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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계
[2567호] 2019.07.22

94세 현역, 마하티르의 일과 사랑

▲ 지난 6월 5일 라마단을 끝내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마하티르 총리. photo 뉴시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지난 7월 10일 94회 생일을 맞았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나의 소망은 심플하다. 말레이시아가 회복되는 것뿐”이라는 ‘심플한’ 포스팅을 올렸다.
   
   마하티르는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간 총리를 지내며 말레이시아 최장수 총리 기록을 남겼다. 2018년 나지브 라작 전 총리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는 위기 상황에서 93세의 나이에 다시 총리에 취임하여 아직도 현역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요즘에도 전성기 때나 다름없는 지력과 건강을 과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순방 등의 일정도 거뜬히 소화하고 있다.
   
   마하티르는 1925년생이다. 마하티르와 동시대 정치인들은 이미 사망했거나 은퇴했다. 마하티르와 같은 해에 태어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는 2013년에 사망했다. 마하티르보다 한 해 먼저 태어난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아들인 조지 W 부시까지 대통령에 재선되어 8년 임기를 마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2018년 사망했다. 마하티르보다 한 살 어린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은 2002년 은퇴한 뒤 태국의 병원을 오가며 요양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마하티르와 비슷한 연배의 정치인은 3김씨들이다. 김영삼(1927~2015)·김대중(1924~2009) 대통령, 그리고 김종필(1926~2018) 국무총리 모두 사망했다. 40년 전인 1979년 12·12사태로 집권한 전두환 대통령은 마하티르보다 6살 어린 1931년생으로 현재 치매를 앓고 있다. 1932년생 노태우 대통령은 오랜 지병으로 집 밖으로 거동 못 한 지 오래되었다. “한국 대통령직이 세계에서 제일 위험한 자리”라는 외국 언론들의 평가가 빈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사례를 우리나라에 비유하자면 20세기에 지도력을 행사했던 3김씨가 다시 컴백하여 아직도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제아무리 철인이라도 운신이 쉽지 않은 90대 고령의 마하티르가 다시 한 국가의 정상이 되어 나라를 이끌어가자 그의 건강관리에 세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마하티르는 건강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나는 건강이 완벽하게 좋은 사람은 아니다. 심장에 문제가 있다. 과거에 폐렴을 앓은 적도 있다. 폐가 감염되어 심하게 기침을 하기도 하였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그는 2007년 심장 관상동맥 이상으로 바이패스 수술을 받았으며, 2010년에는 폐렴으로 고생했다. 그러나 마하티르는 일반인의 눈에는 남달라 보이는 건강법을 실천하는 듯하다. 현지 언론 등에 보도된 그의 건강관리 비법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1. 철저한 소식(小食)
   
   마하티르가 건강관리에 대해 남긴 가장 유명한 말은 다음과 같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술도 마시지 않는다. 과식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만 먹는다.”
   
   술·담배가 나쁘다는 것은 일반인도 다 안다. 여기서 주목을 받는 대목은 과식하는 않는다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2018년 그가 부인과 함께 집에서 식탁을 앞에 두고 식사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공개됐었다. 마하티르의 앞에 놓인 접시 위에 밥이 담겨 있는데, 2~3숟가락 정도의 양에 불과했다. 그는 “원숭이들 중에서도 저칼로리 먹이를 먹는 원숭이가 더 오래 산다”며 스스로를 “원숭이 같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마하티르는 “비만이 되는 사람들은 위장이 커서 많이 마시고, 많이 먹어야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습관은 심장에 큰 부담을 준다”고 말한다. 그는 “수십년간 62~64㎏의 몸무게를 유지해왔으며, 30년 전에 산 옷들이 지금도 내 몸에 맞는다”고 강조한다.
   
   마하티르가 평생 저칼로리의 소식을 유지해온 데에는 어머니의 충고도 컸다고 한다. 마하티르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항상 “어머니”라고 답한다. 자신의 인격 형성에도 어머니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한다. 소식과 관련해서도 “음식이 맛있어지면 그만 먹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충고를 실천할 뿐이라고 말한다.
   
   
   2.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기
   
   마하티르의 건강법에서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운동이다. 마하티르는 매일 아침 6시30분에 일어난다. 지난 수십 년간 기상시간을 어겨본 적이 없다. 그리고 걷기, 사이클링, 승마 등의 운동을 한다.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낮이 되면 매우 더워지므로 이른 아침에 운동을 하는 것이 제격이다.
   
   
   3. 끊임없이 일하기
   
   마하티르가 쉬지 않고 일하는 것도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마하티르는 2003년 정계은퇴 이후에도 하루도 쉬지 않고 사무실에 출근하였다. 그는 “나는 운 좋게 건강하여 일을 할 수 있다”며 “나로서는 죽음과 영생을 준비하기 위해 은퇴한다는 것은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총리직 은퇴 후에도 부패한 나지브 라작 총리의 하야를 촉구하는 정치집회에 참가하고 연사로도 활동하였다.
   
