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방역지휘관 천스중 위생복리부 부장(장관). ⓒphoto 구글
대만에서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방역지휘관 천스중 위생복리부 부장(장관). ⓒphoto 구글

“감정을 통제 못 해 죄송합니다.”

지난 2월 4일 천스중(陳時中) 대만 위생복리부장(장관)이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떨궜다. 247명을 태운 중국동방항공 1차 전세기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대만 교민들을 싣고 타이베이 인근 타오위안(桃園)공항에 도착한 다음 날 이뤄진 기자회견에서였다. 중국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민주진보당(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야당인 국민당 채널까지 총동원해 항공사 선정부터 충돌을 빚으며 겨우 뚫어낸 전세기였다. 우한에서 귀국의사를 전한 대만 교민들은 900여명. 천스중 부장은 “우한에 남은 사람들이 현지의 열악한 의료환경으로 귀중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발언한 직후 감정이 북받치는 모양새였다.

우리의 보건복지부 장관에 해당하는 천스중 부장은 대만 타이베이의대를 졸업한 최초의 치과의사 출신 위생복리부 부장이다. 2017년 2월 취임해 대만의 역대 위생복리부장 중 최장 기간 재임 중이다. 그의 현재 타이틀은 코로나19 방역을 총지휘하는 ‘중앙전염병지휘센터 지휘관’. ‘지휘관’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연신 목이 메어 눈물을 억누르는 그의 모습은 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감정이 북받친 천스중 부장이 차석인 저우즈하오(周志浩) 위생복리부 질병관제서장에게 마이크를 잠시 넘겼을 때도 TV 카메라는 여전히 천스중 부장을 주목했다.

‘국민영웅’ 떠오른 방역지휘관 천스중

지난 2월 3일 자국 교민들이 우한에서 전세기로 1차 탈출한 직후, 천스중 부장이 지휘하는 대만 위생복리부를 비롯해 관련 부서들은 발 빠르게 범정부적인 추가 조치에 돌입했다. 2월 4일부터 중국 및 홍콩, 마카오에 기항한 지 14일 이내 크루즈선의 대만 입항을 불허한 데 이어 2월 6일부터는 모든 국제 크루즈선의 대만 입항도 불허했다.

앞서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영국 선적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일본으로 향하기 전인 지난 1월 31일 대만 지룽(基隆)항에 기항한 적이 있었다. 당시 배에서 하선한 1000여명의 크루즈선 승객들은 30여대의 관광버스에 나눠 타고 수도 타이베이의 101타워를 비롯해 고궁박물원, 중정(장제스)기념당, 예류 등 타이베이 내외의 관광명소를 둘러봤었다. 이후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대만 전역에서도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공포가 번지고 있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선자 가운데는 대만 국적자도 24명이나 됐다.

대만에서 대륙과의 양안(兩岸) 관계사무를 관장하는 대만 대륙위원회(한국의 통일부에 해당)는 천스중 부장이 이끄는 ‘중앙전염병지휘센터’의 결정에 따라, 2월 7일부터는 대만 입국 전 14일 이내 중국 본토를 비롯 특별행정구(SAR)인 홍콩, 마카오를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시켰다. 홍콩, 마카오을 방문한 사람 중 대만 거류증을 소지한 사람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입국이 허용됐고, 입국 후 14일간 자가격리 조치가 단행됐다. 자가격리를 어길 시 최고 15만대만달러(약 6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2월 10일부터는 대만 본섬보다 중국 푸젠성과 훨씬 더 가까운 진먼다오(金門島)와 마주다오(馬祖島)에 대한 자유왕래도 중단시켰다. 대륙과의 모든 항로와 해로 등 직항노선을 끊어버린 것이다. 또 2월 11일부터는 홍콩, 마카오에 대한 여행경보 조치도 ‘황색’으로 격상해 자국인들의 불필요한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대만으로는 매일 7000~8000명의 중국인들이 비행기와 배를 타고 들어왔다. 코로나19 창궐 이후에도 매일 5000명가량의 중국인이 입국하고 있었다. 이를 물샐틈없이 차단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었다.

지난 2월 8일 대만 지룽항에 입항한 크루즈선 ‘수퍼스타 아쿠아리우스호’에 방역요원들이 탑승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2월 8일 대만 지룽항에 입항한 크루즈선 ‘수퍼스타 아쿠아리우스호’에 방역요원들이 탑승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확진자 32명, 정부 조치 신뢰 85.6%

지난 1월 23일 중국 정부가 코로나19가 창궐한 후베이성 우한을 전면봉쇄하는 조치를 한 직후부터 순차적으로 단행된 차이잉원 정부의 대중국 초(超)강경 조치의 효과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은 대만, 홍콩, 마카오 등을 자국의 한 개 행정구역으로 간주해 전체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에 합산 발표한다.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에는 대만의 수치가 포함돼 있다. 지난 2월 27일 오전 11시까지 나온 대만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2명, 사망자는 단 1명에 불과하다.

