6자회담은 북한과 미국 간에 북한 내 핵시설 검증 방법 등에 대한 합의에 실패하면서 2008년 12월 수석대표회의를 끝으로 중단된 상태다. 2005년 9·19공동성명, 2007년 2·13합의를 도출하고도 정상급 후속 합의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푸틴이 대북제재 해제가 아닌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언급한 이유는 김정은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핵을 포기한 이후 권좌에서 쫓겨나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교훈(?)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체제 안전 보장 없이는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푸틴은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때문에 푸틴의 의도는 6자회담이 재개되면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김정은에게 체제 안전 보장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6자회담 당시 ‘동북아 평화 안보체제 워킹그룹’의 의장국이 러시아였던 것을 감안할 때 푸틴은 다시 6자회담을 가동해 다자간 대북체제 보장을 논의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6자회담을 재개할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북한을 자국의 영향권에 두면서 극동지역 개발까지 하겠다는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다자간 대북체제 보장의 노림수
   
   다자간 대북체제 보장은 동북아 평화 안보체제를 구축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동북아의 안보환경을 집단안보체제로 바꿔야 하고 현재의 한·미, 미·일 군사동맹은 해체해야 한다. 푸틴의 노림수는 결국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한국까지 자국의 영향권에 두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동북아 평화 안보체제를 주장해왔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2017년 9월 제72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 축에서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바탕을 다져나가고, 다른 한 축에서 다자간 안보협력을 구현할 때,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정은은 푸틴의 체제 안전 보장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조로(북·러) 두 나라가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 보장을 위한 여정에서 전략적 의사소통과 전술적 협동을 잘 해나가기 위한 방도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진지하게 토의했다”고 보도(4월 26일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정부는 푸틴의 6자회담 제안을 일축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4월 28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은 미국이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며 과거에 실패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제재 이행 강화를 촉구했다. 볼턴 보좌관은 “푸틴은 늘 러시아의 이익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6자회담을 재개할 경우 북한을 상대로 나머지 5개국이 협력하기보다 북·중·러 3국이 미국과 일본을 상대하고, 한국은 중재 역할에 나서려 할 수 있다”면서 “북·중·러 3국이 북핵 문제 해결보다 미국의 동북아 영향력 약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북한 체제 보장은 결국 한·미동맹 종식, 주한미군 철수, 핵우산 등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중단을 내포하는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이 문제의 장본인인 김정은에게 어떤 압력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무튼 트럼프 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도 푸틴의 끼어들기 전략을 적극 차단하고 대북 제재 유지를 강력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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