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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9호]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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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통신]위기상황에도 엔화 급등 안전자산 신화는 계속?

도쿄= 이하원  조선일보 특파원 leehawon@gmail.com

▲ 지난 3월 10일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쓴 채 도쿄 시내 닛케이지수와 엔화 시세 전광판 아래를 지나고 있다. photo 뉴시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병)이 전 세계 증권시장을 덮친 지난 3월 9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5% 급락하면서 평균주가 2만엔이 깨졌다. 장중(場中) 2만엔 밑으로 곤두박질친 것은 1년2개월 만이었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도 한 차례 서킷브레이커(거래중단)가 발동되면서 7% 이상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지수도 3% 넘게 하락했다.
   
   
   아베노믹스의 가장 큰 적은 엔고
   
   전 세계를 강타한 ‘블랙 먼데이’에서 돋보인 것은 일본 엔화였다. 같은 날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직전 영업일인 지난 3월 6일보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4엔가량 올랐다(환율 하락). 달러당 101엔50전을 찍었다. 2016년 11월 이후 3년4개월 만의 최저치 기록이다.
   
   위기상황이 되면 일본의 엔화는 금(金)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엔고(円高) 현상이 발생해왔다. 이번에도 코로나19 위기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움직임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는 현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엔화를 사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리 소이치로(森宗一郞) 우에다하로 외화보증금 사업부 차장은 지난 3월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분간은 엔고가 다시 진행될 리스크에 대해 경계를 계속하는 것이 좋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코로나19의 감염 확대에는 아직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특히 구미(歐美)에서는 아시아와 비교해서 감염자 수 대비 사망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사람이나 물건의 이동 제한이 유럽이나 미국 전역에 퍼지면 투자가의 불안이 다시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갑작스러운 엔고 현상으로 일본에 체재하는 한국 주재원, 학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국의 엔화 대비 환율은 지난 3월 10일 순식간에 100엔당 1142원까지 치솟았다. 한 달 전에 비해서는 10% 가까이 원화 가치가 떨어져 현해탄 너머에서 오는 돈으로 생활해야 하는 한국인들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당시처럼 100엔당 1500원까지 환율이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이와는 정반대 걱정을 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엔고를 아베노믹스의 가장 큰 적(敵)으로 규정한다. 2012년 2차 집권한 아베 총리는 최근 3년간 달러당 108~110엔을 절묘하게 유지하며 수출을 늘리고 연간 관광객을 3300만명까지 끌어올렸다. 비교적 안정된 엔저(円低)는 일본 사회가 활력을 갖게 한 원동력이자 아베노믹스 성공의 한 축(軸)이었다. 이 때문에 일본 은행이 즉각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 엔고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막대한 대외 순자산과 ‘허드 이펙트’ 효과
   
   그러면 왜 국제적인 위기 때마다 엔화를 안전자산이라고 믿고 엔화를 사는 현상이 반복되는 걸까. 와세다대 박상준 교수는 이를 ‘허드 이펙트(herd effect)’로 설명한다. ‘herd’는 무리가 떼 지어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모두가 엔을 안전자산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엔화에 대한 허드 이펙트가 작동하는 배경에 일본이 대규모의 대외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일본 기업이나 개인이 해외에 보유한 자산은 2017년을 기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엔(약 1경)을 넘어섰다. 부채를 뺀 대외 순자산도 350조엔 수준이다. 약 3조달러의 해외 순자산은 미국·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다. 일본의 해외 자산은 아베 정권이 시작된 2012년부터 50% 이상 증가했다. 개인은 미국에 투자신탁을 하고, 생명보험사 등은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해외 투자를 늘려 세계 최고가 됐다. 유사시 일본의 해외 순자산은 본국으로 돌아와 엔화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일본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약 250%로 세계 1위다. 그렇지만 국채를 대부분 일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도 위기상황에서 엔화에 대한 믿음을 주고 있다. 세계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져도 일본이 파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세계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엔화를 산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엔화=안전자산’이라는 신화에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그동안 국제적인 위기 때마다 ‘안전자산’으로 인식돼온 엔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월 21일 달러·엔 환율은 112엔대로 성큼 올라섰다. 지난 2년간 통상 108~110엔대를 오갔는데 이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달러·엔 환율이 112엔대까지 올라간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었다. 달러·엔 환율은 2월 24일에도 111엔을 기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같은 현상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와는 분명히 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엔 일본이 문제를 일으킨 당사국이고 일본 전역으로 피해가 확산됐지만 오히려 엔화를 사려는 움직임이 커졌다. 2011년 3월 17일 하루에만 1엔70전이 오르는 ‘엔 상승-달러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정반대로 2월 20일 하루에 1엔60전이 내려 ‘엔 하락-달러 상승’을 기록했다.
   
   
   안전자산 신화에 대한 반론도
   
   이에 대해 노무라연구소는 일본이 중국에 이어서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경제활동이 현저하게 나빠질 것이라는 시각이 해외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 아니냐고 분석했다. 노무라연구소가 이 같은 분석을 한 배경에는 아베 내각이 코로나19가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문제를 잘못 다뤄 감염자가 700명 넘도록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무역구조의 변화도 그 이유로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2000년대까지 매년 10조엔 안팎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본의 무역흑자는 2011년경부터 크게 감소해 지난해는 약 5000억엔의 흑자에 머물렀다.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빌린 돈을 금리가 높은 미국에서 운용해 수익을 올리는 ‘엔 캐리 거래’의 감소도 엔화에 대한 믿음이 줄어든 이유로 지적됐다. 유럽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유로화를 빌려 달러에 투자하는 거래가 많아지다 보니 엔 캐리 거래가 감소하면서 엔화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경제학적인 면에서 엔화가 안전자산이라는 신화가 계속 작용할지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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