중국의 31개 성급 행정구역 가운데 대만보다 확진자 수가 적은 곳은 서부 시짱티베트자치구(1명)와 칭하이성(18명) 단 2곳뿐이다. 대만의 코로나19 성적표는 대만과 유사한 경제구조와 소득수준, 선거로 선출된 정부를 갖춘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서도 확연히 돋보인다. 2월 27일 오전 11시 기준, 한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595명, 사망자는 13명으로 중국 다음으로 높다. 반면 대만의 누적 확진자는 32명으로 일본(189명·본토 기준), 싱가포르(93명), 홍콩(91명)에 비해 월등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대만 차이잉원 정부의 상대적인 선방은 대만인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수치에서도 입증된다. ‘대만민의기금회’가 지난 2월 17일과 18일 양일간 대만인 1079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차이잉원 정부의 향후 방역(코로나19)에 대한 믿음이 있느냐’는 질문에 35.4%가 ‘매우 신뢰한다’, 50.2%가 ‘신뢰한다’ 등 85.6%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7.5%), ‘하나도 신뢰하지 않는다’(2.8%) 등 부정적으로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10.3%에 불과했다. 대답하기 어려움(1.9%)까지 포함해도 12.2%에 불과했다.

차이잉원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답변자의 비율(85.6%)은 지난 1월 대만 대선 때 재선된 차이잉원 총통의 득표율(57.13%)을 30%포인트가량 웃도는 수치다. 민진당 정부의 강경한 방역 조치에 민진당 지지자와 야당인 국민당 지지자들을 막론하고 확고한 신뢰를 보내는 셈이다. 실제로 같이 여론조사가 이뤄진 “정부의 방역에 몇 점을 주겠느냐”는 설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75.3%가 80점 이상을 줬다. 0~49점을 택한 사람은 0.9%로 전체 평균점은 84.16점에 달했다. 이례적으로 대단한 만족도를 기록한 셈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거의 공황상태에 빠진 한국과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경쟁국과 달리, 대만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하는 ‘지휘관’ 천스중 부장의 인기가 치솟는 기현상도 보인다. 장관급으로 하루 3차례까지 기자회견을 소화하는 천스중 부장의 강행군이 알려지자 ‘철인(鐵人)부장’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천스중 부장 쉬어라’는 해시태그까지 달리고 있다. ‘천스중이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보다 낫다’ ‘천스중을 차기 행정원장(국무총리)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여론마저 비등하고 있다.

한국보다 한 달 먼저 마스크 통제

사태 초기 대만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과 주도면밀한 조치는 가장 돋보이는 측면이다. 대만 행정원은 중국 당국이 우한을 봉쇄한 다음 날인 지난 1월 24일부터 의료용(N95) 마스크에 대해 1개월간 수출금지 조치를 발동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만섬 내에서 사용할 마스크가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의료물자 비축에 나선 것이다. 수출금지 조치에 대해 친중(親中) 성향의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등이 ‘인도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비판하자, 민진당 소속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국무총리)은 “자신을 구해야 남도 구할 수 있다(自救才能救人)”는 현실론으로 맞대응했다.

마스크 매점매석을 막기 위한 ‘마스크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준(準)전시를 방불케 하는 과감한 조치 도입도 불사하지 않았다. 당초 대만 정부는 지난 2월 1일부터 1인당 하루 3개까지만 개당 6대만달러(약 240원)에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상황이 장기전 양상으로 접어들자 지난 2월 6일부터는 건강보험카드를 휴대한 1인이 7일간 1회, 마스크 2장씩에 한해 개당 5대만달러(약 200원)에 살 수 있도록 했다. 가격통제를 비롯한 매점매석 제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날도 홀짝수로 지정하고, 특약을 맺은 6000여곳 판매상은 하루에 성인용 마스크는 200장, 아동용 마스크는 50장만 공급할 수 있도록 한 판매 제한 조치도 함께 취했다. 이 모든 조치는 사태 초기 ‘마스크 300만장 중국 퍼주기 논란’으로 허우적거린 한국 정부가 마스크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지난 2월 26일보다 한 달 앞서 단행됐다.

