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 인근 신국제전람중심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입국자 선별장. ⓒphoto AP·뉴시스
지난 3월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 인근 신국제전람중심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입국자 선별장. ⓒphoto AP·뉴시스

“전체적으로 중국에서 전염병 유행은 정점을 지났다.”

지난 3월 12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미펑(米鋒) 대변인이 한 말이다. 미펑 대변인은 이 같은 발언의 근거로, 후베이성 우한(武漢)에서 새로 증가한 확진자가 한 자릿수인 8명으로 떨어졌고, 우한 이외 후베이성 내에서 일주일 이상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서 새로 증가한 확진자는 7명인데, 이 중 6명이 외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통계 수치만 놓고 보면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서 코로나19는 사실상 소멸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베이징, 항공 입국자 2주 격리

실제로 지난 3월 18일 기준(0~24시)으로도 13억 중국 전체 인구에서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34명과 18명에 불과했다. 이 중 우한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0명에 그쳤고, 34명은 모두 해외에서 감염돼 후베이성 외 다른 지역에서 확진된 것으로 집계됐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수천, 수백 명씩 쏟아져 나오던 불과 1달 전에 비해 천양지차의 변화다.

하지만 낙관적인 통계수치와 달리 중국 수도 베이징은 정반대로 더욱 강화된 조치를 내놓고 있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관문인 서우두(首都)국제공항은 지난 3월 16일 0시부터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 승객들을 대상으로 14일간 지정시설(호텔)에서 집중격리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른 숙식비 등 일체의 비용은 격리자가 부담토록 했다. 또 지난 3월 19일 0시부터는 베이징 서우두공항으로 들어오는 국제항공편을 톈진, 스자좡 등 다른 지역 공항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 3월 6일부터는 베이징 관내 지하철에서도 지하철 탑승 예약제를 시범실시하는 등 더욱 강화된 조치를 도입했다. 베이징 지하철 5호선 톈통위안(天通苑)역과 창핑선 샤허(沙河)역에서 출근시간대(6시30분~9시30분) 승객을 대상으로 미리 예약한 승객들만 지하철역으로 들어와 탑승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출근시간대 콩나물 시루와 같은 지하철에서 감염을 막기 위해 예약한 QR코드를 역무원에게 제출해야 지하철역 안으로 진입해 탑승할 수 있게 한 전례 없는 조치다.

확연한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개학 날짜를 못 정하는 것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베이징의 유치원을 비롯해 초·중·고 각급 학교는 현재 개학을 무기한 미루고 있다. 이에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가중되자 개학 시기를 두고 베이징에서는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는 4월 6일,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4월 20일부터 개학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자 베이징시 당국은 지난 3월 11일 “베이징시 개학 일자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관련 소문을 부인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중국의 일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수업 재개는 코로나19 피해가 거의 없다시피 한 지역에서도 요지부동이다. 시짱티베트자치구의 경우 누적확진자가 불과 ‘1명’에 불과하지만 3월 20일 전까지 개학을 못 하도록 못 박고 있다. 누적확진자가 100명 미만인 지린성(93명), 신장자치구(76명), 닝샤자치구(75명), 네이멍구자치구(75명), 칭하이성(18명)도 아직 개학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한 차례 연기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재개시점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시가 수치상 코로나19 사태가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강화된 조치를 내놓자 중국 위생당국이 발표하는 통계를 믿을 수 없다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소셜미디어인 웨이신(위챗)과 웨이보에서는 “5월 1일 노동절 연휴까지는 신문에서 어떻게 떠들거나 방역 수준을 낮추더라도, 가급적 집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제법 그럴듯한 글들이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

경이적인 치사율과 치료율 변화

중국 위생당국이 매일 발표하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 통계는 지난 2월 셋째 주(2월 9~15일)까지만 해도 하루 수천 명씩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갑자기 눈 녹듯 증가세가 줄어들었다. 지난 2월 19일부터 환자 집계 방식을 바꾼 뒤부터 이런 변화가 더욱 뚜렷해졌다. 그 결과 중국 내 337개 도시에서 쏟아졌던 확진자는 현재 49개 도시로 줄어든 상태다. 나머지 288개 도시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눈으로 확인한 코로나19의 급속한 전파력만 놓고 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수치다.

실제로 몇 가지 지표만 놓고 봐도 중국 통계에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치사율이 대표적이다. 무증상 및 경증 환자까지 걸러내고 있는 한국의 지난 3월 18일 기준 코로나19 치사율은 1.06%다. 하지만 중국도 후베이성(4.6%)을 포함한 전체 치사율은 4%에 달하지만, 후베이성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치사율은 0.9%에 불과하다. 아무리 후베이성을 제외했다고 해도 중국과 한국 의료시설의 수준 차이가 명백한 상태에서 더 낮은 치사율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치료율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환자가 한창 급증하던 지난 2월 14일 기준으로 중국 전역의 치료율은 12.2%에 그쳤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치료율이 폭발적으로 치솟더니 지난 3월 18일 기준으로 치료율은 86.8%에 달한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같은 기간 치료율은 2월 14일 11.43%에서 10.97%(3월 18일)로 큰 변화가 없다. 아직까지 코로나19 치료약이나 백신이 개발된 것도 아닌데, 중국에서만 거의 ‘신기’에 가까운 치료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국 당국이 실물경제 마비를 막기 위해 후베이성을 제외한 지역에서 의도적으로 ‘숫자 관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당국이 업무복귀를 독려한 결과 적어도 통계상으로는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전역의 업무복귀율은 거의 정상수준을 회복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3월 17일 “후베이성을 제외한 지역의 업무복귀율은 평균 90%를 넘었고 저장성, 장쑤성, 상하이시, 산둥성, 광시자치구, 충칭시 등은 업무복귀율이 100%에 가깝다”고 밝혔다.

한국도 ‘분식(粉飾)’ 개연성이 다분한 중국 측 통계를 믿기보다 코로나19 사태에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베이징이 모든 외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14일간 집중격리를 실시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중국(후베이성 제외)은 물론 확진자만 1만명 이상 나온 이탈리아·이란·스페인·독일발 입국자에 대해서도 여전히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소위 ‘특별입국절차’를 통해 자가진단 앱만 깔면 14일간 격리 없이도 서울을 비롯해 한국 전역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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