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다. 블룸버그가 워낙 거물이라 그가 판을 흔들 수 있을지를 다들 유심히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보다 나이도 많고 재산도 많다. 트럼프는 73세에 재산이 3조원인데 블룸버그는 77세에 58조원의 재산을 가진 세계에서 9번째 부자이다. 그러고 보니 내년 대선 도전자들은 70대가 주류이다. 194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나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 관심을 풀어서 말하자면, 이들은 대통령이 되기에 너무 많은 나이인가, 대통령이 되기에 나이가 많다는 건 어느 정도의 나이를 말하는가 같은 것들이다.

일단 선두그룹 후보들의 나이를 살펴보자. 바이든은 1942년생으로 77세, 엘리자베스 워런은 1949년생으로 70세이다. 버니 샌더스는 1941년생이니까 78세이다. 73세 트럼프 대통령은 1946년생,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도 1947년생으로 72세이다. 지난 대선의 두 후보들도 거의 70세가 다 돼 선거를 치렀던 것이다.

미국인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남자가 76세, 여자가 81세이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시 평균 나이가 55세였다고 한다. 최고령 대통령 당선자 기록은 트럼프가 갖고 있는데, 취임 때 70세였다. 당시까지 최고 기록은 로널드 레이건의 69세였다. 레이건이 재선되면서 8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을 때가 77세였다. 레이건은 퇴임한 지 5년 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샌더스와 바이든, 블룸버그의 경우 당선된다면 취임할 때 나이가 레이건이 물러나던 때의 나이보다 더 많게 된다.

나이란 개인 차가 워낙 커서 한 가지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 유권자들이 나이를 얼마나 중요시하느냐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트럼프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나이의 기준으로는 생각하지 않게 된다. 외모도 그렇거니와 연설이나 기자회견장에서 보여주는 괴력에 가까운 에너지는 나이를 초월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샌더스의 경우엔 그가 젊은이들을 열광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나이를 다른 관점에서 보게 만든다.

최근에 탔던 우버 기사는 20대 백인 남성이었다. 자신의 차 곳곳에 샌더스를 지지하는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그는 샌더스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그의 나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실제 샌더스의 주력 지지층은 35세 이하라고 한다.

대통령 후보의 나이를 둘러싼 논란은 70대 후반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데, 왜 35세 이하는 출마할 수 없는가 하는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70세가 넘어도 혁신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처럼, 35세 이하라도 현명하고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 대선후보의 나이는 육체적인 건강 문제로 직결됐다.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도 지난 대선 유세 때 갑자기 기절하듯 쓰러졌던 장면이 공개되면서 타격을 받았다.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도 심각하게 후보 교체를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최근엔 샌더스가 심장 이상으로 잠시 유세를 쉬기도 했다.

1940년대생 후보들이 대거 몰린 2020년 대선이 예외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어떤 트렌드인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70대이면서도 ‘철없는’ 트럼프가 나이의 한계라는 고정관념조차 깨버린 것 같다.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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