   
   4. 지식탐구열
   
   마하티르의 건강유지비법으로 지적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식지 않는 지식탐구열이다. 마하티르는 운동선수가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항상 운동을 해야 하듯 두뇌도 항상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머리를 쓰지 않으면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문제 해결 능력이 사라진다. 독서와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두뇌가 퇴화되고 노망이 나게 된다. 그러니 항상 액티브하게 살아야 한다!”
   
   이러한 신념에 따라 그는 은퇴한 후에도 많은 독서를 하며 블로그에 글도 쓰면서 지냈다. 그러나 독서나 글쓰기는 늙어서 하고 싶다고 해서 갑자기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마하티르는 젊었을 때부터 엄청난 독서가였으며 말레이시아 사회의 문제점을 통찰한 책도 많이 집필하였다.
   
   필자는 1990년 쿠알라룸푸르에서 마하티르 총리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마하티르는 구릿빛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고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는 정치·경제·역사 등의 질문에 막힘이 없었다. 이스라엘과 아랍의 갈등에 대한 견해를 묻자 중세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아랍과 유대인 학자들이 협력하여 문명을 꽃피웠다는 설명과 함께 당시 활약하던 철학자들의 이름과 사상 등을 줄줄이 얘기했다.
   
   90대 노령에도 독서를 강조하는 그를 보면 독서와 글쓰기는 젊은 시절부터 가꾸어나가야 하는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 마하티르 총리 부부는 65년을 함께 살아온 금실 좋은 부부이다. 사진은 지난 7월 12일 마하티르가 부인 하스마 여사의 93회 생일을 축하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5. 부인 하스마 여사와의 금실
   
   마하티르 총리의 건강유지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 인물이 바로 65년을 함께한 부인 하스마 여사이다. 그는 지난 7월 12일 부인 하스마 여사의 93회 생일을 맞아 사진과 함께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하스마 여사 또한 남편 못지않은 지력과 건강을 과시한다. 마하티르가 94세에 다시 총리가 되어 나라를 이끄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65년간을 한 여성과 함께 살면서 행복을 누리는 광경은 더욱 경이적이다.
   
   마하티르와 하스마 여사는 1947년 싱가포르 의대 동창생이다. 마하티르도 성공한 의사였지만, 하스마 여사도 말레이시아에서 여의사 1세대에 속하는 최고의 엘리트 여성이다. 10년 교제 끝에 1956년 결혼한 이들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부부로 살아오고 있다. 마하티르 부부의 금실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좋아지는 듯하다.
   
   지난 5월 마하티르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마하티르는 일정을 마치고 도쿄 데이코쿠호텔에 돌아가 방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였다. 인터뷰 도중 5분간 휴식을 취했는데 이때 부인 하스마 여사가 급히 들어가 “당신은 아침부터 잠시도 쉬지 못했어요. 그러니 이 일정을 마치면 반드시 쉬어야 해요”라고 말한 후 나가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포착되었다. 그런데 현장을 지켜보던 기자가 아내의 모습을 귀엽게 여기며 미소짓는 마하티르의 표정을 찍어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되었다. 이 기자는 마하티르가 “사랑이 듬뿍 담긴 눈으로” 아내를 바라보며 “킬킬대는 모습이 마치 사랑에 빠진 어린 소년 같았다”고 했다. 이 기자는 마하티르 부부의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혼자만 간직하고 있으면 죄가 될 것 같아” 올렸다고 설명하였다.
   
   마하티르 부부가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금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해로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마하티르는 베르나마통신과의 회견에서 이 비결을 털어놓았는데 그가 밝힌 금실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은 두 가지였다. 바로 배우자에 대한 관용과 자식들의 미래에 대한 염려이다.
   
   “물론 처음에 우리가 젊었을 때에는 성격 차이도 있었고 긴장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고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배우자인 아내를 많이 변화시킬 수 없으며, 아내도 나를 크게 변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 다음부터 우리는 사람이란 그런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지요.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하티르는 하스마 여사 덕분에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항상 모든 성공하는 남편의 뒤에는 한 ‘아내’가 있다고 하스마는 말합니다. 하나의 ‘여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지요.”
   
   마하티르 부부는 늘 아이들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혼하여 각각 재혼하는 일은 자식들에게는 재앙”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럴 경우 “자녀들이 결코 좋은 삶을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자녀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그는 당부한다. 마하티르 부부의 자녀는 7명이다.
   
   마하티르는 1981년부터 총리직을 맡아 한국의 박정희식 경제발전 모델을 따라하면서 말레이시아를 크게 발전시켰다. 당시 그의 경제 정책을 ‘LOOK EAST POLICY’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서구식 발전 모델을 따르지 않고 동쪽에 위치한 한국을 따라하자는 이야기였다. 그의 정책은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지만 권위주의적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는 2003년 총리직을 사임했지만, 말레이시아 정치가 지도자들의 부패 문제 등으로 혼돈에 빠지자 다시 복귀하였다. 마하티르의 컴백 이후 말레이시아는 다시금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다.
   
   마하티르가 94세에 다시 말레이시아 총리가 되어 지도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며 ‘천재는 단명(短命)’이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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