이 밖에 대만 교육당국은 겨울방학을 늘리고 여름방학을 줄이는 식으로 당초 2월 11일로 예정된 초·중·고등학교의 개학 일정을 2주간 늦춘 2월 25일로 재조정했다. 개학에 대비해 각급 학교에는 마스크 645만장을 비롯해 온도계와 손소독제 등을 다량으로 비축했다. 또한 지난 2월 23일부터는 자국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코로나19가 번져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자국의 의료 공백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 2월 7일 위생복리부 질병관제서를 찾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천스중 위생복리부 부장(오른쪽). ⓒphoto 대만 중앙사
지난 2월 7일 위생복리부 질병관제서를 찾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천스중 위생복리부 부장(오른쪽). ⓒphoto 대만 중앙사

철저한 ‘자국민 우선’ 방역 기조

중국발 감염원 유입 차단을 위해 비정(非情)하리만큼 ‘국적(國籍)’을 우선시하는 것도 대만과 한국의 차이점이다. 대만에서는 지난 2월 3일 우한 교민들을 1차로 데려온 후 중국 국적 배우자와 가족을 추가로 데려오는 문제로 격론이 벌어졌다. 대만 이민서(이민국)에 따르면, 대만의 중국 국적 배우자는 약 35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대만 정부는 철저한 ‘자국민 우선’ 원칙에 따라, 지극히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국 국적 배우자들을 대륙에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방법은 친중 성향 국민당의 상당한 반발을 샀으나, 천스중 부장은 “스스로 배를 침몰시킬 수는 없다”며 “대만 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로 정면돌파했다.

제2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될 뻔했던 크루즈선 ‘수퍼스타 아쿠아리우스호’ 처리에서도 유연함이 돋보였다. 대만 지룽항을 모항으로 하는 ‘수퍼스타 아쿠아리우스호’는 지난 2월 4일 지룽항을 떠난 후 일본 오키나와 나하항에서 상륙을 거부당한 뒤 1738명의 승객을 태운 채 해상에 표류하고 있었다. 이 중 대만 승객은 1709명에 달했다. 이들이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영상으로 구조요청을 보내자, 천스중 부장은 “1738명이 한꺼번에 하선하면 통제가 어렵다.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전원격리한다”는 조치를 밝힌 뒤 제한적 입항을 허용했다.

대만 정부가 2월 7일자로 모든 국제 크루즈선의 대만 입항을 불허한 상태였지만, 승객 절대다수가 대만 국적자란 점을 감안해 입항에 예외를 둔 것이다. 이에 천스중 부장은 지난 2월 8일 지룽항으로 다시 입항한 크루즈선에 방호복을 입은 방역요원들과 직접 승선해 1차 검역을 진행한 뒤 의심증상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대만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며 하선 명령을 내렸다. 일본 아베 정부의 무조건 격리 방침으로 2월 27일 현재까지 확진자만 705명에 사망자 4명을 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와는 다른 원만한 처리였다.

확진자 동선 비공개 기조

확진자 발견 시 차분한 대응을 하는 것도 한국 방역당국과의 차이점이다. 한국의 방역당국인 질병관리본부와 각 지자체가 확진자의 신원과 동선을 시시콜콜하게 공개하는 것과 달리, 대만의 방역당국은 확진자들의 동선을 일절 비공개에 부치고 있다. “확진자들의 감염원과 동선을 일일이 공개할 경우, 오히려 더 큰 혼란과 공포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천스중 부장의 일관된 주장이다. “확진자가 오늘 여기 갔다, 내일 저기 갔다고 알리는 것이 전체 사회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 그의 논리다.

반면 타이베이 시장으로 재임 중인 커원저(柯文哲) 같은 정치인은 “감염원과 동선을 공개하지 않으면 더 큰 공포를 초래한다”고 맞서고 있다. 커원저 시장 역시 외과의사 출신으로 지난 2014년 민진당의 지지를 받아 무소속으로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민중당이란 별도 정당을 만들어 민진당과 각을 세우고 있다. 당초 대만 당국은 우한에서 데려오는 교민들을 격리하는 장소도 비공개 방침이었는데, 커원저 시장이 언론에 흘리는 바람에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현재 대만 여론은 80% 이상이 천스중 부장의 비공개 동선 방침에 좀 더 지지를 보이는 상태다. 커원저에게는 오히려 ‘촉새’란 별명이 붙을 정도다.

대만의 대중 강경조치는 중국에 대한 앙갚음 성격도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1월부터 대만의 미국산 무기구매를 빌미로, 중국 내 47개 도시에 대만 개별 관광을 전면 중단시켰다. 당시는 홍콩에서 반중(反中) 송환법 시위가 한창일 때였다. 지난 1월 대선과 총선을 앞둔 민진당 차이잉원 정부가 홍콩의 반중시위를 노골적으로 지지하자, 중국은 대만을 길들일 가장 강력한 무기로 중국 관광객 카드를 꺼내들었다. 과거 박근혜 정부 때 불거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 한국행 단체관광과 전세기, 크루즈선을 전면중단시킨 것과 판박이였다.

대만을 찾는 중국 관광객 중 개별 관광객 비중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다. 대만 관광국과 이민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대만을 찾은 중국 관광객 269만명 중 개별 관광객은 100만명으로 3분의 1가량에 달했다. 중국 정부가 먼저 정치적인 이유로 3분의 1가량을 틀어막았으니, 피차일반으로 중국 관광객의 입국을 전면금지한다고 해도 대만 정부로서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었다.

