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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계
[2574호] 2019.09.09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트럼프 재선 빨간불

김회권  국제·IT 칼럼니스트 judge003@gmail.com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8일(현지시각)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암웨이센터 경기장에서 2020년 대통령 선거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하면서 연설하고 있다. photo AP·뉴시스
“폭스는 지금 큰 실수를 하고 있다.”
   
   보통은 ‘가짜뉴스’라고 무시하며 웃어넘기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번에는 반응이 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끝내고 워싱턴에 복귀하던 지난 8월 18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의 비난 리스트에 폭스뉴스를 추가했다. 지원군이라고 생각하며 선호했던 폭스뉴스가 사흘 전 발표한 여론조사가 문제가 됐는데 민주당 주요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모두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바이든 후보와는 38% 대 50%로 12%포인트 차였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도 39% 대 48%,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도 39% 대 46%,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과도 39% 대 45%로 모두 패하는 것으로 폭스뉴스는 발표했다. 트럼프는 8월28일 또 한 번 폭스뉴스를 화제로 삼았다. “폭스뉴스는 더 이상 우리 보수주의자들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뉴스창고를 찾아나서야 한다”고 또다시 공격했다. 물론 트럼프가 정말로 새로운 매체를 찾기 위해 나설 리는 없다. 미 온라인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폭스뉴스가 선거운동을 앞두고 보다 유리한 보도를 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입장에서야 서운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폭스뉴스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일이었다. 트럼프가 불리하다는 결과는 미국 내 모든 언론사들이 줄곧 발표해왔다. 대선을 1년4개월여 앞둔 지난 6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2020년 대선 도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 시점부터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관적이었다. 6월 6~10일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연구소의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후보에게 40% 대 53%로 13%포인트 뒤졌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는 42% 대 51%로 9%포인트 밀렸다. 다른 민주당 상위권 주자들과 가진 일대일 가상 대결에서도 모조리 패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에게 이긴 결과를 받아든 적이 없다. 8월 21~26일 퀴니피액대가 유권자 1422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미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는데 여기서도 전패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에게는 38% 대 54%로 16%포인트나 뒤졌다. 워런이나 해리스, 샌더스 등 다른 민주당 후보와도 10% 안팎의 격차를 보였다.
   
   
   현직 프리미엄은 5~6%
   
   여론에 드러난 숫자들은 현직 대통령에게 경고를 날리고 있지만 이전과 다른 건 그 누구도 섣불리 그의 패배를 장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마다 배정된 선거인단을 독식해 과반수를 확보해야 승리하는 미국식 대통령제 아래서 가장 혜택을 입은 사람 중 하나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전체 득표수에서는 20여만표 뒤졌지만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해 승리했던 경험이 있다.
   
   트럼프 재선에 가장 유리한 재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지미 카터와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2명뿐이라는 점이다. 최근의 대통령들은 3명 연속 재선에 성공해 두 번 연속 대통령으로 일했다. 1기 종반에 접어든 트럼프의 지지율은 같은 시기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좀 낮긴 해도 크게 차이 나진 않는 정도다. 게다가 블룸버그는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재선될 확률이 라이벌 후보에 비해 5~6%포인트 높다”고 전했다. 일종의 현직 프리미엄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가장 확실한 원군은 미국의 경제 상황이다. 만약 경제가 불안해지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민주당에는 정치적 순풍이 부는 셈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가급적 경제에 관해 언급하는 걸 피했다. 거의 완전고용과 다름없는 노동시장, 최고치 수준의 주가와 낮은 인플레이션 등 미국의 실물경제를 주제로 삼을수록 백악관의 기세가 높아질 게 뻔해서다. 실제로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전 세계에서 홀로 경제 호황을 구가하던 나라다. 미국 실업률은 4% 아래로 유지되고 있는데 역사적으로도 최저 수준이고 주가 등 국민의 자산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지난 8월 15일 뉴햄프셔 유세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주식시장은 수천 포인트 이상 올랐다. 내가 선거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시장은 추락할 것이다”라며 자신의 존재가 경제 호황의 이유라고 자화자찬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의 기사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읽을 수 있다. 폴리티코는 워싱턴 주재 외교관들이 트럼프가 재선되는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관들 역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패배를 예측했다가 곤란을 겪은 경험을 갖고 있다. 폴리티코는 “약 20명을 인터뷰했는데 트럼프의 패배를 점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가 현직 대통령이라는 점, 미국 경제가 호황이라는 점, 민주당 후보들 중 확실한 이가 없다는 점 등이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 지난 6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선언하는 올랜도 암웨이센터 밖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이는 유권자들. photo 뉴시스

