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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셜 리포트] 한일전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 2차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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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9호]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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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한일전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 2차전지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 지난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LG화학이 2차전지 양극재를 연간 6만t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와 대화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일본 수출 제한 등에 대비해 일본 전략물자 1115종 가운데 100개 품목을 추려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국산화율이 낮은 화학소재 부문이 집중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화학소재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외에 대표적 성장산업 중 하나인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산 배터리용 수입제품을 대부분 국산화하거나 다른 수입원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핵심 소재를 바꾸려면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특히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파우치의 한국 수출이 중단될 우려가 있어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초긴장하고 있다. 파우치는 배터리 내부의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재료를 감싸는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복합소재로 만들어졌다. 한국 배터리업체는 100% 일본산 파우치를 쓰고 있다. 만약 일본이 파우치 수출을 규제하면 배터리뿐 아니라 휴대폰·전기자동차 등 연관산업까지 전방위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
   
   2차전지의 또 다른 핵심 소재로는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4가지 소재가 있다. 국내 1위 2차전지 생산업체인 LG화학은 일본 니치아화학공업으로부터 양극재를 일부 공급받고 있다. 음극재는 미쓰비시화학이 LG화학과 삼성SDI에 공급한다. 분리막은 아사히카세이와 도레이가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어 한국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반도체와 2차전지 분야에 있어서 세계 최고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1차 수출제한 품목으로 반도체 핵심 소재를 포함시킴으로써 국내 업체들에 경고장을 던졌다. 일본의 추후 수출규제 항목에는 2차전지가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럴 경우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두 개의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본 의존도 높은 산업구조가 문제다
   
   국내 대부분의 IB은행들은 올해 초 산업 전망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화학, 조선, 정유 등 주요 업종 대부분이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독 2차전지 관련업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LG화학의 자동차 전지 누적 수주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110조원을 돌파했다. 현재도 수주잔액이 빠르게 증가해 전지사업부의 매출은 지난해 6조5000억원에서 2024년 31조6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그룹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제2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세계적인 배터리 기업을 보유한 배터리 강국이지만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크게 뒤지고 있다. 최근 일본 야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 4대 핵심 소재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기대 이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양극재 시장에서 9.2%, 음극재는 3.9% 점유율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전해액 점유율도 6.6%로 일본과 중국에 비교가 되지 않았다. 분리막 점유율은 8.1%였다.
   
   
   전략 광물, 희소금속 확보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 중심으로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5위권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용 핵심 소재 산업이 열악해서 언제든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는 구조다. 또 핵심 소재 상당 부분을 해외 업체로부터 조달하는 실정이어서 주도권 상실은 시간 문제다. 굳이 국내에서 이 사실을 부각시키는 것이 옳으냐는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으나 문제는 일본이 이런 사실을 우리 정부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세계 최대 배터리 핵심 4대 소재기술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가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뒤처져 있는 것은 기초과학기술의 한계도 있지만, 원료를 확보하려는 노력에서 뒤떨어진 이유가 더 크다. 앞서 밝힌 배터리 핵심 원료는 리튬을 포함해 니켈, 코발트, 망간, 희토류 등 전부 희소금속 광물이다. 일본은 2009년 희소금속 확보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산(産)·관(官)·학(學)을 포함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엔(¥)차관 등을 통해 아프리카와 남미에 있는 희소금속 자원보유국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희소금속 소재화와 재활용 기술 관련 산업기반에 있어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했던 일본은 이런 희소금속 확보 노력을 더해 세계 최고 소재강국으로 발돋움했다.
   
   
▲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모형이 지난해 11월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에너지 대전(大展)’에 전시됐다. photo 조선일보

