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군 제82공수사단 병사들이 지난 1월 4일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 기지에서 이라크행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photo US Army
미 육군 제82공수사단 병사들이 지난 1월 4일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 기지에서 이라크행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photo US Army

‘두 개의 전쟁 전략(Two-War Strategy)’은 미국이 동시에 2개의 전쟁에 대응해 승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2개 핵심 지역에서 전쟁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1개 전쟁을 수행하는 동안 다른 전쟁을 이길 만한 역량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냉전시대가 종식된 이후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집권 시절인 1990년부터 콜린 파월 당시 합참의장 등이 주도해 만든 지역분쟁 대처 방안이다. 이 전략은 중동지역에서의 전면전과 북한을 상정한 한반도 군사작전을 동시에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전략은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 시절 더욱 정교하게 발전한다. 미국 경제력이 2개의 전쟁을 수행할 충분한 역량이 되면서 ‘윈-윈(Win-Win)’ 전략으로 바뀌었다. 이후 미국의 경제력이 위축되면서 대규모 지상병력의 유지가 힘들어지자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부터 이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이 전략을 폐기하고 1개의 전쟁에 집중하되 나머지 지역에선 도발을 억제하는 원-플러스(One-Plus) 전략 추진을 결정했다.

두 개의 전쟁, 혹은 원-플러스 전략

최근 들어 북한과 이란이라는 두 개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 두 개의 전쟁 전략이나 원-플러스 전략, 아니면 새로운 전략, 또는 타협책 등 어떤 전략을 추진할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과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 대결하겠다는 의지를 국내외에 천명해왔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에 걸쳐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면서 “곧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특히 김정은은 ‘새로운 길’로 ‘정면돌파전’을 제시했다. 정면돌파전은 2017년 이후 중단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핵·경제 병진 노선을 재개하는 것을 말한다. 김정은이 전원회의에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전략무기개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핵·ICBM 모라토리엄(유예) 결정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3일자 사설에서 “우리 공화국의 존엄과 생존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즉시적이고 강력한 타격을 안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또 1월 4일자 사설에서도 “미국과의 평화는 환상이며 제재 완화에 대한 미련을 가지는 것은 곧 자멸의 길”이라면서 미국과 대결을 강조했다.

이란의 하메네이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새로운 핵 협상을 거부하고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에 맞서고 있다. 하메네이는 그동안 “이란은 미국의 압박에 결코 굴복하거나 복종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하메네이의 명령에만 복종하는 혁명수비대의 특수전과 해외작전을 맡고 있는 쿠드스군과 거셈 솔레이마니(63) 사령관은 그동안 중동 각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한 공격을 은밀하게 추진해왔다.

이란에서 ‘제2인자’라는 말을 들어온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는 쿠드스군을 앞세워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등 친이란 무장단체에 각종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작전 지시를 내리는 등 야전 사령관으로 활약해왔다. 게다가 그는 각종 테러 공격과 암살, 드론 공습, 해킹, 사이버전 등 미국과 이스라엘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을 상대로 ‘그림자 전쟁’을 수행해왔다.

실제로 이라크에서는 지난 두 달간 시아파 민병대의 미군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최소 10차례 정도 발생했다. 시아파 민병대 중 하나인 카타이브-헤즈볼라는 지난해 12월 27일 미군이 주둔해온 이라크 북서부 키르쿠크의 정부군 기지에 로켓포 30여발을 발사해 미국 민간 용역회사 직원 1명이 사망하고 미군 4명이 부상했다. 게다가 반미 시위대는 지난해 12월 31일 수도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을 습격해 경비 초소 등을 불태우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북한이 지난 1월 5일 평양시민들을 대거 동원해 정면돌파전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photo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 1월 5일 평양시민들을 대거 동원해 정면돌파전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photo 노동신문

북한에 설탕, 이란에 식초를 줬지만…

북한과 이란이 미국에 대해 이처럼 강력하게 도전해오자 미국 조야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대이란 정책을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북한에 설탕을, 이란에는 식초를 줬지만, 그 어느 것도 효과가 없어 보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북한에 대해 각각 강경, 유화 정책이라는 상반된 전략을 펼쳤지만 두 가지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WP는 “핵 합의 도출을 목적으로 독재자인 김정은을 구애하기 위해 설탕을 사용하려고 한 반면, 이란에 대해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체결한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는 등 옥죄기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WP는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 두 나라 어느 쪽도 가장 최근의 도발에 따른 결과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 않으며, 도발이 갈수록 ‘도발적’이 돼 간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NYT)도 “북한과 이란은 탄핵과 대선 재선 문제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의 취약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북한과 이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도 “이란에 대해서는 외교를 너무 거부했고 북한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외교를 요청했다”고 양국과의 위기 원인에 대해 진단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보란 듯이 이란에 대해 ‘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군은 지난 1월 3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전 명령에 따라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무인공격기(드론) MQ-9 리퍼를 투입해 미사일로 공습해 제거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오만해 유조선 피격 사건과 같은 해 9월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핵심 석유시설 드론 공습, 최근 두 달간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로켓포 공격 등을 그의 소행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2011년 각종 테러 공격을 사주한 혐의로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김정은과 북한 정권에도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마크 에스퍼 장관은 폭스뉴스와 MSNBC 등과의 인터뷰(1월 2일)에서 “북한의 나쁜 행동을 억지할 미군의 대비태세를 확신한다”며 “필요하면 오늘 밤에라도 싸워 이길 수 있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또 “북한의 향후 행동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 재개를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 재개를 검토할 것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이 ICBM 발사 등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미가 통상 매년 봄(3~4월) 실시해왔던 키리졸브와 독수리연습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미·북의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북한이 그동안 각종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을 시험 발사한 이후 가장 강력한 경고다. ‘파이트 투나잇’은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주한미군의 슬로건으로 오늘 밤 당장 전투가 벌어져도 이길 수 있는 준비태세를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말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 등 군사옵션을 검토할 당시 미군은 괌에 B-52H, B-1B, B-2 전략 폭격기 등을 대기시켜 놓고 ‘파이트 투나잇’ 상황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

