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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5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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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트럼프 재선 포퓰리즘의 세 번째 ‘외교 쇼’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photo 미국 국무부
“볼턴이 김정은에게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매우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정말 재앙이었다. 카다피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라. 나는 그 후에 김정은이 말한 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았다. 그(김정은)는 볼턴과 함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런 말(리비아 모델)을 하는 건 터프함의 문제가 아니라 현명하지 못함의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1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지난해 5월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리비아 모델을 주장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판한 발언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0일 아프간 반군인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체결과 이란과의 정상회담 추진을 반대했던 볼턴 전 보좌관을 전격 해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면서 “나는 북한이 엄청난 뭔가를 하는 것을 보길 원한다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2일 “올해 어느 시점엔가 김정은을 만날 의향이 있다”면서 “나는 이란이 만나기를 원하고 중국이 협상을 타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리비아 모델’ 잘 알지도 못한 채 비판
   
   볼턴 전 보좌관이 제시한 리비아 모델은 ‘선(先) 핵포기-후(後) 보상’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이 극도의 적개심과 거부감을 보여온 볼턴 전 보좌관과 리비아 모델까지 싸잡아 비판한 것은 체제보장을 원하고 있는 김정은에게 보내는 타협의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간 실무협의가 잘 이루어질 경우 김정은과의 제3차 미·북 정상회담도 개최할 수 있다는 ‘당근’을 제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제1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문제가 볼턴 전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언급으로 북한이 반발하며 난항 조짐을 보이자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몰락한 것은 핵을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카다피는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 정부로부터 경제제재 해제와 체제 안전을 보장받았다. 카다피는 2004년 1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3단계에 걸쳐 리비아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 정부도 2004년 9월 경제제재를 공식 해제했고, 2006년 5월 수교 후 대사관을 개설했다.
   
   그런데 카다피가 몰락한 것은 국민들에게 자유를 주는 대신 철권통치를 계속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2011년 튀니지를 시작으로 중동 독재국가들에서 ‘아랍의 봄’이라는 민주화운동 바람이 불면서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독재정권이 무너졌다. 카다피는 리비아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군대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반정부 시위대가 이에 맞서 반군을 조직해 무장봉기하면서 결국 카다피 정권은 무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 모델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비판한 것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선하기 위해 경제 분야와 마찬가지로 외교·안보 분야에서 국민들에게 내놓을 치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미국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자 무역협상 타결을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10월 1일부터 기존의 25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30%로 올릴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이를 10월 15일로 연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지난 9월 10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8%를 기록, 7월 초 44%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여론조사기관 IBD/TIPP가 지난 9월 3일 공개한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대선후보로 유력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지율 54%로 42%의 트럼프 대통령을 12%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을 역전시켜 무난하게 재선하기 위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킬 깜짝 이벤트들을 모색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김정은과의 2차례 정상회담과 한 차례 ‘번개 회동’을 통해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됐던 ‘학습 효과’를 얻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재선을 위한 포퓰리즘 전략을 적극 추진해왔다. 톰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탈레반과 이란, 북한 등과 협상을 통한 해결을 원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볼턴의 경질은 불가피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재선하기 위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야만 하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협상력을 동원해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렸던 국가들과 어느 정도 타협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누구보다도 협상력이 뛰어나다고 과신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 북한이 지난 5월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photo 노동신문

   탈레반과의 1차 ‘외교 쇼’
   
   트럼프의 재선 포퓰리즘에서 하이라이트는 정상회담이라는 외교 쇼를 벌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밀리에 기획했던 첫 번째 ‘외교 쇼’는 아프가니스탄 반군인 탈레반 지도자들과의 캠프 데이비드 회동과 평화협정 체결이었다.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대통령 별장으로, 1978년 9월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를 초청해 평화협정을 중재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카터 전 대통령의 중재로 앙숙이었던 베긴 총리와 사다트 대통령은 1979년 3월 26월 백악관에서 캠프 데이비드 협정(Camp David Accords)으로 불리는 평화협정을 맺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9월 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탈레반 지도자들과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초청해 아프간전쟁 종전을 위한 ‘깜짝 합의’를 이뤄내려는 계획을 극비리에 추진했다.
   