   한국과 일본의 기술 정책의 차이
   
   2010년 9월 7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인 선장이 일본 해경에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 중국은 일본에 공급하는 희토류를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중국인 선장 체포에 대한 보복으로 판단한 일본 당국은 즉시 세계무역기구(WTO)협정 위반이라고 항의했다. 중국 정부는 환경보호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위반이 아니라고 응수했다. 결국 일본 정부가 특사를 파견해 사과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일본으로서는 무척 충격적이었다. 당시 일본 기업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로 막대한 피해를 경험했다.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자동차 모터에 필수적인 고성능 자석의 원료가 되는 네오디뮴과 자석의 내열을 높이는 디스프로슘의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했다. 이런 경험을 했던 일본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희토류 조달처를 다양화하고 대체기술 등 유관 기술개발에 총력을 다했다. 우선 희토류 수입국을 중국 중심에서 호주, 베트남, 아프리카 등으로 다원화했다. 도요타 자동차는 네오디뮴 사용량을 반으로 줄이고 고온에서도 자력이 손상되지 않는 신형자석을 개발했다. 도요타 산하 자동차부품 대기업인 제이텍트는 아예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을 사용하지 않는 자석을 개발했다. 2012년 4월에는 히타치가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산업용 모터를 개발했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스는 2016년 생활가전에서 나오는 모터에서 네오디뮴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일본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로 어려움을 겪은 것을 목도한 한국도 부랴부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을 반장으로 ‘희토류 확보 점검반’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과 국내 탐사도 함께 추진했다. 또 기술개발과 수급문제도 점검했다. 이를 위해 4개 분과를 구성하고 한국광물자원공사와 지질자원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 등 3개 기관과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등 24개 민간기업이 참여했다. 해외에서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해 호주,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진출을 시도해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명박 정부 때 진행했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모두 중단시켰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추진하던 기술개발도 제자리걸음이다. 누구도 기술개발을 멈추란 지시를 하지 않았지만 공격적이고 선제적으로 개발에 나서서 못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했던 기술개발 역시 자원외교 실패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이후에는 사실상 한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희토류 재활용 및 대체기술 개발은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다. 그나마 한국광물자원공사가 군산에 전략광물 비축기지를 지어 희토류 등 10종의 희소금속을 비축하는 일만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희토류 관련해 한국이 일본에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일본에서 원료가 채굴되어서가 아니다. 일본은 중국에서 수입한 희토류를 가공해 제품을 만든다. 우리는 일본이 만든 이 가공품을 수입한다. 우리나라에는 희토류 원료를 통해 가공해 제품을 만드는 기술이 사실상 없다. 만약 일본이 희토류로 만든 핵심 제품 수출을 제한한다면 한국은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냉철한 대응이 필요한 때
   
   일본 정부가 내놓은 수출제재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 대책은 수출규제 감시, 국제공조, WTO 제소, 수출규제 맞불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현재로서는 큰 도움이 못 된다. 더구나 지난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북 구미에서 열린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핵심 소재의 해외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국가적 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 세계는 글로벌 분업구조가 정착된 지 오래다. 제품을 선택할 때 국적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품질과 가격 면에 있어서 비교 우위에 있는 것을 선택한다. 무조건 해외의존도를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한국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좀 더 냉철한 시각에서 대응해야 한다. 맞대응이나 으름장보다는 어디서부터 뭐가 문제였는지 차분히 복기해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과 일본의 노림수와 취약점을 잘 분석해 대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 이후로 희토류가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식의 대응책을 마련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와 기업이 손을 맞잡고 하나하나 진행했다.
   
   우리나라 역시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는 일본 또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있어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소재 및 부품을 국산화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 학계, 연구소 등과 힘을 합쳐 소재 및 부품 산업 전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은 희소금속을 확보해 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비관만 할 필요는 없다. 한국은 소재, 부품산업은 일본에 뒤처져 있지만, 소재 가공 및 제련 분야는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 고려아연, 세아베스틸 등은 연(납)·아연, 특수강을 제련하고 가공하는 분야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으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연은 자동차 배터리 원료, 건설자재, 전선피복, 방음재 등으로 활용된다. 고려아연은 연·아연 생산 세계 1위 기업이다. 고려아연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정련아연 생산량은 기업별로는 1위, 국가별로는 중국에 이은 세계 2위다. 고려아연이 원료 광석을 대부분 수입하면서도 글로벌 아연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아연제련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연 생산량 기준으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세계 1위, 영풍 석포제련소는 세계 4위다.
   
   고려아연보다 매출 규모는 다소 적지만 국내 특수강 분야 1위 기업인 세아베스틸도 비슷한 경우다. 특수강이란 다른 금속을 섞거나 특수 열처리를 하여 강도 등을 향상시키는 철강을 말한다. 세아베스틸은 지난해 10월 야심차게 개발한 6대 특수강 신제품을 발표하고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이런 기업들이 세계 최고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부 정책의 연속성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전폭적으로 기업을 지원했단 얘기가 아니라 오랜 기간 기업활동에 간섭하지 않았단 의미다. 오히려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사업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점에서 새로 시작된다. 정부 성향에 따라 정책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의 정책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도 없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정부는 소재 국산화를 위해 기초소재산업 육성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과거 경험을 비춰볼 때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2019년의 한·일 간 소동을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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