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 중국 열병식서 첫 공개된 초음속 정찰드론 우전-8(왼쪽)과 둥펑-17 극초음속 미사일.
지난 10월 1일 중국 열병식서 첫 공개된 초음속 정찰드론 우전-8(왼쪽)과 둥펑-17 극초음속 미사일.

“아시아·서태평양에서 영업. 주요 고객은 일본·한국의 미군 기지. 초음속으로 배달하고, 보낸 다음에 수취인 변경 가능!”

중국 북경만보가 지난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둥펑(DF)-17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에 대해 설명하며 쓴 표현이다. 둥펑-17이 주한·주일 미군기지를 주 타깃으로 하고 있고, 발사 후에도 경로 변경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것이다. 북경만보는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된 둥펑 미사일 시리즈를 ‘둥펑 퀵서비스’에 비유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일본이 SM-3 요격 미사일을 배치해 중국의 안보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중국해·대만해협·동북아가 공격 범위인 둥펑-17은 중국의 영토 수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국에 배치된 사드로 방어하기 어렵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이 관영 매체를 통해 미사일 타격 대상으로 주한·주일 미군 기지를 콕 집어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이 최근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하겠다고 밝혔고, 그 후보지로 한국과 일본이 거론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10월 1일 건국 70주년 대규모 열병식을 열면서 육해공 최신 무기들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이 선보였다. 이날 등장한 무기들의 40%가량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이번 열병식에선 미국을 포함, 전 세계 어디든 타격할 수 있는 ‘둥펑-41’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둥펑 계열 미사일만 112기를 내놔 관심을 끌었다. 이 중 둥펑-41은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핵심 전략무기여서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았다. 사거리 1만4000㎞ 이상으로 미국의 미니트맨 ICBM(사거리 1만3000㎞)보다 길다. 길이 16.5m, 직경 2.8m, 총 중량 60t에 10개의 핵탄두가 서로 다른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정확도도 100m가량으로 중국 ICBM 중에는 가장 성능이 뛰어나다. 도로 이동 발사대, 철도 이동 발사대, 지상 고정 발사대 등 3가지 방식으로 배치, 발사할 수 있다. 이날 열병식엔 바퀴가 16개 달린 이동식 발사차량들에 실려 16기의 둥펑-41이 등장했다.

하지만 군사기술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았던 무기는 중국 언론이 한·일 타격용이라고 주장했던 둥펑-17이다. 둥펑-17은 극초음속 미사일로 분류된다. 극초음속은 보통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낼 때 쓰는 용어다. 둥펑-17이 사드, SM-3, 패트리엇 등 미 미사일 방어망을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하 10 안팎의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활공체(HGV·Hypersonic Glide Vehicle)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초음속 활공체(글라이더)는 탄도미사일 방어망을 뚫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돼왔다. 탄도미사일 등에 실려 발사돼 고도 100㎞ 정도에서 분리된 후 성층권 내에서 비행하면서 목표로 돌진한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적 레이더에 탐지되더라도 비행 코스를 바꾸는 활강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행궤적 산정과 요격이 매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둥펑-17 개발 사실은 지난해 초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군이 2017년 12월 1일과 15일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한 둥펑-17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2018년 1월 보도했다. 당시 간쑤(甘肅)성 주취안(酒泉)위성발사 센터에서 발사된 둥펑-17은 1400㎞를 날아가 신장(新疆) 지역 목표물을 수m 오차로 타격했는데 극초음속 활공체의 고도는 60㎞에 불과했다고 한다. 최근 요격이 매우 어렵다고 해서 주목을 받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비행고도가 40~60㎞인데, 극초음속 활공체는 이스칸데르보다 빠르고 회피기동 능력도 뛰어나 요격이 더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미국은 중국이 2020년 무렵 둥펑-17을 실전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중국은 이번 열병식에서 16기의 둥펑-17을 등장시켰다. 미국 예상보다 실전배치가 빨리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마카오의 군사전문가 안토니 왕둥은 둥펑-17이 한국의 사드를 타격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만일 양국(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인다면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가 사드 레이더를 파괴할 것”이라며 “전쟁 초기 단계에서 사드 레이더가 파괴되면 미국은 중국 ICBM을 탐지하기 힘들어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이 극초음속 활공체가 여러 미사일에 탑재돼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이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체는 최저 사정거리 5500㎞의 ICBM은 물론, 사정거리가 1만4000㎞를 넘는 둥펑-41에 탑재돼 미국의 어느 곳이든 한 시간 내에 타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텔스 성능 무인 정찰·공격기도 등장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쥐랑-2(JL-2)’도 관심을 끈 신형 전략무기다. 최대 사거리 8000㎞에 10발의 핵탄두를 장착했으며, 094형 진급 핵추진 잠수함에 12발이 탑재된다. 중국은 현재 3세대 SLBM인 ‘쥐랑-3’ 발사 시험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사거리 1만3000㎞로, 미국 본토 및 유럽 전역에 타격이 가능하다.

스텔스 성능을 가진 무인 정찰·공격기들이 등장한 것도 이번 열병식의 특징이다. 적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작전 반경이 괌을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에 이르는 초음속 정찰드론 ‘우전-8(DR-8)’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우전-8은 중국의 ‘항모 킬러’인 둥펑-21과 둥펑-26의 타격 결과를 평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베이징 군사전문가인 저우천밍은 “우전-8은 최고속도가 마하 3.3인 D-21보다 더 빨리 비행하는 만큼 적 방공망을 침투했다가 정보를 갖고 무사히 귀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D-21은 미국이 1960년대에 개발했지만 실전배치는 하지 않은 초고속 무인정찰기다.

스텔스 공격드론 ‘공지-11(GJ-11)’도 첫 공개돼 주목을 받은 존재다. 전형적인 스텔스 무인전투기 형상을 취하고 있는 공지-11은 여러 발의 미사일이나 레이저 유도폭탄을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리젠(Sharp Sword)’이라는 명칭으로도 알려졌던 이 공격드론은 중국의 국산 항모에 탑재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