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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1호] 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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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통신]아베정권, 이번엔 카지노 스캔들

도쿄= 이하원  조선일보 특파원 may2@chosun.com

▲ 지난해 12월 24일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아베 일본 총리. photo 뉴시스
2020년 새해 첫날, 아사히신문 1면 톱기사가 일본 정치권을 흔들었다.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 사업과 관련해 중국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은 일본 국회의원이 5명 더 있다는 특종기사였다. 순식간에 퍼져 나간 이 기사로 인해 지난해 말 중국의 인터넷 기업 ‘500.COM’으로부터 370만엔을 받은 혐의로 자민당의 아키모토 쓰카사(秋元司) 중의원 의원이 도쿄지검에 체포된 데 이어 5명이 이 사건에 더 연루된 것이 표면화됐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관련 의원들이 부인한다는 이유 등으로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다. ‘자민당 의원 4명, 일본유신회 의원 1명’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만 보도했다.
   
   그러자 이틀 뒤인 1월 3일, 요미우리신문이 아사히신문에 거명된 의원 5명의 이름을 전격 공개하는 기사를 1면 톱기사로 냈다. 이 명단엔 지난해까지 방위상을 역임하며 ‘레이더 사건’으로 한국에도 알려진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의원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아사히와 요미우리는 일본에서 각각 리버럴(진보)과 보수를 상징하는 신문이다. 아사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어서 ‘반(反)아베 신문’으로, 요미우리는 ‘친(親)아베 신문’으로 불린다. 여간해서는 상대방의 단독 기사를 인정하거나 잘 받아쓰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요미우리가 아사히 보도를 이틀 만에 1면 톱기사로 받아 관련 명단을 공개할 정도로 이번 사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8일엔 아베 정권에 우호적인 산케이신문이 아키모토 의원이 받은 뇌물 총액이 1000만엔에 이른다고 역시 1면 톱기사로 전했다.
   
   아베 정권을 겨냥하는 대형 스캔들로 비화 중인 카지노 사건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당시 도쿄지검 특수부는 2018년 국토교통성 부(副)대신으로 복합리조트 사업을 담당했던 아키모토 의원을 500.COM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일본 언론은 2010년 민주당의 이시카와 도모히로(石川知裕)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후 처음 의원이 체포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자민당 4명, 일본유신회 1명 수사 중
   
   아키모토 의원은 복합리조트 사업에 관심을 가진 500.COM이 2017년 일본 법인을 만들 때부터 ‘특수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8월 오키나와에서 열린 복합리조트 세미나에서 500.COM의 중국인 경영자와 함께 기조 강연을 했고, 같은해 12월에는 중국 선전의 500.COM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복합리조트 유치를 희망하던 홋카이도의 지자체 루스쓰무라(村) 공무원들을 이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만나기도 했다.
   
   도쿄지검의 수사대상이 된 500.COM은 중국의 인터넷 복권 관련 기업이다. 뉴욕 증시에 상장돼 스포츠복권 등의 판매액이 3200억엔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지만, 최근 영업 성적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500.COM은 2017년에 일본인 로비스트를 통해 약 2250만엔을 불법 반입한 후, 같은해 9월 중의원 해산 당일에 아키모토 의원에게 300만엔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서 비슷한 시기에 이와야 의원 등 5명에게 약 100만엔씩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 스캔들은 2018년 ‘사학 스캔들’, 2019년 ‘벚꽃 스캔들’에 이어 또 다른 대형 사건이 될 조짐을 보여 아베 정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친분 있는 사학재단에 특혜를 준 ‘사학 스캔들’로 위기에 처했던 아베 총리는 지난해 국민 세금으로 진행되는 ‘벚꽃을 보는 모임’에 자신과 내각 실력자의 지역구 후원 회원을 초청한 사실이 드러나 1년4개월 만에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키모토 의원 외에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자민당 의원 4명이 모두 체포될 경우, 아베 정권은 큰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의원이 더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으로 1976년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를 전격 체포하고, 1988년 ‘리쿠르트 사건’ 연루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로 명성을 높인 도쿄지검 특수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언론은 “도쿄지검 특수부가 부활했다” “(정치인 체포) 공백의 10년 세월에 종지부”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본 사회에는 “도쿄지검 특수부가 특수부 사건다운 문제를 제대로 파고들었다”며 검찰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있다.
   
   
▲ 2018년 복합리조트 법안을 통과시키는 일본 중의원. photo 뉴시스

   아베의 야심작 복합리조트 좌초 위기
   
   카지노 스캔들이 터지면서 아베 총리가 내세운 대표적인 성장 정책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올해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연간 방일객(訪日客) 4000만명, 2030년 6000만명을 목표로 내건 아베 총리는 여행객 증가의 기폭제로서 복합리조트 사업을 적극 추진해왔다. 그는 2014년 싱가포르의 복합리조트 시설을 방문한 후, “싱가포르가 2010년 복합리조트 도입 후 국내총생산(GDP)이 1.5% 가까이 올랐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자민당은 2018년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복합리조트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통과된 법안은 카지노가 리조트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3% 이내로 제한하면서도 일본인의 입장을 허용했다. 아베 내각은 복합리조트가 활성화되면 카지노가 합법화된 싱가포르, 필리핀 등으로 향하던 여행객을 대거 흡수할 것이라고 홍보해왔다. 일본 다이와(大和)연구소는 복합리조트가 제 궤도에 오르면 연간 약 2조엔의 경제 파급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카지노 스캔들로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지난 1월 8일 복합리조트 사업 유치를 추진해온 지바현은 이를 중단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업 유치를 해온 요코하마시에서도 이미지 악화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복합리조트 사업과 관련한 정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아베 내각은 카지노 스캔들이 심상찮다고 보고 1월 8일 복합리조트 관리위원회를 신설해 투명한 운영을 하겠다며 여론 진화에 나섰다.
   
   이에 대해 입헌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오는 1월 20일 국회 개원(開院)과 함께 복합리조트 폐기법안을 제출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예정이다. 카지노 스캔들은 연초 일본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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