   인종자유주의자가 투표에 더 열성적
   
   대부분의 정책과 리더십, 인품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왔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지탱하고 있는 건 결국 미국 경제의 힘이다. 경제만 외치기 단조롭다면 다른 캠페인을 전개할 수도 있지만 그 효과에는 의문이 따른다. 처음 당선됐을 때 사용했던 ‘편가르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민자를 반대하고 백인 유권자의 분노에 초점을 맞추는 선거운동 방식은 트럼프의 핵심 캠페인이었고 이걸 통해 2016년 대선을 제압했다. 그런데 이런 전략이 이번에도 먹힐 수 있을까. 로이터와 입소스가 지난 7월 미국 성인 44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정하는 쪽이 고정관념을 강하게 갖고 있는 사람보다 2020년 대선 투표에 관심이 많았다. 흑인과 백인이 평등하다, 혹은 흑인이 백인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82%는 투표에 강한 관심을 보였다. 백인이 흑인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7%포인트 높았다. 미시간대의 빈센트 허친스 교수(정치학)는 “인종자유주의가 반대 세력보다 더욱 기세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민주당에는 희소식이지만 공화당에는 나쁜 소식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무기들을 선거에 사용하지 못할수록 트럼프가 기대야 할 곳은 결국 경제 성적표다. 트럼프의 경우는 역대 대통령보다 경제 동향이 더욱 중요한 입장이다. 8월에 NBC나 월스트리트저널(WSJ), 폭스뉴스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3%였다. 낮은 실업률과 최고 수준의 주가라는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율은 정부 출범 이후 줄곧 평균 40%대 전반에서 답보상태였다. 40%대의 지지율은 현직으로는 위험한 수준이다. 버락 오바마·조지 W.부시(아들 부시)·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 최소한 재선 직전에는 지지율이 반대보다 높았지만 트럼프는 반대가 지지율보다 높다. 특히 분노를 자극해 지지자를 결속시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은 지지세력은 높은 수준으로 고정될 수 있지만, 반대 역시 높아 지지율 확장 여지를 없애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경기둔화 우려가 대두된 건 트럼프 측에 적신호다. 세계적으로 제조업이 침체를 겪고 미·중 무역전쟁이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가운데, 블룸버그는 “8월 이코노미스트 조사에서 향후 1년간 미국이 경기후퇴 국면에 진입할 확률이 35%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경기 동향은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유용한 단서인데 특히 경기후퇴는 집권당에 타격이 된다. 20세기 이후 1932년과 1980년, 그리고 지미 카터, 조지 H. W. 부시가 재선에 실패했을 때도 모두 경기후퇴에 휩쓸리던 시기였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8월 미시간대가 발표한 소비자신뢰지수인데 89.8을 기록해 예비치인 92.1에서 더 하향조정됐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크게 떨어졌다. 리처드 커틴 미시간대 소비자조사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수입제품에 추가관세 부과를 12월까지 연기했지만 가격 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소비심리에 영향을 준 셈이고 이 중 공화당 지지자를 더욱 위축시켰다는 뜻이다.
   
   
   농민과 노동자들이 등을 돌렸다
   
   공화당 지지자의 위축은 트럼프 정부의 대중 무역전쟁 불똥이 어디로 튀는지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중국에 추가관세를 부과해 가장 타격을 입는 건 역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떠받쳤던 팜벨트(중서부 농업지대)의 농민들, 러스트벨트(북동부 쇠퇴한 공업지대)의 노동자들이다. 지난 8월 미국이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중국은 콩을 포함한 75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산 콩의 96%를 재배하는 18개 주 중 16개가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인단을 독식했던 곳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무디스애널리스틱스의 분석을 인용해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카운티 중 20%, 약 800만명 정도가 사는 지역 경제권이 중국의 보복관세에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인들이 점점 지갑을 닫으면서 당장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의 내수용 상품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데, 러스트벨트는 이런 변화에 취약하다. 당장 관련한 고용이 줄고 있다. 인디애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등 러스트벨트 지역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준 곳이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부터 비(非)농업 고용이 줄어든 곳은 모두 러스트벨트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러스트벨트의 민심을 잡는 건 트럼프 캠프의 과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정식을 하기 직전인 5월, 퀴니피액대가 유권자 107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러스트벨트의 성적은 참담했다.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오하이오·아이오와 등의 지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을 물으니 ‘반대’가 56%로, ‘찬성’(41%)을 15%포인트 앞섰다. 이곳들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선택했다. 선거를 앞두고 무척이나 공고했던 자신의 지지자들을 그대로 내치는 정책은 독일까 약일까. 트럼프 캠프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기사들이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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