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검역관들이 공항에서 입국자들의 발열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photo The Star
라오스 검역관들이 공항에서 입국자들의 발열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photo The Star

라오스는 중국·베트남·북한·쿠바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5개국밖에 되지 않는 공산주의 국가 중 하나이다. 원래 왕국이었던 라오스는 1893년부터 프랑스의 보호령으로 지배를 받다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연방의 일부가 됐고 1949년 7월 독립했다. 독립 이후 입헌군주제를 유지해오다 1975년 공산혁명을 통해 인민혁명당이 정권을 잡고 지금까지 통치하고 있다. 인도차이나반도 중앙부에 있는 라오스는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 유일한 내륙국이다. 동쪽으로 베트남, 남쪽으로 캄보디아, 서쪽으로 태국, 북서쪽으로 미얀마, 북쪽으로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국토는 한반도 면적의 1.1배이지만 인구는 655만명밖에 되지 않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500달러로 전 세계 국가들 중에서 최빈국에 속한다. 라오스는 과거 ‘은둔과 신비의 땅’이라고 부를 정도로 국제사회와 별다른 교류가 없었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집중적인 투자로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여왔다.

유커 100만명 다녀간 라오스, 확진자 ‘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발 코로나19를 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인 팬데믹(pandemic)으로 선언했는데도 라오스에선 지금까지 확진 환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라오스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특별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으나 지난 2월 초부터 국경지역에 검역소를 설치하고 중국행 항공기 운항을 일부 중단했다. 하지만 라오스는 지금까지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린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라오스 경제가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덕분에 라오스 경제가 상당히 호황을 보였다. ‘중국-라오스 관광의 해’였던 지난해 라오스를 방문한 유커는 무려 100만여명에 달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월 27일 자국 관광객들의 해외 단체 여행을 금지할 때까지 수많은 유커들이 라오스를 다녀갔다. 그런데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것은 신기할 정도다.

특히 중국 윈난성과 국경을 접한 라오스 북부 지역에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호텔과 카지노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사실상 중국 경제권으로 편입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게다가 수도 비엔티안에는 중국어 간판들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또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따라 윈난성 성도 쿤밍과 수도 비엔티안을 잇는 길이 414㎞에 달하는 철도가 건설되고 있다. 이 사업에 투입되는 자금은 60억달러로, 중국이 70%, 라오스가 30%를 투자했다. 하지만 라오스의 투자 자금은 중국의 차관을 들여오는 형식이어서 사실상 중국 자본에 의해 건설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GDP가 168억5300만달러로 세계 112위에 불과한 라오스가 GDP의 40%에 달하는 철도 건설을 중국 자본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라오스에서 활동하는 많은 중국인들은 춘절(春節·중국의 설·1월 24〜30일)을 맞아 고향을 다녀왔다.

라오스가 ‘코로나19 청정국’이라고 불리는 진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공공의료 체계가 열악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비엔티안에 국립종합병원이 있지만 의료시설이 매우 낙후하기 때문에 외국인과 라오스의 중·상류층은 간단한 응급처치와 혈액검사, X-Ray 촬영 이외에는 인근 태국의 병원을 찾아간다. 약국에는 프랑스, 태국, 중국 등에서 수입된 약품들이 대부분이다. 비엔티안 이외 지역에는 병원이나 약국도 제대로 없다. 특히 라오스에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할 진단 장비도 없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의심환자의 검체 샘플을 채취해 태국으로 보내 확진 여부를 판정해왔다. 중국 정부가 최근 라오스 정부에 진단 키트와 장비를 일부 제공했지만 라오스 정부는 이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조사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라오스 국민들은 대부분 코로나19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라오스 정부가 언론 매체들을 강력하게 검열하는 등 정보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 언론들과 국제 보건단체들은 라오스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라오스 정부의 은폐 여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미얀마 초등학생들이 교사의 지시에 따라 비누로 손을 씻고 있다. ⓒphoto UNICEF
미얀마 초등학생들이 교사의 지시에 따라 비누로 손을 씻고 있다. ⓒphoto UNICEF