   하지만 백악관 참모들 대부분, 특히 볼턴 전 보좌관이 강력하게 반대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의 테러 공격을 명분으로 내세워 비밀 계획을 접어야 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돼온 아프간전쟁을 ‘재앙’이라면서 완전 철군을 주장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내년 대선 전까지 완전 철군은 아니더라도 1만4000명의 병력 중 일부를 철수시키려고 했지만 일단 실패한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볼턴 전 보좌관을 ‘괘씸죄’를 적용해서라도 자를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외교 쇼는 이란과의 정상회담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5월 이란 핵합의(JCPOA)를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을 가하고 있는 이유는 핵 개발을 저지하려는 것이다.
   
   물론 볼턴 전 보좌관은 이란의 신정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의도를 공공연히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볼턴 전 보좌관의 전략을 지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1일 이슬람혁명 40주년을 맞아 트위터에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 정권의 40년은 실패의 40년”이라면서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이란 국민은 훨씬 더 밝은 미래를 맞이할 자격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느닷없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9일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참모들과 회의를 갖는 자리에서, 9월 말 유엔 총회에서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를 거론했다. 당시 볼턴 전 보좌관은 강력하게 반대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언쟁까지 벌였다. 볼턴 전 보좌관의 한 측근은 “이란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의견 차이가 해임의 원인 중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16일 뉴멕시코주에서 내년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 photo 트럼프 트위터

   이란과의 2차 ‘외교 쇼’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브카이크 석유 단지와 쿠라이스 유전 등 두 곳이 이란 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 소행으로 보이는 드론(무인기)과 크루즈미사일에 피폭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조건 없이 만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로하니 대통령과 조건 없이 만날 것이라는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이 조건 없이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을 뒤집은 것이다. 사우디 석유시설 피폭사태로 일단 미국과 이란의 정상회담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외교 쇼는 김정은과의 제3차 미·북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란과의 정상회담이 무산될 경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더욱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제재 완화를 고려했던 점을 미뤄볼 때 북한에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이면서 자칫하면 성급하게 어설픈 타협을 도출할 수도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책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일부 핵탄두를 폐기하는 대신 미국은 단거리와 중거리 핵미사일을 보유하도록 허용하고 제재를 완화하는 절충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 경우 북한의 핵 보유는 기정사실화되고 핵 폐기는 불가능해질 것이 분명하다. 북한이 최근 들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집중적으로 시험발사한 것은 이런 노림수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의도는 미국에 체제보장 차원에서 단거리 핵능력은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려는 것이다. 대신 북한은 미국의 요구대로 본토를 위협할 핵능력을 보유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지난 9월 16일 담화에서 “우리의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의도라고 분석할 수 있다. 북한이 사용한 ‘제도 안전’이란 말은 군사·외교·경제적 위협을 모두 제거하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으로 체제보장을 의미한다. ‘장애물 제거’는 대북제재 완화를 뜻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잇단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한국의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라는 점도 무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북한 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보다는 미국의 안전만을 염두에 둔 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켰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재선에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인 제리 코널리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의식해 북한과 섣부른 합의를 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톰 말리노스키 민주당 하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어떤 식으로든 합의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말대로 트럼프의 재선 포퓰리즘이 한국에는 엄청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거래의 달인’이라는 것처럼 주장해왔지만 실제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미한 변화를 제외하면 나머지 다른 협상들은 오히려 미국 정부에 불리한 방향으로 매듭지어졌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는 “트럼프는 자신의 주장과 달리 형편없는 협상가”라면서 “트럼프는 김정은과 탈레반에 처음부터 협상의 지렛대를 넘겨줬다”고 비판했다. 자카리아는 “트럼프는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단독회담이라는 큼직한 상을 아무런 대가 없이 즉각 내줬다”면서 “지금까지 협상에서 두 사람 사이의 스코어는 1:0으로 김정은이 앞선 상태”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을 제어할 참모들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볼턴 보좌관을 비롯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비서실장,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 등이 모두 퇴임했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위험한 거래 이뤄지나
   
   특히 트럼프의 재선 포퓰리즘이 더욱 우려스러운 이유는 문재인 정권도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대북유화정책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정책 등으로 경제가 파탄나고, 각종 의혹에 연루됐는데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함으로써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문 대통령으로선 김정은과 북한 정권과의 관계개선만이 유일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를 적극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과 각종 욕설에도 침묵해왔던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의하면서 북한과의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런 제안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김정은 정권의 생존에만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일본과의 지소미아 파기로 금이 간 한·미 동맹을 봉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연합훈련의 추가 중단 등 동맹을 균열시키는 일은 해선 안 된다고 설득하고, 향후 미·북 핵 합의가 동맹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튼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는 외교·안보 분야가 포퓰리즘에 휘둘려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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