중국은 2016년 민진당 차이잉원 정권 출범 후에는 대만의 WHO(세계보건기구) 옵서버 자격마저 압력을 가해 박탈시킨 상태였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워 대만의 모든 국제기구 가입을 저지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중국에 우호적인 국민당 마잉주 정권 때인 2009년부터 2016년까지는 WHO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을 허용해줬다. 어차피 WHO 가입국이 아닌 대만으로서는 친중적인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출신 WHO 사무총장(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의 말에 얽매여 이동중단 조치를 망설일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지난 2월 22일 마스크 생산공장을 찾아 수급상태를 확인하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 ⓒphoto 대만총통부
지난 2월 22일 마스크 생산공장을 찾아 수급상태를 확인하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 ⓒphoto 대만총통부

대만, 한국 관광객 자가격리 14일

대만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 한국인 관광객도 언제든지 틀어막을 수 있다는 태세다. 대만 위생복리부는 지난 2월 24일자로, 한국에 대한 국외여행지 전염병 등급을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했다. 지난 2월 25일부터는 한국에서 오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대만에 도착하는 즉시 자가격리 14일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2018년 기준으로 대만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102만명으로 중국(269만명), 일본(196만명), 홍콩(150만명) 다음으로 많다. 자국민 보호를 위해서는 4위의 관광수입원(한국)마저 포기할 수 있다는 태세다.

반면 한국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월 23일 우한 봉쇄 직후 확진자만 8만명 가까이 나온 최대 오염원인 중국에 여전히 대문을 활짝 열고 있다. 발원지인 후베이성을 제외한 어떤 성(省)에 대해서도 일절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후베이성 외에 2월 27일 현재 확진자만 1000명을 넘는 광둥성(1347명), 허난성(1272명), 저장성(1205명), 후난성(1017명)으로 입국금지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이마저 요지부동이다. 다른 국가들에서 흔히 취하는, 상무비자를 제외하고 관광비자에 한해서만 발급과 입국을 금지하는 최소한의 방안조차 취하지 않고 있다.

당초 한국처럼 후베이성에 한해서만 입국금지를 실시하던 일본마저 본토 확진자가 늘자 지난 2월 12일부터 확진자가 1000명 이상 나온 저장성으로까지 입국금지 조치를 확대한 바 있다. 2018년 기준 일본의 대중 교역액은 3175억달러로 한국(2434억달러)보다 많다. 언론에서 ‘방문을 열어놓고 모기 잡는 시늉한다’란 비판이 나오자, 한국은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겨울에는 모기가 없다”는 말로 응수하는 수준이다. 중국발 입국금지를 7차례나 건의한 대한의사협회는 급기야 박능후 장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지휘관의 유무능이 한국과 대만의 오늘을 갈랐다.

대만의 대중 교역액

2018년 기준 2262억달러… 1인당 교역액 한국보다 훨씬 많아

대만 민진당 차이잉원 정부의 사례는 중국발(發) 입국차단을 끝내 주저하다 중국 다음으로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만들어낸 한국 민주당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일찍이 중국과 가장 먼저 문을 걸어 잠근 북한(1월 22일)을 비롯 몽골, 베트남(이상 2월 1일), 필리핀(2월 2일), 러시아(2월 20일)와 달리 대만은 한국과 가장 비슷한 경제구조와 소득수준을 가진 나라다. 사실 일찍 문을 잠근 나라들과 중국과의 교역액은 1478억달러(베트남), 1070억달러(러시아), 556억달러(필리핀), 79억달러(몽골), 27억달러(북한) 정도에 그친다.

반면 대만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 못지않게 크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대만과 중국 양안 간 교역액은 2262억달러(약 275조원)에 달한다. 같은 해 한국과 중국 간 교역액 2434억달러(약 296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만 인구가 2368만명으로 한국(약 5184만명)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1인당 대중 교역액은 한국보다 훨씬 큰 셈이다. 또한 대만에서 중국으로의 수출이 1775억달러로 수입(486억달러)을 월등히 능가한다. 대만으로서는 함부로 포기하기 힘든 알짜시장이 중국 본토인 셈이다.

대만 관광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 못지않게 크다. 2016년 민진당 차이잉원 정권 출범 후 중국이 압박을 가한 결과 330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2015년에 비해 대륙 관광객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18년 기준 대만을 찾은 외래관광객 1106만명 중 중국 대륙에서 건너온 관광객은 269만명에 달했다. 홍콩과 마카오(165만명)까지 합치면 434만명에 달한다. 대만 전체 관광객 중 중국 관광객 비중은 24%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외래관광객(1750만명)에서 중국 관광객이 602만명으로 34%의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못지않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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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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