이란 국민들이 지난 1월 4일 테헤란에서 미국에 대한 보복 공격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photo Anadolu Agency
이란 국민들이 지난 1월 4일 테헤란에서 미국에 대한 보복 공격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photo Anadolu Agency

에스퍼 “‘파이트 투나잇’ 준비가 돼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의 도발에 전면전을 각오하고 대응할 수 있을까. 이란혁명수비대는 지난 1월 8일 새벽 1시20분 이라크의 미군기지 2곳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는 이슬람 경전 코란의 형벌 원칙인 ‘키사스’에 따른 것이다. 키사스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구절이 있다. 말 그대로 비례 대응의 원칙이다. 이란혁명수비대의 보복 공격 시간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폭사한 때다. 이란혁명수비대는 또 “미국이 반격할 경우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면서 “이란 영토를 폭격한다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와 헤즈볼라를 통해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와 하이파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란은 미국에 대한 13개의 보복 공격 시나리오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시나리오들에는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이곳을 지나는 서방 국가들의 유조선 격침 등도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이란은 솔레이마니가 견고하게 구축해온 중동 지역의 시아파 무장조직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을 비롯해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을 타격할 수 있다.

게다가 이란은 2015년 7월 주요 6개국(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체결한 핵 합의를 파기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 1월 5일 성명을 통해 “핵 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며 “이는 우라늄 농축 능력과 농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농도 90% 이상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에 대비해 미국은 이란의 52곳을 이미 공격 목표 지점으로 정해 놨다”고 경고했다. 52곳의 목표물은 1979년 이란이 이슬람혁명 이후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의 외교관과 직원 52명을 444일간 억류했던 것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 시설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신속하고 완전하게, 불균형적인 방식(disproportionate manner)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처럼 이란과의 전쟁에 충분한 대비를 해왔느냐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제거를 즉흥적으로 결정했다면서 이란의 보복 공격과 전면전 등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솔레이마니를 없애야 한다는 군부와 정보기관의 주장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이란과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변덕스러운 방식으로 무력 사용을 결정한 또 하나의 사례”라며 “지난 3년간 이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을 다루는 과정에서 전쟁과 평화에 대해 결과를 심각하게 고려하거나 주의 깊게 생각한 증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WP는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접근법이 어느 정도로 혼란을 야기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란이 중동 지역 곳곳에서 시아파 무장단체를 앞세워 일종의 게릴라전 방식으로 ‘대리전(proxy warfare)’을 벌일 경우 미군은 상당히 고전할 것이 분명하다.

다시 주목받는 ‘코피작전’

또 다른 문제는 김정은과 북한 정권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이란 사태에 시선을 뺏긴 틈을 이용해 ICBM 발사 등 무력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과 북한 정권은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일 경우 한반도에서 ‘제2의 전선’을 펼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북한은 미국이 두 지역에서 동시에 적대 정책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유리한 기회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만약 북한이 ICBM 등을 발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넘는 행동으로 판단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나에게 한 약속을 깰 것이라고 보지 않지만 어쩌면 깰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도 북한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겨냥해 ‘코피작전(Bloody Nose Strike)’과 같은 군사 옵션 카드를 쓸 수도 있다. 코피작전은 북한의 상징적인 핵·미사일 시설에 대해 제한적 타격을 가하는 일종의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의 일환이다. 미국 정부는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것은 미국인의 생명을 보호하고 미군 병력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적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에스퍼 장관은 “누구든지 우리에게 도전한다면 미군에 의한 가혹하고 강력한 대응을 맞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우리 국민과 이익이 전 세계 어디에 있든 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정은과 북한 정권은 이란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물론 한국을 상대로 보복 공격에 나설 것이 분명하고, 이에 따라 국지전이나 전면전이 불가피하게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이 두 개의 전쟁을 벌일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군이 진정으로 ‘파이트 투나잇’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의회 청문회를 개최하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문재인 정부는 지난 2년간 한·미 연합훈련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는 등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전쟁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왔다. 볼턴 전 보좌관이 “미국은 한국에서 취소되거나 축소된 모든 군사 훈련을 완전히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듯이, 문재인 정부는 ‘국가 안보는 1%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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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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