미얀마 “코로나 예방 위해 술·양파 먹어라”

대표적인 친중(親中) 국가인 미얀마도 ‘코로나19 청정국’이다. 미얀마는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 2월 1일부터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입국 도착 비자 발급을 중단했지만 모든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하지는 않았다. 중국은 미얀마와 2200㎞의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미얀마의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투자국이기도 하다. 미얀마 정부는 진단 기술이 없어 의심환자의 검체를 태국이나 홍콩으로 보내야 한다. 미얀마 정부 고위관료들은 소셜미디어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술을 마시고 양파를 먹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미얀마 역시 중국과 밀접한 경제관계를 맺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해 첫 해외 방문지로 지난 1월 17〜18일 미얀마를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시 주석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 겸 외교장관과 만나 차우크퓨항 특별경제구역 건설에 박차를 가하기로 합의했다. 미얀마의 경제수도 양곤에서 400㎞ 북서쪽에 위치한 차우크퓨항 개발 프로젝트는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으며, 총 투자 규모가 13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차우크퓨항은 쿤밍과 미얀마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1700㎞ 경제회랑의 서쪽 끝에 있다. 중국은 쿤밍과 차우크퓨항을 연결하는 송유관을 건설해 인도양과 남중국해 중간에 있는 말라카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새로운 루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미얀마 정부는 송유관 건설로 자국 경제가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얀마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중국에 대한 ‘눈치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게다가 미얀마의 공공의료 체계는 라오스와 마찬가지로 매우 열악하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photo Khmer Times
중국인 관광객들이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photo Khmer Times

중국과 군사훈련 벌이는 캄보디아

또 다른 친중국가인 캄보디아도 ‘코로나19 청정국’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는 지난 3월 16일 기준으로 12명이지만 모두 관광 온 외국인들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 3월 17일부터 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과 미국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한 달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훈 센 총리는 중국과의 밀월관계와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거론하며 지금까지 중국인들에 대한 입국 통제를 하지 않았다. 캄보디아 정부군과 중국 인민해방군은 3월 15일부터 30일까지 연합 군사훈련인 ‘골드 드래곤’ 훈련을 벌이고 있다. 이 훈련에는 양국 군 3000여명이 참가했다. 엣 사라 캄보디아군 부총사령관은 “중국 정부가 의료진과 보건 공무원들을 함께 참여시킨 만큼, 양국 군 병사들은 코로나19 발생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은 캄보디아에 대형 수력발전소 2기를 이미 지어줬고, 3기를 추가 건설하고 있다. 또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따라 캄보디아 시아누크항 경제특구 개발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전체 외국인 투자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주요 산업인 의류봉제업은 원자재의 60% 이상을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다. 인구 25만여명에 불과한 해양관광도시 시아누크빌에는 4만명이 넘는 중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35년째 장기 집권 중인 동남아시아 최장기 독재자인 훈 센 총리의 권력 강화를 후원해왔다. 물론 캄보디아의 공공의료 체계도 매우 열악하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14개국 중에서 라오스, 미얀마처럼 ‘코로나19 청정국’이라고 주장하는 국가는 북한이다. 북한은 코로나19에 대한 예방과 방역이 허술하고, 열악한 공공의료 체계 때문에 치료는커녕 진단조차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처음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북한의 무역일꾼과 중국인 관광객 등 많은 사람들이 북·중 국경을 오갔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북한에선 그동안 ‘의학적 감시자’가 계속 증가해왔다. 지금까지 북한 언론 매체들이 보도한 의학적 감시자는 1만여명이나 된다. 코로나19 환자가 없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WHO와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등에 진단장비와 방호복 등을 지원해줄 것을 계속 요청했다는 것은 환자가 발생했다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도 “북한군이 코로나19 때문에 30일간 봉쇄됐다가 최근 훈련을 재개했다”면서 “북한에 환자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군은 동계훈련을 대폭 축소하고, 지난 2월 8일 건군절에는 열병식 행사도 생략했다.

보건소 수준도 안 되는 북한 도립병원

탈북 의사들은 북한에는 음압병실, 치료주사나 항생제, 해열제 등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료시설이 극소수 평양 권력층이 이용하는 병원을 제외하곤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재일교포 의사 김만유가 22억엔을 투자해서 1986년 평양시 문수거리 대동강 변에 건설해준 김만유병원, 일부 상류층 여성들이 아이를 출산하는 평양산원, 조선암센터, 평양의과대학병원 등 평양의 몇 개 시범적인 대형병원을 제외하면 지방 도립병원조차 우리의 보건소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북한 보건당국이나 의료진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북한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상황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자칫하면 체제가 붕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는 붕괴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특히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해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경우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대량 탈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코로나19가 평양에서 창궐할 경우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는 바람 앞에 등불 신세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이 주장하는 ‘코로나19 청정국’의 비밀은 체제 유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북한처럼 코로나19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국가는 베네수엘라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코로나19를 피해 이웃 나라인 콜롬비아로 탈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 역시 그동안 ‘코로나19 청정국’임을 주장해오다 지난 3월 13일 미국과 이탈리아, 스페인을 방문한 41세 여성과 스페인에 다녀온 52세 남성 등 2건의 확진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유럽과 콜롬비아를 오가는 항공편을 모두 중단하고,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또 수도 카라카스에선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만 지하철을 탈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마스크 한 상자 값이 100만볼리바르나 된다. 베네수엘라 최저임금은 월 45만볼리바르인데, 최저임금 두 달치로 마스크 한 상자도 못 사는 셈이다. 두 명의 대통령, 두 명의 국회의장이 나오는 초유의 정국 혼란 속에 경제마저 완전 붕괴된 베네수엘라에선 의약품이나 의료장비는 물론 물과 전기, 비누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부정선거로 재선된 독재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코로나19는 인류에 대한 위협”이라면서 “코로나19를 억제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베네수엘라의 열악한 공공의료 체계로는 치료는 물론 진단조차 하지 못할 형편이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이웃 국가인 콜롬비아로 탈출하고 있다. ⓒphoto El Espectador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이웃 국가인 콜롬비아로 탈출하고 있다. ⓒphoto El Espectador

베네수엘라, 공공의료 인력 25% 해외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선 지난 4년간 공공의료 인력의 25%가 살길을 찾아 외국으로 떠났다. 게다가 장갑, 마스크 등 기본적인 물품은 물론 각종 의료장비조차 없다. 지난해 3월 발생한 대정전으로 의료장비 중 30%가 고장 났지만 이를 수리할 인력도 없다. 심지어 지난해 5월 최고 방역기관이자 전염병 관리의 중추였던 베네수엘라 중앙대(UCV) 열대병연구소가 약탈당하기도 했다. 당시 도둑들은 컴퓨터와 현미경 등 각종 의료장비는 물론 박테리아를 체내에서 배양하던 실험용 토끼와 닭, 쥐 등까지 훔쳐갔다. 초(超)인플레이션과 생필품 부족 등 경제난 속에서 베네수엘라 국민의 4명 중 1명이 인도주의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재 베네수엘라 국민의 94%가 빈곤 상태에 놓여 있고 60%는 극빈 상태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3년 취임한 이후 오일머니를 석유산업과 인프라 시설 등에 투자하지 않고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상복지 제도를 늘리는 등 국민들의 환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때문에 정부의 재정은 파탄 났고 공공의료 체계는 무너졌다. 국민 3200만명 가운데 최근 5년간 460만명이 콜롬비아 등 외국으로 떠났다. 전체 인구 7분의 1이 탈출한 셈이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또다시 엑소더스(대탈출)에 나서고 있다. 그러자 콜롬비아와 브라질 등 이웃 국가들은 더 이상 베네수엘라 난민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국경을 폐쇄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두로 대통령은 권좌에서 축출될 것을 우려해 코로나19의 확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친중 국가들과 독재 정권이 ‘코로나19 청정국’을 주장하는 이유는 체제 붕괴를 막으려는 것이다. 아무튼 전염병이 국가나 정권을 붕괴시킨 역사는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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